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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HSBC ‘선전포고’ … 농협 ‘위력시위’
[커런트]HSBC ‘선전포고’ … 농협 ‘위력시위’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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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외환은행 인수” 선언 … 정용근 농협 신용대표 극비 청와대행 ‘론스타-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합의(2006. 3.)→ 검찰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 착수→ 론스타의 계약파기 선언(2006.11.23.)→ HSBC의 론스타 배타적 협상 선언(2007.8.)→ 다음은(?)’ 외환은행을 둘러싼 ‘인수전’에 전격 뛰어든 것. 외환은행 대주주(지분율 51%)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계약을 파기한 지 270여일 만에 세계 2위 금융회사 HSBC가 외환은행 인수전에 불을 지피고 있다.
HSBC는 지난 20일 론스타와 배타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HSBC가 ‘대어(외환은행)잡기’ 경쟁에 나선 배경은 간단하다.
HSBC는 지금껏 자체 영업망 확보를 통해 한국시장 장악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제일은행(98)·서울은행(99)·제일은행(2005) 등 국내은행 인수전에서도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튼튼한 교두보가 필요했는데, 때마침 외환은행이라는 훌륭한 ‘먹잇감’이 눈에 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HSBC가 외환은행을 거머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감독당국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인수사건에 대한 법원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매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HSBC가 론스타와의 협상에 성공하더라도 최종 승인작업은 법원의 판단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만약 론스타와 HSBC 간의 협상이 진전돼 대주주 승인을 신청하더라도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적격성 심사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기관들은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HSBC의 자금력이 워낙 풍부한데다 외환은행 인수전에 임하는 태도 또한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농협이다.
‘2007년 금융그룹의 형태를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건 농협은 외환은행 인수로 ‘밑그림’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농협은 ‘토종’이라는 명분에 어마어마한 ‘실탄’(인수자금)까지 보유하고 있어, 외환은행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용근 농협 신용대표(은행장)는 “외환은행의 해외네트워크와 카드부문에 관심이 많다”며 “농협은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파트너”라며 인수의지를 불태웠다.
실제 정 대표는 지난 8월초, 청와대를 극비 방문해 외환은행 인수를 강력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대표가 청와대 보좌진을 만나 외환은행과 관련한 내용을 논의했다”며 “아무래도 농협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잠재적 인수후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겉으론 덤덤하면서도 내심 분위기 전환을 바라는 눈치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와 HSBC의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 역시 막판 무산되지 않았는가”라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 계획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전했다.
하나금융그룹의 관계자도 “론스타·HSBC 간의 배타적 협상이어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전혀 없다”면서도 “하지만 금융감독당국과 여론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선 외환은행 인수전에 전격 발을 담글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외환은행 인수전. 드디어 제2라운드의 막이 활짝 열렸다.
이번엔 토종과 외국계 금융기관의 한판승부다.
과연 외환은행은 누구의 품에 안길까.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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