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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피플]광개토대왕 ‘이건희’ … 대조영 ‘정주영’
[포커스@피플]광개토대왕 ‘이건희’ … 대조영 ‘정주영’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10.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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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史劇) 속엔 세상이 있다.
때문에 사극을 보면 현재 이슈를 가늠할 수 있다.
대중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다.
흥행에 취약한 장르 사극이 곧잘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주몽’의 최완규 작가는 “사극은 과거를 다루지만 동시대적 이슈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 164명 대상 설문조사 그래서 사극 주인공은 종종 실존 인물과 오버랩된다.
최근엔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묘사되는 분위기다.
개혁을 표방하다 기득권층에 밀려 독살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조선왕조 ‘정조대왕’에 대한 사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이유다.
조용히 막을 내린 드라마 ‘한성별곡-正’에선 아예 노 대통령의 유명한 말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구나….” “임금으로서 하고자 하는 일을 무조건 좌초시키고 보는 불순한 세력….” 한성별곡 속 정조는 중신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번번이 개혁의 꿈이 무산되자 이런 말을 남겼다.
노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대권을 준비하는 정치인들이 사극 드라마 주인공을 차용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예는 대표적이다.
그는 한나라당의 탈당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주몽은 새로운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나라를 원했고 결국 고구려를 건국했다”고 말했다.
그럼 기업 CEO는 어떨까. 사극 주인공과 비슷한 이미지의 CEO는 누구일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프레인앤리>가 지난 12일~13일 양일간에 걸쳐 누리꾼 164명을 대상으로 ‘사극 주인공에 가장 잘 어울리는 CEO는 누구’라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광개토대왕(배용준 분)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대조영(최수종 분)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연개소문(유동근 분)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주몽은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전 대표와 흡사한 이미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은 서울 지역 성인남녀 21세~40세를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자의 성별 비율은 남성 45%, 여성 55%이었다.
우선 고구려 최고의 개척왕 광개토대왕과 흡사한 CEO로는 이건희 회장(29%)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가운데, 정주영 명예회장(25%),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11%)가 뒤를 이었다.
최근 글로벌 경영에 재시동을 걸고 있는 정몽구 회장(10%),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8%)도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대부분 세계경영 또는 사세확장에 능한 CEO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반대로 비교적 조용한 CEO로 분류되는 이재현 CJ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각각 1%, 0%에 그쳐 큰 대조를 이뤘다.
대조영과 비슷한 이미지의 CEO로는 정주영 명예회장(50%), 김범수 NHN 전 대표(14%),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전 대표(9%), 이재웅 전 대표(5%) 등 창업주가 꼽혔다.
배우 최수종이 연기하는 대조영이 숱한 역경을 딛고 건국에 성공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창업주와 거리가 먼 ‘재벌 2세’격인 이건희 회장(4%), 정몽구 회장(4%), 구본무 LG그룹 회장(2%), 최태원 SK 회장(2%), 조양호 회장(1%), 이재현 회장(1%) 등은 극히 낮은 응답율을 기록했다.
김효순 <프레인앤리> 연구원은 “대조영은 ‘건국자’라는 이미지를 함유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부친이 만든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2세 총수들과 대조영은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주몽의 이미지와 가장 비슷한 CEO로는 이재웅 전 대표(20%), 김범수 전 대표(16%)가 꼽혔는데, 이는 배우 송일국이 묘사한 주몽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연관이 깊다는 평가다.
사극 주인공 = CEO이미지 드라마 속 주몽은 통합과 상생의 지도자다.
갈등·반목 대신 통합·상생으로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수평적 군주로 그려졌던 것. 실제 이재웅 전 대표는 상생 리더십을 강조하는 CEO다.
권위 보다는 수평을 중시하는 것도 그의 특징. CEO 시절 따로 집무실을 만들지 않고 직원들 옆자리에 앉아 근무했을 정도다.
김범수 전 대표 또한 자유로운 리더십을 가진 CEO 가운데 한명으로 손꼽힌다.
이와 반대로 황제형 CEO로 알려진 정주영 명예회장(5%), 정몽구 회장(2%), 박삼구 회장(1%) 등은 주몽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폭력사태로 망신살이 뻗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도 주몽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CEO 중 한명으로 거론됐다.
반면 고구려 말기 대막리지 연개소문과 비슷한 CEO로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은 총수들이 주로 거론됐다.
정몽구 회장(31%)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가운데, 이건희 회장(13%), 정주영 명예회장(12%), 박삼구 회장(1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주몽이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조명된 것과 달리 연개소문은 카리스마 넘치는 ‘호걸형’으로 묘사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권위형’과는 거리가 먼 벤처기업인 안철수 전 대표(1%), 이재웅 전 대표(1%), 김범수 전 대표(0%) 등이 극히 낮은 응답률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김효순 연구원은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미지는 기업 CEO의 그것과 일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가령 호걸형 주인공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CEO와 연결되고, 부드러운 주인공은 수평적 리더십을 가진 CEO를 떠오르게 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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