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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弱 달러 지속되면 동아시아 경제 타격
[커버스토리]弱 달러 지속되면 동아시아 경제 타격
  •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 승인 2007.10.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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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수출 둔화 불가피 … 민간소비와 주택건설 둔화 예상, 보유 외환 다변화 나서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달러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달러 가치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1973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더구나 9월28일에는 캐나다 달러당 1.0052 미국 달러로 31년 만에 처음으로 캐나다 달러가 미국 달러 가치를 추월했다.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달러화의 위상은 지난 수년간 점진적으로 약해져왔다.
6월 말 현재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보유 외환 중 달러 비중은 64.8%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작년보다 1.3%포인트, 1999년 유로화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6.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아시아 국가 및 산유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급증했다.
이는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고성장과 유가 상승에 기인한다.
달러 리사이클링(dollar recycling) 구조는 경상수지 적자를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리사이클링이란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로 해외로 유출됐던 달러화가 미국 내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는 자금흐름 구조를 말한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대규모 국제자본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 국제자본은 8800억 달러의 미국자산을 매입하였다.
2004년 이후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상대적 고금리가 달러 리사이클 구조를 더욱 견고히 하는 역할을 해왔다.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 때문에 달러화 약세가 억제되고 고평가 상태가 유지됨으로써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 수 있었다.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가 깨질 경우 달러화 가치의 추가 하락과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제자본의 미국자산 매입 축소 → 달러화 가치 하락 → 국제자본의 미국자산 매입 축소’의 逆 recycling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달러화 약세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지역과 산유국에 경상수지 흑자가 집중되면서 오일머니와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된 결과 이들 국가에서 축적된 자본(아시아자본)의 투자자산 축적 규모가 급증하였다.
2006년 말 현재 오일머니에 기초한 투자자산은 3.4조~3.8조원으로 추정되며, 아시아 중앙은행의 투자자산은 3조 달러를 웃돈다.
ⓒ연합
오일머니와 아시아머니의 지속적인 확대는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오일머니는 전통적으로 유럽 지역 자산 운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미국자산, 특히 국공채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오일머니의 대규모 증가에도 중동 산유국의 미국 국공채 보유 규모는 2000년대 들어 545억 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아시아머니는 달러화 자산에 집중적으로 운용되어 달러 리사이클링을 뒷받침하는 원동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행태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운용시 달러화 자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의 자산운용도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이고 다변화하는 노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달러의 헤게모니가 점차 약화 달러화는 기축통화에 요구되는 국제유동성 공급 역할과 기축통화로서의 신뢰도 유지 문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국제유동성 딜레마는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인 동시에 미국의 국내통화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신뢰도를 유지하려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축소가 필요하다.
반면 기축통화로서 팽창하는 세계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나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경제의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
아시아의 고성장세를 감안할 때 향후에도 미국경제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경제의 비중 하락은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국제유동성 공급 능력을 제약한다.
반면, 세계경제 규모 확대는 기축통화의 국제유동성 공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경제의 비중이 하락하면서 달러화의 국제유동성 딜레마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는 달러화가 유일한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달했음을 의미한다.
오일머니와 아시아머니의 축적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달러화의 위상 약화를 촉진할 전망이다.
2012년에는 오일머니에 기초한 투자자산 규모가 6조~7조 달러 이상, 아시아 중앙은행의 투자자산 규모가 5조~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표시 자산의 손실 우려 과거에는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 자체는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유로화의 등장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달러화의 위상이 약화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유로화는 미국 달러화의 패권을 넘볼 수 있는 기축통화로서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ECONOMY21 표
유로경제권은 미국경제와 비슷한 경제규모와 교역규모를 가지고 있어 세계 결제통화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2006년 유로권의 GDP는 11.7조 달러, 교역규모는 3.8조 달러(1.4 달러/유로 환율 적용)에 이른다.
국제자본이 달러화 자산의 대체 운용처로서 유로화 자산 활용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준비통화로서의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유로화 표시 자산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따라서 달러는 앞으로 주요통화에 대해 약보합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 달러/유로 환율은 1유로= 1.43~1.47달러, 내년 중반쯤엔 1.40~1.45달러, 엔/달러 시세는 1달러=100∼110엔, 내년 중반쯤엔 98∼108엔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동아시아 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우선 대미 수출의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주택경기 침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민간소비와 주택건설투자의 둔화가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그동안 담당해왔던 세계 소비시장 역할을 더는 기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미국은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수출 확대에서 찾고자 달러 약세를 용인해야 할 처지다.
둘째는, 달러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동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 표시 자산의 손실이 예상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환율 안정 등을 이유로 달러표시 자산을 집중 매입해왔다.
한국은 보유 외환 중 달러표시 자산이 약 90%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가능성이 적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만약 동아시아 국가들이 달러화 자산에 대해 흥미를 잃게 된다면 보유외환 다변화에 나설 것이고, 이는 결국 달러 리사이클 구조의 해체로 이어져 달러화 폭락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달러자산 매각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달러 폭락 사태는 면할 수 있겠지만 글로벌 달러화 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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