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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제는 슬로우 패션 시대
[오피니언]이제는 슬로우 패션 시대
  • 이코노미21
  • 승인 2007.10.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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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여성들의 패션은 ‘패스트 패션’이 대세다.
유행이 점점 빨라져 작년에 대유행을 했던 스타일이 올해 돼서는 왠지 촌스러운 느낌이 들 만큼 빠르게 스타일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푸드만큼 일반화 되어 버린 패스트 패션. 이러한 패스트 쇼핑 시대를 앞당긴 데에 인터넷 쇼핑몰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패션 분야에서는 인터넷쇼핑의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입는 옷이 곧바로 한국에서도 유행하고, 내년 봄 유행할 패션을 미리 점치는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등장한 의상들이 다음날 인터넷몰에 유사 디자인으로 뜨는 세상이다.
패스트 패션은 이러한 빠른 유행에 맞춰 인터넷 쇼핑몰의 저가 공세가 잘 맞아떨어진 산물이다.
케이트 모스는 마크제이콥스의 앵클 부츠를 신었지만, 인터넷 쇼핑몰에만 가면 케이트가 신었던 것과 흡사한 디자인의 부츠를 단돈 3만원에 구입할 수 있으니 대다수의 평범한 여성들이 환호할 만 한 것이다.
패스트 패션이란 말이 일반화된 것은 비단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요즘 여성들은 한 철 입고 버리는 옷으로 인터넷 쇼핑을 애용하곤 한다.
5천원도 안 되는 티셔츠 한 장을 2년, 3년 오래 입으려고 사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말이다.
쇼핑한 후 별로 맘에 안 들어도 굳이 교환이나 환불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몇 번 입고 버릴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별 생각 없이 클릭 한번으로 장만한 옷들이 장롱 구석에 처박혀지기도 한다.
몇 번 입다 만 옷들이 새로운 옷들에 밀리고 쓰레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또 어제 인터넷몰에서 산 원피스를 입고 집을 나선 날, 길거리에서 똑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치기도 한다.
저가로 대량생산하다 보니 그 옷이 그 옷 같은 착시 현상까지 일으키기 십상이다.
이러한 패스트 패션의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인터넷 쇼핑을 멀리 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또 패스트 쇼핑에 점점 물린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에서도 나름의 노하우를 살려 2~3년 오래 입을 수 있는 패션 쇼핑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중국산 싸구려들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 프리미엄을 앞세운 온라인 브랜드들이 틈새시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발 맞춰 대형 오픈마켓들에서는 중고가 의류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고 백화점 브랜드와 제휴하여 새로운 몰인몰을 열기도 한다.
이는 패스트패션이 대세임과 동시에 슬로우 패션 또한 온라인몰들이 놓쳐서는 안되는 시장임을 인지한 결과다.
눈 높은 소비자들은 또 다른 중저가의 온라인 브랜드에 열광하고 품질과 디자인에 차별화를 선언한 브랜드들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 패션을 양산한 오픈마켓의 다음 정착지는 아마도 가격은 다소 높더라도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된 소호 패션일 것이다.
길거리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걸친 사람을 마주칠 일 없고, 유행만 좇는 스타일이 아닌 나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뭔가 특별해 보이는 패션 말이다.
인터넷에 진출하기를 꺼려하는 브랜드 의류들도 인터넷에서 판치는 카피제품에 대한 분쟁을 하기보다는 온라인에서 유통될 수 있는 전용브랜드를 만들어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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