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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달러 리사이클링’ 붕괴로 달러 추락
[커버스토리]‘달러 리사이클링’ 붕괴로 달러 추락
  •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 승인 2007.10.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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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머니 다변화 · 유로화 부상 … 기축통화 과점시대 열릴 것 최근 들어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화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1970년대 초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이후 최저치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하락하자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6%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데다 갈수록 더 확대되고 있다.
이 정도의 경상수지 적자라면 다른 나라 같았으면 이미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통화 가치가 폭락했겠지만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로 해외로 유출됐던 달러화가 미국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는 달러 리사이클링(dollar recycling) 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6년 한해 동안 미국으로 유입된 국제자본 규모는 88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능가하는 규모다.
이 같은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세계금융 불균형(global imbalance)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대규모의 국제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됨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미국의 대외 불균형을 완화해 줄 만큼 충분히 절하되지 못해 고평가 상태가 장기간 유지됐고, 이로 인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더욱 확대되었다.
반면 그에 상응해 아시아 지역 및 산유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계속 늘어났다.
늘어난 아시아 머니는 다시 미국에 투자되어 달러화의 리사이클링 구조가 더욱 공고하게 구축돼 온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는 달러화의 가치와 위상을 방어하는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고착화된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가 갑자기 깨진다면 달러화 가치는 폭락하고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 한 달 동안 해외투자자들은 미국 유가증권을 1630억 달러나 팔아치웠다.
한달 규모로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미국으로 해외자본이 유입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처럼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에 균열이 발생한 원인은 직접적으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미국경기 침체 우려, 그리고 그에 대응한 미국의 금리인하 조치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가 약화되고 있는 데는 이런 직접적 원인들 외에 더 근본적인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첫째 요인으로 아시아 머니의 투자행태가 바뀌는 것을 들 수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아시아 머니의 투자자산 축적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2006년 말 현재 아시아 중앙은행의 투자자산은 3조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금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아시아 머니는 그동안 달러화 자산에 집중적으로 운용되어 달러 리사이클링을 뒷받침해주는 원동력 역할을 해 왔지만 이제 더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달러화 보유가 지나치게 늘어난데 부담을 느끼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운용에서 달러화 자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자산운용도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이고 다변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가 약화되는 또 하나의 근본 원인은 유로화의 부상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자본이 달러화 자산 이외의 대체 운용처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유로화가 아주 적합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로화는 미국 달러화의 패권을 넘볼 수 있는 기축통화로서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로 경제권은 미국경제와 비슷한 경제규모와 교역규모를 가지고 있어 세계 결제통화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2006년 유로권의 GDP는 11조7천억 달러, 교역규모는 3조8천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GDP 13조2천억 달러, 교역규모 3조 달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유로화가 제 자리를 잡아가면서 세계 교역에서 유로화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유로화는 결제통화로서 뿐만 아니라 준비통화로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유로화 표시 자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6%까지 높아졌고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상의 요인들을 감안할 때 앞으로 달러화 리사이클링 구조는 계속 약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달러화의 기축통화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유로화 등 여타 통화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바야흐로 달러화의 기축통화 독점시대가 저물고 기축통화의 과점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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