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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한국, 글로벌 M&A시장서 ‘왕따’
[스페셜리포트]한국, 글로벌 M&A시장서 ‘왕따’
  • 김은지 기자
  • 승인 2007.10.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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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순위- 한국 31위, 미국 1위, 중국 11위 … 원인은 '보수적 기업문화' ‘빅3’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무한경쟁 시대에 글로벌 M&A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기업을 단시간에 메가톤급 회사로 부상할 수 있는 성장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단 M&A에 성공하기만 하면, 손쉽게 업계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오늘날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 글로벌 M&A 시장은 2003년 이후 급증, 올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대비 50% 증가한 1조6천650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10억 달러를 넘는 대형 M&A만 221건에 달하며 이는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증가한 수치다.
2000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M&A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유럽 기업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3~4년 사이 중국, 인도 등 신흥 국가까지 앞다퉈 글로벌 M&A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ECONOMY21 사진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M&A는 설비, 기술시장, 시장 지배력 등 인수 기업의 경영자원을 단시간에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해외진출 전략”이라며 “과거 공장 설립형 투자위주로 국한되던 해외진출 방식에서 점차 글로벌 M&A로 전환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매출 18조원으로 세계 3위의 시멘트 제조업체로 등극한 멕시코 기업 시멕스가 대표적 예다.
1985년 매출이 3천억원도 안됐던 시멕스는 2000년까지 활발한 M&A를 통해 연평균 20% 이상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로써 시멕스는 멕시코의 ‘제조업 큰 손’을 넘어 글로벌 산업 판도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는 ‘거물’로 거듭났다.
대표적 국내기업인 두산그룹도 ‘글로벌 M&A 성공 교과서’로 불린다.
최근 두산그룹은 미국 건설장비업체인 잉거솔랜드가 보유한 밥캣(Bobcat) 사업부문을 49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일약 세계 7위권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했다.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역사상 최대 규모로 꼽힌다.
밥캣 인수를 통해 두산그룹은 중소형 건설 중장비 제품군을 강화하는 한편, 밥캣이 보유한 해외 유통망까지 거머쥘 수 있게 됐다.
두산그룹의 글로벌 M&A 딜을 진두지휘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미국ㆍ유럽 시장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고 중소형 건설 중장비 부문도 취약했다”며 “이같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이 바로 해외 기업 M&A라 생각했고 2년 전부터 이를 준비해 왔다” 설명했다.
2001년 핵심사업인 OB맥주 매각 이후,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를 차례로 사들이며 캐시카우를 확보한 두산그룹은 이후 미국 AES와 CTI엔진, 영국의 미쓰이밥콕 등 해외 M&A에 베팅한 결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1995년 4조원이던 두산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14조원으로 불어났다.
시가총액도 2000년 9천억원에서 올해 2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국내기업, 세계 M&A시장의 0.3% 하지만 두산그룹의 사례는 국내에서 극히 이례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3~4년 사이 성황을 이룬 글로벌 M&A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금액으로 따지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M&A 시장에서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 중 해외기업 M&A 비율은 2005년까지 3~10%로 미비한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M&A 실적은 4억5100만 달러로 일본(81억3100만 달러)의 5.5%, 중국(52억7900만 달러)의 8.5%에 불과했다.
실제 M&A 정보제공 전문업체 톰슨 원뱅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M&A 실적은 46억 달러로, 1조3천억 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M&A시장의 0.3%에 불과하다.
ⓒECONOMY21 표
이로써 국내 기업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내수 시장에만 머무른 채, 말로만 글로벌화를 꾀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상봉 산업연구원 원장은 “한국의 경제 수준과 국내 기업의 성장을 감안할 때 해외 M&A에 대한 인식과 활용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걸쳐 해외기업 인수에 나선 적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94년 미국 PC업체 AST를 인수했고, LG전자도 95년 미국 가전업체인 제니스를 사들였다.
현대도 미국 전자업체인 맥스터를 인수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였다.
이후 한국기업들은 세계 M&A시장에서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의 실패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대기업들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격’처럼 이후 M&A에 소극적이 됐다”고 분석했다.
두산과 효성 사례 본받아야
△효성이 인수한 미국 미쉐린의 스캇츠버그 공장 모습 ⓒECONOMY21 사진
외환위기로 존폐의 위기를 한차례 겪은 터라 해외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었다.
게다가 대우그룹에 대해 ‘부실기업이나 사들여 망했다’는 부정적 인식도 작용했다.
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저조한 M&A 원인을 ‘기업을 자식처럼 여기는’ 기업의 보수적인 문화를 꼽고 있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기업은 내 것’이란 마인드가 강한 것이 세계 M&A시장에서 뒤쳐진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그룹, GS그룹 등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두산과 효성의 M&A비즈니스 모델을 본받아, 글로벌 M&A를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허창수 GS홀딩스 회장은 최근 ‘최고경영자 전략회의’에서 “인수합병(M&A)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지속성장을 이뤄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최도성 한국증권연구원 원장은 “국내 시장이 성숙도에 접어들면서 기업성장 전략을 재수정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라며 “글로벌 M&A는 기존 인수기업이 구축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에 이른 국내 기업에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민 씨티그룹증권 이사는 “두산과 효성의 경우처럼 국내 기업들도 해외M&A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국내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
글로벌 M&A 에 관한 Q&A
M&A를 하나의 전략으로 보면 될까? M&A는 그 자체가 경영 전략이라기보다 기업의 성장, 발전을 위한 도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동일한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데 동원할 수 있는 여러 실행 방안 중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인수후 통합 (PMI-Post-Merger Integration)은 언제부터 해야 하나? PMI는 M&A 투자의 궁극적인 목표인 경영성과 결정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PMI 관련 계획은 M&A 검토 과정에서부터 M&A 이후 실행 단계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립하고 수정, 보완해야 한다.
M&A 투자의 규모는 클수록 좋을까? 그렇지 않다.
M&A 투자 규모가 크다고 해서 투자 목표의 달성 가능성까지 덩달아 커지는 것은 아니다.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비용대비 효과를 크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M&A란 인수하는 기업에만 국한된 것일까? 아니다.
M&A도 거래 대상의 범위를 제품에서 기업 차원으로 확장한 일종의 거래이다.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인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가에 파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성공적인 M&A 활동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잘 판다는 의미는 직접 사업을 수행하여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이익의 총합보다 지금 매각함으로써 당장 얻을 수 있는 실리적 수익이 더 크다는 의미이다.
글로벌 M&A로 몸집불린 신흥국가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시장에서 명함도 못 내밀던 중국, 인도 기업들까지 몸집 불리기 경쟁에 돌입했다.
이들은 자신보다 덩치가 더 큰 기업을 사들이며 첨단기술과 해외 시장을 확보, 단숨에 메이저급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56위 철강업체에 불과했던 인도의 타타스틸은 세계 9위인 영국 철강업체인 코러스를 120억달러에 집어삼켰다.
코러스 인수로 타타스틸은 포스코에 이어 세계 5위 철강업체로 치솟았다.
코러스 인수 성공으로 타타그룹의 내년 매출은 올해의 두 배가 넘는 50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공격적 M&A로 ‘철강 공룡’으로 거듭난 미탈스틸도 세계 2위 철강업체인 아르셀로 등 전 세계 철강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린 케이스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1위 외환보유액(7월 말 기준 1조3326억달러)을 쥔 채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아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 중국 정부는 2000년대부터 ‘쩌우추취(외국기업 M&A)’ 정책을 선언하고, 자국 기업의 해외 기업 M&A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희범 무역협회장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M&A에 주춤하는 동안 중국, 인도 등은 공격적인 외국 기업 M&A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글로벌 기업에 포함된 한국기업은 95년 12개, 2000년 11개, 2005년 12개로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중국은 95년 2개에서 2000년 12개, 2005년 20개로 한국을 앞질렀다.
인도도 95년 1개에서 2005년 6개로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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