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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등 돌린 직원들 '떠나라' … 연임 '안개'
[커런트]등 돌린 직원들 '떠나라' … 연임 '안개'
  • 황철 기자
  • 승인 2007.09.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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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 설문조사 결과 70% '유임 반대' … 빈약한 실적, 잇따른 M&A 실패 '흠집' 현 리딩뱅크 수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임기 말에 내려진 혹독한 내부평가 때문이다.
지난주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직원 70% 이상이 강정원 행장의 퇴진을 원한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전했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유명 리서치를 동원, 2666명에 달하는 행원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핵심 사업이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싸늘한 평가가 이어졌다.
최대 치적으로 자부하던 영업점 업무분리제도(SOD)는 63.5%가 부정적으로 응답했고, 향후 리딩뱅크 유지 전망 역시 39.4%가 비관했다.
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에도 42.5%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유임과 퇴출의 기로에 선 강 행장 입장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가뜩이나 외부 평판이 전만 같지 않은 상황에서, 리더십에까지 치명적인 흠이 남게 됐다.
연임 자체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물론이고, 살아남더라도 적잖은 비난과 반발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본격적인 행장 인선작업에 돌입한 행장추천위원회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일단 연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지만, 강 행장을 따르는 빈약한 지지 기반이 발걸음을 잡는다.
세력 없는 선장을 내세울 경우, 자칫하다간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은 자명한 일. 최근 상황 역시 강 행장 연임에 더 없이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간 외환은행·KGI증권 인수 실패,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을 겪으며 뭐하나 뚜렷이 내세울 성공 포인트를 마련하지 못했다.
임기 말, 성적표 역시 초라하다.
전 시중은행의 맹공 속에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도 세를 이루지만, 2위권 은행들의 약진에 리딩뱅크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순이익 1조4188억원에 그치며, 1조5378억원을 기록한 신한은행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우리은행 역시 1조3360억원을 달성, 1천억원 이하로 격차를 줄이며 국민은행을 압박했다.
국민은행은 법인세 추가납부 관련 비용이 늘어난 것을 이유로 꼽았지만, 더 이상 수익성면에서 1위를 자부할 수 없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규모면에서도 강정원 호(號)의 독주 체제가 무너졌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총자산은 상반기(6월말 현재) 각각 198조7020억원, 195조 8천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은행 220조원5천억원과 20조원대까지 줄어든 격차. 특히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최근 자산 200조원 돌파를 공식 선언하기까지 했다.
금융그룹차원에서 보면 우리·신한금융그룹 모두 265조원, 259조원으로 국민은행을 앞서나간 지 오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예금, 대출 등 각종 영업 실적에서 아직은 국민은행의 선두를 부인할 수 없지만, 신한, 우리은행의 추격 속도를 감안할 때 향후 리딩뱅크 고수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리딩뱅크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는 이상, 강 행장의 대내외 입지도 상당 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는 장병구 수협 신용대표, 정문수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김종창 전 기업은행장, 정기홍 전 서울보증 사장 등 1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황영기 전 우리지주 회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진동수 전 재경부 2차관 등 걸출한 인사들도 물망에 올라 있다.
행추위는 이중 2~3명을 두고 의견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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