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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타임머신]우후죽순 '잡초경영' 부메랑 맞다
[이코노 타임머신]우후죽순 '잡초경영' 부메랑 맞다
  • 김우일전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
  • 승인 200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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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 유목민의 이동문화로 세계정복 … 김우중 “잡초처럼 세계에 뿌리내려라” 김우중과 칭기즈칸의 두번째 공통 경영철학은 ‘문화’다.
기업, 사회, 국가 등 모든 조직에는 나름의 문화가 있다.
모든 생물의 생리가 천차만별인 것 같이 조직문화도 각양각색이다.
문화를 정의해 보자. 문화는 조직이 공동목적을 위해 소유하는 가치관·신념·관습으로 조직과 구성원 전체의 사고·행동패턴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신천지 정복 욕망 꿈틀 ‘칭기즈칸’ 한마디로 말하면 칭기즈칸의 문화는 ‘잡초’ 스타일이다.
칭기즈칸은 광활한 초지를 찾아 헤매야만 하는 유목민의 숙명을 안고 태어났다.
이유는 단 하나.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것이 그의 문화와 경영철학을 만들어 냈다.
대체 무슨 말일까. 세계는 무한하다.
그래서 좋은 장소를 찾으면 주위 환경에 자기 몸을 맡기면 된다.
후일 좋은 장소가 ‘쇠(衰)’ 하면 또 다른 초지를 찾아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그럴 수 없다.
좋은 장소에 정착하려고 애쓰고, 비록 ‘쇠’하더라도 그 땅을 지키려 불철주야 애쓴다.
반면 유목민은 다르다.
삶의 흔적도, 무덤도 필요 없다.
초지가 생명을 다하면 더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게 그들의 습성이다.
그래서 유목민은 민족·종교·국적을 중시하지 않는다.
오로지 좋은 초지를 찾는 게 급선무다.
생존하기 위해 고향을 되돌아보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성향은 자연스럽게 신천지(新天地)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살아남기 위해 이곳저곳에 뿌리를 내리는 ‘잡초’처럼 말이다.
그렇다.
칭기즈칸의 경영철학과 뿌리는 잡초다.
뽑을수록 더 강력한 뿌리를 내리는 잡초가 바로 칭기즈칸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잡초는 강하다.
그들을 없애려는 인간의 무수한 발길과 손길에도 절대 죽지 않는다.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잡초는 새로운 땅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이동성을 가지고 있다.
질긴 뿌리를 땅끝에 박을 수 있는 집착성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잡초는 미미하지 않다.
약하지도 않다.
오히려 잡초를 이길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잔디는 결코 잡초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잔디는 인간의 보호 속에서 자라지만 잡초는 스스로 ‘자력갱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잔디밭을 가꾸면 잡초의 강인함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때론 경외감까지 생길 정도로 잡초의 생명력은 질기다.
조그만 틈새만 있다면 그것이 바위일지라도 그곳을 비집고 들어가 뿌리를 내리기 때문이다.
이같은 잡초의 강인함은 뽑힌 자리에 연연치 않고 새로운 자리를 개발해 나가는 유목민의 속성과 너무도 닮았다.
그렇다.
유목민의 특징인 이동이야말로 잡초처럼 삶을 지탱시켜주는 무기이자 미래의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유목민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총수가 바로 김우중이었다.
자신의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제목과 같이 그는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싶어 했다.
마치 유목민, 그리고 칭기즈칸처럼 말이다.
신천지를 개발하겠다는 게 바로 김우중식 세계경영이었다는 말이다.
김우중 ‘무역회사’로 세계정복 발판 김우중이 대우그룹의 모태를 ‘무역회사’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다.
세계로 뻗어나려면 수출에 주력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김우중은 실제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미국, 유럽 곳곳을 뛰어다녔다.
그리고 아프리카와 같은 미지의 땅에 진출하는 것도 절대 서슴지 않았다.
수많은 불모의 땅은 그에게 희망의 초지였다.
하지만 김우중은 여느 기업인들과 달랐다.
지사, 연락사무실과 같은 형태로 세계와 교류하던 다른 기업과 달리 김우중은 현지에 뿌리를 내리려 애썼다.
유독 대우그룹에 세계현지 법인형태의 네트워크가 많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우중은 당시 이렇게 역설했다.
“… 우리가 가는 불모의 땅에 임시 가설숙소를 만들 게 아니라 불모의 땅에 상품을 팔 수 있을 때까지 번듯한 콘크리트 건물을 만들어라. 그리고 이 건물은 현지에서의 돈으로 만들고 유효기간이 지날 때엔 현지에 내버려두고 철수하자. 내버려진 건물은 그 자체가 현지의 자산이요, 대우그룹의 금자탑이기 때문이다.
세계 사람들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이 금자탑을 대우의 상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김우중은 철저하게 ‘잡초경영’을 펼쳤다.
어느 환경에서도 잡초처럼 동화돼 뿌리를 내리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예컨대 열대인에게 냉장고를 팔 때는 ‘썩지 않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주입시켰고, 에스키모인에게는 얼지 않는 냉장고를 주요 콘셉트로 삼았다.
우스갯소리로 잡초처럼 ‘그때그때 다른’ 경영전략을 취했던 셈이다.
무역으로 시작한 대우그룹은 건설·자동차·기계·조선·섬유·화학·증권·은행·전자·통신·운수·유통 등 인류가 필요한 전 업종에 진출했다.
때문에 수많은 계열회사가 존재했다.
심지어 구조조정본부의 계열사 관리 책임자들은 이 많은 회사를 관리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은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마도 김우중조차 헷갈렸던 것 같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일화 한 토막. 김우중이 어느 날 구조본 사람들과 독대한 자리에서 회사를 지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우중: “이 회사 우리 소유 맞아? 아니지” 구조본 사람들은 곧바로 정기 감사대상 회사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그 회사는 대우그룹의 명실상부한 계열회사. 얼마 후 김우중은 “계열회사인데 왜 감사를 안 하느냐”며 꾸지람을 늘어놓았다.
정말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대우그룹에 수많은 계열사가 존재했던 이유는 잡초처럼 전 세계의 땅에 대우의 깃발을 꽂기 위해서였다.
끈질긴 잡초문화를 펼치기 위해선 많은 전진부대가 필요했던 셈이다.
하지만 잡초처럼 무성한 기업확장이 부메랑이 될지 누가 알았으랴…. 김우중의 잡초문화가 왕성한 생명력 때문에 수많은 견제와 질시를 받을지 역시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실제 정부는 대우그룹의 잡초와 같은 번식력을 ‘무분별한 기업확장’으로 여겼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그룹의 목줄을 잡아당기는 것은 물론 수많은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김우중식 ‘잡초경영’은 그렇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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