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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EU FTA는 양돈농가 말살 행위
[인터뷰]한-EU FTA는 양돈농가 말살 행위
  • 류근원 기자
  • 승인 2007.10.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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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EU FTA 협상이 4차까지 진행되면서 수입돼지고기 관세철폐에 대한 논란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에 장애가 되고 있는 자동차의 관세 철폐가 목적이고 EU는 우리나라에 대해 유럽산 돼지고기의 관세를 철폐하는 것이 주요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18일 한-EU FTA 3차 협상이 열리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대한양돈협회 김동환 회장과 원정투쟁단 30여 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농축산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삼보일배를 벌이며 협상저지에 나섰다.
시위에 참가한 김 동환 양돈협회 회장은 “현재 돼지고기 수입량 21만톤 가운데 45%가 EU산 수입육이고, 그중 70%가 EU산 삽겹살이라면서 시장이 개방될 경우 양돈농가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브뤼셀에 다녀온 김 회장을 만났다.
브뤼셀 현지 분위기는 어떠했나? 궂은 날씨 탓에 분위기 자체가 침울했다.
브뤼셀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우리 입장을 알렸다.
삼보일배 시위도 하고 FTA 장례식도 치렀다.
현지 경찰에 의해 진압되기도 하고 양측 협상 대표를 만나 면담도 했다.
안타까운 점은 협상에서 우리 농민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누구와 면담을 했나? 가르시아 EU협상단 대표를 만났다.
그는 “7년 이내에 모든 품목 개방 한국도 안을 내놔라. 돼지고기는 빼놓을 수 없다.
한미·FTA와 같은 조건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좌파연합 소속의 의원으로 FTA에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 헬무트 마르코프 EU통상위원장과 만나 하나의 FTA가 진행되면 그 다음의 FTA를 유발하게 되고 FTA가 연쇄반응처럼 촉진되어 결국 사회적 약자인 농민의 희생이 강요당할 것이라는 것에 공감했다.
그와 FTA 반대를 위한 한국과 유럽의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자는 의견도 같이 했다.
한편 우리 측 김한수 협상대표를 만나 우리 농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김대표는 “5000년만의 기회다.
세계가 관심을 가질 때 해야 한다”며 농업에 대한 무지한 발언을 해서 우리 원정단에게 실망과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품질 좋은 국내산으로 수입산과 싸워 이기면 되지 않는가? 이번 한·EU FTA는 한·미FTA와 다르다.
미국산 수입 돼지고기와 국내 양돈업체는 어느 정도 품질로 경쟁이 된다.
하지만 EU는 세계 최대 농업수출국이다.
EU는 ‘05년 기준으로 세계 전체 농산물 수출액의 10%인 841억 달러를 수출한 세계 최대 농업생산국이며, 농업생산액은 미국의 1.5배이 이른다.
또 EU는 세계 최대의 수출보조금 지급 국가로 WTO 회원국 전체 수출보조금의 85~9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보조금 정책이 그나마 쌀에만 편중되어 있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
특히 EU는 양돈선진국이면서 강국이기 때문에 돼지고기 생산에 있어 최고의 품질과 기술을 갖고 있다.
또 유럽은 대부분 돼지 사료를 자급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사료가격에 높아 경쟁이 안 된다.
국내 가격의 45%밖에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 없이 돼지고기 시장을 개방하게 되면, 유럽산 돼지고기가 물밀듯이 밀려올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게 되면 국내 양돈 농가는 폐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
유럽산 돼지고기가 들어오면 소비자는 좋지 않은가? 국내에서는 삽겹살만 잘 팔리다 보니 다른 부위보다 삽겹살이 비싸다.
1마리당 삽겹살은 10~11kg밖에 나오지 않는다.
반면 유럽에선 삽겹살이 인기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이 국내로 들어올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국내산 돼지고기를 먹고 싶어도 국내산인 것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쇠고기는 원산지 표시제가 엄격히 시행되므로 소비자를 속이는데 한계가 있지만 돼지고기는 그렇지 않다.
국내산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생산 이력제나 인증제 등이 있으나 어려움이 많다.
특히 돼지고기에 대한 음식점 원산지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시중 음식점에서 수입 돼지고기를 팔면서 국내산이라고 속여도 단속할 방법이 없다.
양돈사업은 당장 시작했다가 그만 두는 사업이 아니다.
수년간 큰돈을 투자해야 하고 하루도 못 쉬는 힘든 일이다.
국내 양돈농가가 모두 망한 뒤에 수입 돼지고기의 가격이 오르면 그땐 정말 대책이 없어진다.
국내산과 수입 돼지고기를 구분하는 방법은? 유전자 판독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한 쇠고기와 달리 돼지고기는 딱히 구분할 방법이 없다.
다만 수입되는 돼지고기들은 냉동제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냉동제품은 수입산으로 보면 된다.
그래서 생고기가 국내산일 가능성이 높은데 일부 식당에서 얼렸다가 놓여 내놓으며 생고기인 것처럼 팔기도 하는데 그러면 고기의 맛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때도 음국내산과 수입산을 섞어 내놓으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한양돈협회의 입장은? 우리가 무조건 FTA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대안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EU는 농업분야에서 한·미 FTA 타결 수준의 개방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농축산물 수천 품목이 완전 개방되어 농가부채가 늘었으나 FTA는 뚜렷한 대책도 없이 진행되어 왔다.
이처럼 FTA는 연쇄적으로 우리 양돈 산업을 붕괴시킬 것이다.
우리 양돈인들은 국내 양돈 산업을 굳건히 지켜나가기 위해 EU와의 FTA 협상을 좌시하지 않고, FTA를 막기 위해 지속 투쟁하고 싸워나갈 것이다.
또한 지금이라도 정부는 양돈협회 등 생산자단체와 만나 의견을 청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FTA로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그동안 생산자 단체와의 어떠한 사전협의도 없었다.
협상 전에 우선적으로 우리 농민이 살길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생존대책부터 마련하고 협상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농민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만 진행해 나간다면, 저항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대책은 없나? 정부는 향후 5년 내 국내 양돈 산업이 FTA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확실한 지원과 법률적인 보장대책을 내놓아야만 한다.
국내 양돈 산업이 무관세로 수입되는 수입 돼지고기와 경쟁을 하려면, 국내 양돈농가는 양돈 선진국들과 비슷한 생산성을 가져야만 한다.
따라서 생산성 확보대책과 함께 국산 돼지고기를 고급화할 수 있는 정부대책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산 돼지고기가 수입산과 차별화 될 수 있도록, 수입육과 구별을 위한 생산이력제 도입, 수입육 유통감시 강화,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전면 확대, 식육의 원산지 표시 개정 등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국산 돼지고기를 선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아울러 경쟁국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가축분뇨 처리 지원, 사료비 지원, 시설개선 지원 등의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만 한다.
향후 계획은? 양돈협회는 양돈인의 결집된 힘과 의지를 모아 FTA 협상 저지를 위해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다.
기자회견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양돈인이 함께 모여 한·EU FTA 반대 목소리를 높일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낙농육우협회 등 생산자단체 및 시민단체 등과 연계하여 FTA 선전전을 강화하고 및 워크숍도 실시해 FTA 반대 중지를 모을 것이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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