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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타임머신]본능이 곧 전략 … 전략은 곧 승리
[이코노 타임머신]본능이 곧 전략 … 전략은 곧 승리
  •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
  • 승인 2007.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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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 칭기즈칸 본능에 입각한 전략 ‘일품’ … 세계정복 일등공신은 치밀한 전략 김우중과 칭기즈칸의 경제철학 중 다섯번째 공통점은 Strategy, 즉 전략이다.
‘Strategy is Destiny”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략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그 결과에 따라 운명이 달라짐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대한의 허용이 아닐까…. 신이 인간에게 준 두가지 큰 무기가 있는데 하나는 바로 전략을 짤 수 있는 머리이고 또 하나는 상상력을 품는 머리라고 한다.
전략의 개념은 ‘옴코 원리(OMCO)’에 따라 O( OVERALL), M(MACRO), C(CONCRETE), O(OBJECTIVE)로 전체적, 장기적, 구체적이면서도 객관성을 지닌 플랜을 뜻하는데, 이중 한가지 요소라도 빠져 있으면 이는 전술이지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쉽게 말하면 전술은 단기 국지전의 승리를 위한 짧은 기술로 계략, 잔재주, 위장술 등을 모두 포함하는 임기응변술을 뜻한다.
장기, 전체, 구체, 객관성을 띄어야 하는 전략과는 반드시 구분, 사용돼야 한다.
이 전술은 폭탄을 가진 어린아이와 같아 잘못하면 자신의 발등을 찍는 자충수의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전략 좋아야 세계 제패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조조를 비교해 보자. 유비에게는 관우, 장비, 황충, 조운, 마속 같은 천하장수와 제갈량, 방통 등 재주가 비범한 군사(軍師)가 있으면서도 결국에는 뛰어난 장수나 군사도 별반 없는 조조에게 천하를 뺏기고야 만다.
결국, 천하통일의 주인은 조조의 부하인 ‘사마의’의 손자인 사마염이 된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유비의 모든 전략은 천하 귀재인 제갈량에게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략이 아닌 전술에 불과하다.
위계술, 임기응변, 잔재주가 판을 쳤는데 이는 현실의 승리만을 급급해했지 멀리 바라보는 전체적인 객관성은 결여돼, 결국 지속적인 승리로 이끌 수 없었던 것이다.
제갈량이 기도하면 반드시 비가 온다.
이는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술로는 천하를 통일할 수 없다.
칭기즈칸에게는 주변에 뛰어난 장수도, 비범한 군사도, 학식이 많은 책사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세계를 정복하고야 만다.
이러한 세계정복 전략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필자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기도 하고 실제 칭기즈칸의 공격 장소를 답사하면서 그 비법에 관한 실마리를 어렴풋이 잡을 수 있었다.
바로 ‘본능’에 기반을 둔 전략이었다.
본능에 초점을 맞춘 전략은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한다.
옛날의 전투는 ‘공성(功城)’과 ‘수성(守城)’의 싸움이다.
돌로 쌓은 높은 자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화살을 쏘는 수성만을 하는 상대방을 제압하고 공격하기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아래 위치에서 쏘는 화살이 힘이 있을 리 없다.
성벽을 타고 올라간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의 총포 전쟁에서도 제일 먼저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전쟁에서 승리를 위한 ‘첫걸음’이다.
칼과 화살을 사용한 전쟁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설령 성이나 요새를 공격해 전쟁에 이긴다 해도 위치적 불리 때문에 전체 군사의 절반 이상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
한번의 전쟁에서 군사의 절반 이상을 잃는 전략으로는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없다.
중국의 수나라, 당나라 군사가 고구려를 침략하였지만 공성에 너무 많은 군사가 전멸돼 결국에 패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렇게 지속적이고도 어려운 전쟁의 문제를 칭기즈칸은 간단한 본능 하나로 풀어냈다.
수성만을 하는 적군을 이기려면 먼저 그들을 성 밖으로 끌어내 대등한 조건에서 박멸시켜야 한다.
나오지 않으려는 적군을 나오게 하려면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하겠지만 쉽지는 않다.
욕도 해보고 유인책도 써보지만 높은 성안의 적군은 요지부동이며 속수무책이다.
앞이 안 보일 때는 바로 본능의 관점에서 호소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칭기즈칸은 2년여 준비기간 동안 파악했던 산세와 지형, 강, 수맥의 정보에 따라 적군의 성안으로 들어가는 수원(水源)을 끊어 버린다.
물은 인간생명의 본능이다.
끊어진 수원에 따라 일주일 후면 성안의 사람들은 아비규환이 된다.
칭기즈칸만 오면 지하수가 말라버리니 성 안의 군사들은 그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수원을 미리 끊어 버린 줄 모르는 군사들에게는 칭기즈칸이 자유자재로 땅에 조화를 부리는 지신(地神)으로 둔갑해 버린다.
공포에 항복하든가, 항복하지 않으려면 성 밖으로 뛰어나와 일대 결사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미 물 부족으로 기진맥진한 적군과 성 바깥에서 초원의 물을 충분히 섭취하며 전투 준비태세에 돌입했던 칭기즈칸 군대와의 승패는 불 보듯 뻔하다.
전투 결과 칭기즈칸의 군대는 사상자가 거의 없었다.
김우중도 창업할 때, 세계의 상품시장 전략을 칭기즈칸과 마찬가지로 ‘본능’ 위주로 짰다.
대우실업 초창기의 주력 상품은 일반 상품이었다.
와이셔츠, 신발, 의류, 생필품, 소모품 등이었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아무리 보호무역의 장벽이 높다 해도 이러한 생필품의 수입은 규제할 수가 없다.
오히려 국가적 차원에서 면세품으로 수입을 장려해야 하는 종류의 것들이다.
특히 쉽게 운반할 수 있는 점은 운반과정의 편리함에 기하급수적으로 물량이 늘어났다.
사후 A/S의 필요성이 적고 클레임이 적은 점도 상품의 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데 쉽게 했다.
이 생활필수품의 세계시장 공략이야말로 무저항, 무 반발, 무 출혈에 많은 이익을 결과적으로 그룹에 가져다주었고, 회임 기간이 빠른 자본력은 더욱 큰 다른 지역 시장을 쉽게 공략할 수가 있는 발판이 되었다.
김우중은 일반 상품을 필두로 점차 그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가 다음으로 공략한 것이 경공업 분야였다.
생필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계 등을 파는 것이었다.
그들의 생산 독립의식을 이용해 그에 걸 맞는 생산관련 기계 및 부품을 팔며, 생필품 생산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배가할 수 있었다.
김우중 ‘삶’ 자극하는 제품으로 승부 대우실업의 초창기 기구 조직을 보면 이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수출본부 15개 중 7개가 일반 상품부, 2개가 경공업부다.
일반상품부는 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7부로 상품별로 구분됐는데 부서의 인기는 굉장했다.
향후 제2의 김우중, 제3의 김우중을 꿈꿨던 샐러리맨이 제일 가고 싶어 했던 부서이기도 했다.
신입사원들이 적어낸 희망부서에는 1지망이 대우실업 수출본부 일반상품부였다.
기존 직원 중에서도 부서를 옮기고 싶어 위 사람에게 로비하는 일도 있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일반상품부로 이동하기는 쉽지 않았다.
실제 연말 보너스의 규모도 일반상품부 직원과 여타 부서 직원들 간의 차이는 상당했다.
심지어는 3배 가까이 차이 나기도 했다.
초창기 대우실업 매출 대부분을 이 부서에서 올렸기 때문에 당연한 이치였다.
다른 그룹의 종합상사와 비교해보면 일반상품부의 매출이 5배 이상 컸을 정도로 생필품에 관한 한 대우그룹의 폭발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일반상품부 부서 직원들은 본능적으로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일했다.
그리고 퇴직이 가장 많은 부서이기도 했다.
바로 제2의 김우중을 꿈꾸고 독립했기 때문이다.
글=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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