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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피플]'여성'과 'CEO' 두 마리 토끼 잡기
[포커스@피플]'여성'과 'CEO' 두 마리 토끼 잡기
  • 이윤찬·김은지 기자
  • 승인 2007.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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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웨딩힐 대표 “즐거운 인생…버거운 추석” ‘웨딩플래너’ 김지연(36) 웨딩힐 대표는 자타공인 ‘워커홀릭’이다.
명실상부한 ‘대표’지만 직원보다 열심히 발품을 판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늦은 밤 10시가 넘어야 퇴근하는 것은 이제 일상에 가깝다.
“웨딩 플래너는 예비부부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해요. 그래서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필드에서 뛰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죠. 힘들고 지칠 때가 잦지만 10년 정도는 더 고생하려 해요.” 김 대표는 성공한 웨딩 플래너로 손꼽힌다.
대기업 임원 수준의 몸값, 남부럽지 않은 지위 때문에 그런 호평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의 주위엔 사람이 많다.
한번 고객을 영원한 친구로 만드는 것은 그의 특별한 재주다.
‘일’보다 힘든 ‘며느리’역할 김 대표는 결혼컨설팅업체 ‘웨딩힐’을 설립한 후, 단 한번도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홍보는 고사하고 변변한 광고조차 내보낸 적 없다.
그의 성공비결은 ‘입소문’. 주변 사람들의 ‘구전(口傳)’만으로 성공가도를 쾌속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만하면 ‘사람 장사’의 달인으로 손색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능숙한 ‘인맥관리’만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한 때 대기업 ‘인테리어 전문가’였던 그는 결혼·출산을 거치면서 숱한 굴곡을 겪었다.
출산 후 직업을 찾지 못해 방황한 것도 여러 차례다.
고심 끝에 ‘웨딩 플래너’가 되고자 맘먹었을 땐, 10년 어린 친구들과 ‘무한경쟁’을 해야 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다.
눈물 젖은 빵은 알찬 열매를 맺는다는 말도 있다.
김 대표의 고난은 행복의 ‘씨앗’이었다.
2004년 창업한 웨딩힐은 베테랑급 웨딩 플래너를 둔 탄탄한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는 업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는 겸손한 말투로 자세를 낮춘다.
“웨딩힐엔 15명의 웨딩 플래너들이 있습니다.
모두 10년차 급이죠. 이들의 힘이 웨딩힐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힘은 아주 미약할 뿐입니다.
” ‘일’이라면 위풍당당한 김 대표지만 아직도 자신 없는 분야가 있다.
‘며느리’ 역할이다.
그는 10년차 맏며느리다.
챙겨야할 시댁식구만 해도 수십명. 당연히 추석이면 눈 코틀 새 없이 바쁘다.
‘전’ 붙이고 ‘제사’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버리기 일쑤다.
여느 며느리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래서 때론 남편이 부럽다.
달콤한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도 만끽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영 딴판이다.
추석 때만 피곤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추석명절 후 더더욱 ‘매몰찬’ 일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예비부부 7쌍을 만날 계획이다.
공식 미팅 일정도 3개에 달한다.
빡빡한 일정 탓에 하루도 푹 쉴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지독한(?) 현실이다.
‘일인이역’을 맡고 있는 기혼여성 직장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비애(悲哀)이기도 하다.
정하나 아이엠인사이트 대표 “신나는 추석, 일하는 추석” 정하나(30) 아이엠인사이트 대표는 화려한 싱글로 통한다.
그의 공식직함은 줄잡아 3개. 개인브랜딩 컨설팅사 아이엠인사이트 대표에 청소년 진로컨설팅 ‘아침나무’와 의료컨설팅 브랜드 ‘메디콘’의 CEO까지 겸직하고 있다.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인 정 대표는 국제행사 전문 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시간이 없다.
명절은 고사하고 주말도 반납하기 일쑤다.
정 대표에게 추석은 별다른 게 아니다.
일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하루일뿐이다.
그는 “추석의 개념이 없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아이엠인사이트를 설립한 이후 추석을 그야말로 추석답게 보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년 전 청소년 교육 컨설팅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업무량이 두 배가 됐기 때문. 회사를 세우고 맞은 첫 추석 때 가족들과 함께 사무실 정리를 오손도손 한 게 유일한 가족행사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2007년 주력사업인 해외지사 추진을 위해 캐나다 벤쿠버로 보름간 출장을 떠날 예정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쉬는 성격이라서 올 추석에도 쉬지 못하고 출장을 가야 할 것 같아요. 가족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일에 매진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 정 대표는 현재 북경과 동경, 밴쿠버, 뉴욕 등 4개 지역에 해외지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추석명절도 반납해야 하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정 대표는 전혀 억울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남들이 쉴 때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가족행사에 얽매이지 않아서 좋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아줌마 CEO가 되면 지금의 자유로움은 버려야 할 지 모른다’고 묻자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온다.
“아줌마 CEO가 되더라도 기획력을 발휘해서 가족 행사를 진행할 겁니다.
‘추석엔 이래야한다’는 전형적인 틀에 매이다보면 본래의 의미를 퇴색하기 쉽잖아요. 스토리보드를 짜듯, 주부들이 먼저 나서서 이벤트를 기획했으면 좋겠어요.” ‘추석은 즐거워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주부가 주도적으로 가족 이벤트를 구성해 볼 것을 제안했다.
“가족모임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것은 남자보단 여자 쪽입니다.
매해 추석이 다를 바 없고 똑같았다면, 올해부턴 바꿔보는 게 어떨까요?” 정 대표는 주부들이 겪는 ‘명절 증후군’이 안타깝다고 했다.
아줌마만 되면 왜 부엌에서 소일거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문도 내비쳤다.
그런 그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결혼’ 때문이다.
지난 추석 때도 친지들에게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시집 언제가냐’는 질문 일색이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일은 좋은 핑계거리”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당분간 결혼할 생각이 없다.
일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아줌마 CEO가 가져야 할 부담감이 너무도 싫어서란다.
‘화려한 싱글 CEO’ 정 대표. 그의 추석은 자유로움으로 가득해 보인다.
이윤찬·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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