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자 일방의 진술만으로 관련자를 엮는가 하면, 수천만원대 벌금 부과에 대한 이의 제기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8월, 세무당국으로부터 2천만원의 과태료 부과 통보를 받았다.
수년 전 컴퓨터 도매업을 하던 당시, 회계조작을 노린 허위 계산서 매매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이미 2002년 사업을 접은 A씨에게는 천청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조차 가물가물했지만, 허위 계산서를 작성한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담당 세무서에 자초지종을 묻자, 당시 거래처 업자 B씨가 허위 계산서를 대량 매매하다 적발돼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관련자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5년 전 사례까지 소급 조사한 결과, 다수의 계약서가 나왔고 혐의자(B씨)가 모두 불법이라고 진술했다는 게 세무서의 설명이다.
사실무근이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혐의자의 증언을 확보한 만큼 과태료 부과는 정당하는 게 일관된 대답. 계산서가 진짜라는 증거를 대라는 다소 어이없는(?) 요구까지 이어졌다.
A씨는 “몇년이 지난 일을 끄집어내 수천만원이나 되는 과태료를 부과하면서도,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며 “조사권이 있는 세무서가 증거를 대야지, 무고한 시민에게 무죄를 입증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결국 은행통장을 보면 송금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 계좌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정상적으로 입금된 것만 밝히면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세무서의 입장은 단호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조사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대대적 세무조사까지 실시한 혐의자의 계좌조회가 어렵다는 것 자체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당시 계약금을 송금한 아르바이트생을 데려오면, 재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A씨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계좌추적이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걸로 알고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를 들먹이며, 회피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송금 사실만 확인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핑계를 대며 피하는 것은 명백히 실수를 시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년전 접은 사업의 아르바이트생 연락처를 어떻게 지금까지 기억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의도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를 해 문제를 덮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조세불복심판을 준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포기한 상태다.
당장 세무사 선임 등 비용이 만만찮았다.
현재 A씨는 고액 채무자 신세로 전락해 있다.
관할 세무서에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정당하게 조사를 실시했고, 과태료 부과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당사자가 조세심판 등 적절한 방법을 택하지 않았으므로, 특별히 재조사할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 세무서 관계자는 “담당자가 바뀌어 이전 과정은 확인할 수 없지만, 현재 민원 제기 등은 없는 상태”라며 “이의신청 기간도 종료됐으므로,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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