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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글로벌 악재 ‘동시다발’ 해법 안 보인다
[커버스토리]글로벌 악재 ‘동시다발’ 해법 안 보인다
  • 이코노미21
  • 승인 2007.1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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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침체, 中 긴축 재정 ‘핵폭풍’ … 고유가, 달러 약세, 인플레이션까지 ‘첩첩산중’ 세계 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악재란 악재는 모두 터진 듯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각국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 고유가,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기업 실적 악화까지 맞물렸다.
서브프라임 위기, 엔케리 청산 등 해묵은 과제들도 대재앙을 준비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지난 9일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20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나스닥 또한 2.5%가량 추락했다.
당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223.55포인트(1.69%) 급락한 1만3042.74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전날보다 68.06포인트(2.52%) 하락, 2627.94로 우울한 엔딩곡을 울렸다.
일본 증시 또한 암울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도쿄 외환시장은 12일, 달러당 엔화가치가 지난주에 비해 2엔 이상 급등했다.
장중 109엔대까지 상승한 엔화 가치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6개월 만의 최고치다.
세계가 신음한다.
이 같은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모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박수를 치기엔 이르다.
지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엔 캐리 트레이드 변수 영향 등으로 지난 9일보다 달러당 4.50원 올랐다.
그 결과 900원대 밑으로 떨어졌던 환율은 911.30원까지 치솟았다.
원화 환율이 오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일본 등지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의 채산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환율 반등에 섣불리 환호를 보낼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세계 경제 악재들이 불거진 데는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해묵은 숙제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침체와 금리 인하설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엔화 가치를 끌어올렸고, 이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부터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금리가 저렴한 일본 엔화를 미국 등으로 끌어들여, 투자하는 자금이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금리차익과 투자수익을 동시에 노린다.
문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여파를 강하게 받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손실 위험이 커져, 자금을 대거 철수하기 시작했기 때문. 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전세계적으로 2천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자금이 일순간에 빠져나간다면, 세계 각국은 주가 폭락과 금융경색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 역시 막대한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 증권 시장에 상당 규모의 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투자됐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것도 중국 긴축 우려와 함께 엔 캐리 자금 이탈 가능성이 대두하면서다.
ⓒECONOMY21 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수년간 국내 증시를 압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앤 캐리 트레이드 문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지난 8월 전세계를 요동치게 했던, 대형 악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유가 지속과 달러 약세 등이 미 서브프라임 사태의 악몽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미 금융시장에서도 서브프라임 사태에 잇따른 위험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미 금융당국 역시 문제의 심각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발 악재 또한 세계 경제를 들썩이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재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라는 칼을 빼들면, 또 한번 세계 증시는 급랭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은 일단 중국 주식시장부터 얼어붙게 하고, 그 여파는 지구 전체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전례를 보더라도, 중국 금리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한 장본인이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선행조치로 지급준비율 인상을 단행했다.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고 있고 시중 유동성이 커 경기 과열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2%로 현재 예금기준금리인 연 3.87%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여기에 무역흑자와 달러화 약세 등으로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지준율(지급준비율) 인상은 올해 들어 9번째나 나타난 일이다.
지난달 25일 이후 불과 2주 만에 내려진 결정. 이번 조치로 은행들은 더 많은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출이 줄어 시중 유동성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지준율 인상의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중국이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을 보탠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긴축조치는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CONOMY21 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약 중국 경제 고성장 기조와 미국 경제 연착륙만 가능하다면, 증시 활황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서브프라임 악재가 중국 경제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세계 증시의 몰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회생 가능성은? 그러나 문제의 키를 잡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주택경기 하락에서 촉발된 경기침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오일 쇼크와 달러 약세가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고조되고 있다.
물론 경제 지표만으로는 그나마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지난 3ㆍ4분기 중 미 경제성장률은 3.9%로 예상 밖의 호조를 보였다.
소비자 물가상승률 역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목표치인 2%대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의 시그널은 여러 곳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다.
산업 생산은 지난 8월 0.2% 증가에 그쳤고, 다음 달에도 0.1%로 곤두박질 쳤다.
고용 시장 역시 둔화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비 전망 역시 빛이 보이지 않는다.
미 금융당국 역시 긍정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8일 “향후 수개월간 미국 경제 성장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가 상승과 달러 약세 등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 역시 부정적 전망에 한 표를 보태고 있다.
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경제 전문가 중 60% 정도가 신용경색 위기를 절반 정도 지났다고 답했고, 25% 정도가 초기 국면이라 했다.
위기가 끝났다는 응답은 15% 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자의 80% 이상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소비자들의 소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해, 미국 경제의 비관론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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