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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컴퍼니]대한민국의 ‘아침’을 책임지겠습니다
[CEO&컴퍼니]대한민국의 ‘아침’을 책임지겠습니다
  • 김은지 기자
  • 승인 2007.09.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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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가공품 전문업체인 에쓰푸드의 조태철 대표(60)는 먹거리 하나로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30여 년간 한길을 걸어왔다.
건국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는 십수년간 목장을 운영하다 87년, 국내에도 ‘세계적인 식품회사를 만들어보자’는 결심에 회사를 차렸다.
에쓰푸드는 지난 20여년간 미국식 햄과 소시지, 바비큐 제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 푸드 서비스 시장에 공급해왔다.
에쓰푸드란 이름은 일반 소비자에겐 낯선감이 없지 않지만 외식업계에선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조선, 신라 호텔 등 호텔 레스토랑에서부터 베니건스, 파리바게트, 피자헛, 도미노피자, 파파존스, 버거킹, 쪼끼쪼끼 등 주요 외식업체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에쓰푸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쓰푸드의 피자시장 내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10명중 4명이 에쓰푸드를 먹었다는 얘기다.
지난 2005년부턴 ‘존쿡’ 브랜드를 론칭, 이마트, 세븐일레븐 등 일반 소비자 시장에도 진출했다.
10명 남짓한 직원으로 출발한 에쓰푸드는 이제 직원 200여명, 연매출 400억원이 훌쩍 넘는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 CJ, 목우촌 등 쟁쟁한 대기업들을 물리치고, ‘연평균 24%’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거머쥔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적이고 보편적인 맛으로 대량 공급하던 대기업과 달리, 에쓰푸드는 미국식 식문화에 익숙한 고객을 공략, 소수의 마니아층에게 입소문을 내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 조 대표는 ‘고객 세분화’를 통해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했던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평소 조 대표는 ‘문화’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브랜드마다 ‘고유문화’가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늘 ‘에쓰푸드와 존쿡만의 문화 아이덴티티는 무얼까’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식품과 관련되다보니, ‘식문화’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식문화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했다.
조 대표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식문화를 제안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소비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매주 2~3회 이상 시장 조사도 직접 챙긴다”고 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프로모션까지 틈틈이 아이디어도 낸다.
피자 위에 소시지를 얹는 ‘토핑’도 그가 고안한 아이디어다.
‘미국 스타일의 오리지널 육가공’이라는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에쓰푸드의 슬로건은 ‘Better food, better world(좋은 식품으로 좋은 세상에 기여하자)’다.
단순한 식품회사가 아닌 ‘문화 창조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조 대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음식을 단순히 먹기만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식품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경험과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스타벅스를 보세요. 스타벅스가 판 것은 ‘커피’가 아닌, ‘즐거움과 문화’였습니다.
” 그는 존쿡 브랜드를 스타벅스처럼 즐거움과 문화를 파는 기업으로 일궈내고 싶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침밥을 거르는 가정이 많아진 데다, 주5일제 도입으로 주말 문화가 더욱 다양해졌다”며 ‘존쿡식 아침제안’을 소개했다.
“존쿡 브랜드를 통해 즐겁고 건강한 아침 식사를 했으면 합니다.
주말 아침, 아버지가 일어나 모처럼 자녀들에게 햄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잖아요(웃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식품 업계에서 20년 이상 장수할 수 있었던 까닭이 궁금했다.
“가족과 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정직하게’ 만드는 것이 지속성장의 비결”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조 대표는 사업의 규모에는 큰 욕심이 없다.
전년대비 성장률, 시장 점유율 같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고객들과 직원들에게 정직한 기업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착한 기업’ 예찬론을 펼친다.
조 대표의 ‘원칙 경영’은 업계에서도 소문날 정도다.
외환위기 당시 매출이 곤두박질 쳤을 때, 값싼 제품을 써서 원가를 줄여보자는 말에 불같이 화를 내며 ‘최고급 원료’만 고집했다.
외환위기 당시 직원들 월급을 맞춰주기 위해 아끼던 소를 팔았던 일화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에쓰푸드에는 유난히 장기근속자가 많다.
10년 이상 근무자가 50여명에 달한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올 해, 조 대표는 200명에 달하는 전 사원들 모두 해외여행을 보냈다.
함께 고생해줘서 고맙다는 의미에서였다.
“현장직에서 십수년간 근무하신 아주머니들이 없었다면 에쓰푸드는 없습니다.
일하느라 한번도 해외에 다녀오지 못했으니, 이참에 보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정 많은 그지만, 일할 때만큼은 철저한 완벽주의자다.
존쿡 브랜드를 출시하기까지 2년 이상 준비기간을 거친 것만 봐도 그의 완벽주의자 면모를 알 수 있다.
“B2B(기업 대 기업)사업만 하다, B2C(기업 대 개인)사업을 하려니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고객들의 니즈도 파악해야했고, 시장 조사도 철저히 해야 했구요. 외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외국 육가공 전문가들을 초빙해 제품 개발과 기술 도입을 서둘렀습니다.
그 결과 MSG(인공조미료), 방부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국내 최초로 미국식 육가공을 생산,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 자칫 상반될 수 있는 ‘웰빙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웰빙 바람이 분다고 채소나 유기농만 먹어서는 균형 있는 식생활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은 성장기 어린이나 활동량이 많은 이들에게 주기적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어느 한 곳으로 편향된 식습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편입니다.
” 조 대표는 극단적인 웰빙, 채식주의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또 의류나 자동차 등과 같은 브랜드에는 ‘세계화’ 바람이 부는데 반해 식문화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인위적으로 조리한 타사 제품들과 달리, 존쿡브랜드의 경우 정통 미국식 스타일답게 스파이시한데다, 전분이나 보조 단백류 등의 부재료가 없어 씹히는 맛이 좋은 점이 특징입니다.
” 20여년이 지났지만 매일 한 는 자사 제품을 맛본다는 그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다.
“리테일 사업부문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일반 가정에서도 ‘존쿡식 아침 식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 다음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의 정통 육가공업체를 선보이는 것입니다.
이른바 '존쿡의 글로벌 매장'쯤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목표달성까지 얼마나 걸릴지 물었다.
‘5~10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식품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각인되고, 사랑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장수 식품기업답게 성실함과 신뢰로 우직하게 노력해야지요.” 30년간 한 우물만 고집한 조 대표다운 말이었다.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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