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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주식회사 ‘같기도’
[커버스토리]주식회사 ‘같기도’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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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삼성’ 35곳 ‘유사현대’ 44곳 … 동명이사 갯수 재계명성 그대로 한진 7곳, 금호 5곳, 한화 2곳 … 롯데 · LG 유사상호 ‘1곳’ 포스코는 ‘0’ 멋들어지게 기른 턱수염에 허스키한 보이스…. 가수 박상민씨의 매력이다.
그는 연예계의 내로라하는 ‘괴짜’다.
그래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이를테면 ‘원조’ 박상민을 모방하는 ‘꾼’들이 득실거리는 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넘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얼마전 불거진 ‘가짜 박상민’ 사건이 꼭 그렇다.
박씨를 모방한 ‘꾼’은 임모씨. 그는 밤무대에서 ‘박상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꼬리를 잡혔다.
‘동명’(同名)이었지만 ‘사람이 달랐던(異人)’ 게 문제였다.
정재계 ‘동명논란’으로 골머리 재계에서도 ‘동명논란’은 단골메뉴다.
전문가들조차 착각할 정도로 같은 이름을 쓰는 업체들이 즐비하다.
LG생활건강과 GS홀딩스의 사명을 절묘하게 결합한 GS생활건강 사건은 대표적이다.
GS생활건강은 동명논란에 휘말린 끝에 최근 법원으로부터 판매금지 결정을 맞았다.
고의적으로 동명을 사용한 죄로 ‘철퇴’를 얻어맞은 셈이다.
이처럼 ‘동명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명(社名)은 조직의 핵심가치와 차별화 의지를 담은 메시지다.
때문에 신뢰받는 사명은 웬만한 상품가치를 훌쩍 능가한다.
일본의 전자업체 SONY의 전성시절, SONY는 곧 최고로 통했다.
광활한 중국대륙에서 삼성은 이름 하나로 선진기업으로 대접받는다.
이것이 바로 사명의 가공할만한 위력이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의 사명을 교묘하게 도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다.
대부업체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서울시 등록대부업체 6609곳 중 우리금융지주의 ‘우리’를 그대로 쓴 사명은 대략 94곳에 이른다.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와 신한투자금융의 ‘신한’을 도용한 대부업체는 각각 80곳, 34곳에 달한다.
리딩뱅크 국민은행의 ‘국민’을 딴 회사도 21개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업체 뿐 아니다.
삼성, 현대, LG, 한진, 금호 등 대기업 사명 또한 도용 1순위이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시템에 올라온 ‘7개 대기업(삼성·현대차·금호·한진·한화·롯데·포스코) 유사사명 업체’의 공시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특정 대기업과 무관한 회사가 해당 기업의 사명을 쓰고 있는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군에선 영문 사명을 가지고 있는 LG그룹와 SK그룹은 제외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무관한 삼성○○은 총 35개에 달했다.
범(凡)현대그룹과 관련없는 현대○○도 44개나 확인됐다.
그 뒤를 한진○○(7개), 금호○○(5개), 한화○○(2개)가 이었고, 포스코그룹은 7개 대기업 중 유일하게 동명이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ECONOMY21 표
특이한 점은 공시자료를 꼼꼼히 보지 않으면 특정 대기업의 계열사 또는 관계사(이하 관계사)인지 조차 가늠키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언뜻 같은 관계사로 보이는 삼성물산과 삼성종합건설은 엄연히 다른 회사다.
업종만 유사할 뿐 대주주, 대표 모두 다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7.18%의 삼성SDI이고, 개인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지분율 1.37%)이다.
반면 삼성종합건설은 99년에 설립된 중소 주택건설업체로 최대주주는 지분율 44.23%를 소유한 한미좌자 대표다.
삼성AST와 삼성공업도 삼성그룹과 헛갈리기 십상인 기업 중 하나. 77년 2월 설립된 삼성SAT는 인천시에 본사와 공장을 가지고 있는 냉간압연 특수강대 및 열처리 제품 제조업체다.
대주주는 지분율 31.00%의 탁선숙씨다.
73년 6월 설립된 삼성공업 또한 삼성그룹과 무관한 자동차용 연료탱크 제조업체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는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의 협력업체다.
르노삼성과도 관련이 전혀 없는 셈이다.
삼성그룹의 동명이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 관련 회사가 많다는 점. 삼성산업개발, 삼성씨앤지하우징, 삼성에이치제이에스 등 부동산 관련 업체들은 삼성그룹과 별개의 회사다.
이와 관련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토지분양회사 중엔 공공기관 또는 유명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면서도 상호를 유사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삼성여객(운송업), 삼성유통(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 삼성제약공업(의약품 제조업체), 삼성정밀공업(붙박이장 제조업체) 등은 삼성그룹과 혼동을 일으키기 쉬운 동명이사다.
유력기업 사명 ‘모방’ 1순위 삼성그룹 다음으로 동명이사가 많은 범현대그룹도 신경을 바짝 쓰지 않으면 관계사를 식별키 어렵다.
현대서해영농조합처럼 유사한 사명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범현대그룹의 동명이사 중엔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가 적잖아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자동차부품 제조판매업체 현대ENERCELL은 범현대그룹과 무관한 회사다.
최대주주는 지분율 48.15%를 소유하고 있는 강현석씨로, ‘정(鄭)씨 가문’이 아니다.
자동차 섬유제품 생산 및 판매업체 현대내장, 자동차 매매 및 중개업체 현대월드판매 역시 별개의 회사다.
△LG그룹은 영문 사명 덕분인지 동명이사가 단 한개 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ECONOMY21 사진
자동차와 관련 없더라도 식별하기 힘든 동명이사도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모직의 사례는 단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격으로 주요 주주는 기아자동차(17.81%), 정몽구 회장(7.76%) 등이다.
반면 현대모직은 지난 51년 설립된 비상장회사로 업종은 화섬사류 제조다.
최대주주는 49.25%의 지분을 소유한 김명석씨다.
사명 때문에 가장 큰 혼란을 겪는 기업은 대한항공의 한진그룹이라는 분석이다.
㈜한진과 한진기업의 예를 살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한진은 한진그룹의 명실상부한 모기업. 반면 한진기업은 완전히 다른 회사다.
68년 5월 설비보수업체 한진기공사로 출발한 한진기업은 특수기계설비 전문회사로 알려져 있다.
한진상사, 한진상호저축은행 역시 ㈜한진과 무관한 업체들. 81년 개인기업으로 설립돼 법인으로 전환한 한진상사는 오징어·진미·홍게·냉동게살 제조회사다.
한진상호저축은행 역시 72년 10월 상호저축은행업법에 따라 설립된 금융권 업체로 한진그룹과는 별개다.
또한 ‘한진가(家)’ 2남 조남호 회장의 한진중공업과 힌진금형공업 또한 구별하기 어려운 동명이사로 불린다.
한진금형공업은 플라스틱 등 금형 제조업체다.
한진상사 ‘오징어 제조업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상황도 한진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령 금호 렌터카와 금호 엔.티는 완전히 다른 회사다.
지난 8월 애니렌트카를 흡수합병에 주가를 한껏 올린 금호렌터카는 순수 금호혈통이다.
최대주주는 금호석유화학(지분율 76.76%)이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도 0.3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반면 금호 엔.티는 삼창섬유화학공업사가 모회사다.
주요사업은 자동차 내장용 휄트 및 부직포 제조판매. 최대주주는 64.5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브리피코리아다.
더욱 헛갈리기 십상인 회사는 금호전기와 금호정공이다.
형광등의 대명사 금호전기는 금호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였다.
최대주주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사촌동생 박명구 대표(지분율 33.13%). 반면 금호정공은 합성수지 제품제조판매업체로, 자동차 부품인 B/JOINT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3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진형구씨다.
금호하우징 또한 금호그룹과 연관짓기 쉬운 동명이사다.
지난 98년 10월 설립된 주택건설업체 금호하우징은 임직원이 4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부산시 연산동 소재 쌍미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정도로 꽤나 실력 있는 건설업체로 알려져 있다.
최대 주주 역시 금호와는 무관한 강종수(지분율 25%) 대표다.
이밖에도 대표적 건설회사 대림산업의 ‘대림’, 금강종합건설의 ‘금강’도 동명이사의 단골손님이다.
사명에 대림 또는 금강이 들어가는 건설업체는 각각 3~4개, 1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건설업체가 흔히 사용하는 동부, 한일 등에도 동명이사가 많아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동명이사 때문에 투자자들이 겪는 혼란은 예상 외로 크다.
지난 2003년 경 한국통신공사와 한국통신, 이네트와 인네트 등 일부 유사사명의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줬던 사례는 유명한 일화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실수를 저지르는 때가 있다”며 “이름이 비슷한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투자자들 스스로 주의할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범(凡)현대그룹의 동명이사는 재벌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44개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ECONOMY21 사진
글로벌시대로 접어들면서 토지, 건물 등 유형자산 보다 사명 등 무형자산의 가치가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 가운데 사명은 기업 최고의 자산으로 손꼽힌다.
이런 이유로 ‘동명이사’ 논란은 쉼 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력 ‘사명’에 올라타기 위한 물밑경쟁과 꼼수가 ‘판’을 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머지 않아 ‘유사삼성’ ‘유사현대’ 등 주식회사 ‘같기도’가 즐비하게 늘어설지 모를 일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LG·롯데의 동명이사

엘지에스 · 롯데관광 “우리는 독립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LG그룹과 롯데그룹의 동명이사는 각각 1개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엘지라는 사명을 가진 기업은 총 24개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 중 LG그룹의 관계사가 아닌 회사는 ‘엘지에스’ 뿐이다.
99년 2월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에 본사 및 공장을 두고 전자통신기기의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나우주 대표(지분율 28.81%)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롯데’라는 사명을 가진 기업은 총 34개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 중 롯데그룹의 관계사가 아닌 곳은 롯데관광 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롯데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롯데관광은 신격호 회장의 막대 여동생 신정희씨의 남편 김기병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다.
현재 롯데관광은 롯데그룹과 ‘쓰리엘(LLL)’ 로고분쟁을 치르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의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논란을 빚었던 농협롯데관광은 지난 8월말 NH여행으로 사명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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