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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원화의 국제화 · 경쟁력 높여야 할 때
[커버스토리]원화의 국제화 · 경쟁력 높여야 할 때
  • 이필상 前 고려대학교 총장
  • 승인 2007.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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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직거래 시장 개설 … 중국 · 일본과 협력, 아시아통화기금 설치해야 미국경제가 서브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불안해지고 달러화가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무역거래를 달러화로 표시하고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미국의 경제패권주의가 기력을 잃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세계경제성장률과 미국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가 2000년대 들어 90%대에서 60%대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경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 경제들이 자생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연이어 서브프라임 사태까지 터지자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달러화가 폭락하여 2005년 이후 주요통화에 비해 무려 30%나 가치가 떨어졌다.
그러자 국제결제통화가 달러화에서 유로화, 엔화 등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가 독점적 헤게모니를 상실한 주요 원인은 대규모로 누적된 경상적자와 재정적자이다.
2000년 이후 계속 늘어난 양대 적자는 2006년 GDP의 6.6%인 8400억 달러, 2.7%인 3500억 달러로 각각 늘었다.
일단 경상적자나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통화발행증가를 통해 피해를 전세계로 분산시킬 수 있다.
소위 지배자의 전리품이라고 할 수 있는 시뇨리지(seigniorage)효과를 누리는 특권이 있다.
미국이 해마다 무역적자를 기록해도 외환위기를 겪지 않는 것은 바로 이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경제의 비중이 떨어져 다른 나라들이 달러화를 외면하고 있는 상태에서 양대 적자의 규모가 너무 커 시뇨리지 효과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경제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았다.
미국은 2000년 이후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1%까지 내리는 초저금리 정책을 폈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이 증가하며 1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비우량담보대출이 미국 전역에서 발생했다.
최근 미국은 어쩔 수 없이 경제안정화를 위해 금리를 5.25%까지 올리는 고금리정책으로 바꿨다.
그러자 관련 금융기관과 펀드들이 집단적으로 부도위험에 처하고 국제자본들이 미국자산을 대거 파는 셀유에스에이(sell USA)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8월 한달간 미국시장에서 유출한 순자산규모는 1630억 달러나 된다.
이렇게 되자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기능이 위축되고 미국경제의 패권주의가 위기를 맞았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경제가 불안해도 지난 60여년 동안 지속되어온 달러화 독주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지배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달러 약세를 수출경쟁력강화의 기회로 삼으면 달러화의 위상을 지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확실히 미국경제는 힘의 한계를 보이며 지배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내 금융 불안이 세계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고 새 통화질서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달러화 가치급락에 대비하여 25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에 대해 통화를 다변화해야 한다.
또 엔화나 유로화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를 경유하여 거래되었던 통화들에 대하여 원화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시장개설을 서둘러야 한다.
더불어 외환관련 파생상품거래를 활성화하여 효과적인 위험관리체제를 갖춰야한다.
중요한 것은 원화의 국제화를 앞당기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무역거래에서 원화결제 비중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여 달러화 약세에 대해 공동대응을 하고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설치도 추진해야한다.
경제현장에서 피해가 큰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자구노력도 절실하다.
결제수단을 달러화에서 유로화나 엔화로 비중을 높이고 부채는 달러표시, 자산은 유로화나 엔화표시로 하는 환위험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부동자금을 투자자금으로 돌려 신산업을 발전시키는 등 경제의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원화를 국제통화로 만들고 선진경제로 가는 근본적인 길이다.
이필상 前 고려대학교 총장,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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