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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회의 스트레스? 그런 거 없어요
[커런트]회의 스트레스? 그런 거 없어요
  • 김대섭 기자
  • 승인 2007.1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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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굿타임 파티’로 효율성 높여 … LG전자, ‘111캠페인’으로 생산성 향상 많은 직장인이 회의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갈 필요가 없는 비효율적인 회의에 억지로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함께 올 11월 초 직장인 1455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회의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한번에 30분~1시간 정도, 주 1~2회 회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7명은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0.7%는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로는 ‘개인(일부)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건데, 할 이유 없는 회의에 억지로 참석해야 해서’가 23.8%로 가장 많았다.
회의의 목적인 아이디어 토론과 의견 조율과는 관계없이 독단적으로 결정될 것이 뻔한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좋은 의견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18.8%), ‘길어지는 시간 때문에’(16.8%), ‘미리 애써 준비해야 해서’(11.8%), ‘내 의견에 딴죽 거는 직원들이 짜증 나서’(7.6%) 등의 순이었다.
또 직장인들은 회의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인 26.7%가 ‘장황하게 시간만 길어지고 결론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올 6월에 헤드헌팅 서치펌 스카우트 코리아와 함께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회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잘 나타난다.
기존의 회의문화에 대해 응답자의 54.1%가 ‘불만이다’라고 응답했으며 ‘만족한다’라는 의견은 20.4%에 불과했다.
회의문화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로는 ‘회의 진행, 구성이 비효율적이어서’가 39.2%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결론 없이 흐지부지 끝날 때가 잦아서’(26.1%), ‘회의가 너무 많아서’(19%), ‘회의시간이 너무 길어서’(10.8%) 등의 순이었다.
편안한 분위기로 효율성 높여 위의 설문조사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직장인들에게 대부분의 회의는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비효율적인 업무다.
하지만 모든 회의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회의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증진시키고 업무효율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이 오히려 회의시간을 절로 기다리게 만들 정도다.
ⓒECONOMY21 표
회의문화를 개선해 업무 스트레스와 과중한 시간 낭비 등을 줄여 경영성과를 향상시키는 기업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열린 회의시간인 ‘굿타임 파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10층 구내식당은 평일 저녁 6시 반이면 맥주와 안주가 제공되는 즐거운 파티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지난해 6월부터 구내식당을 저녁 6시 반부터 9시까지 열린 회의를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고 직원들에게 생맥주와 마른안주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직원이면 누구나 회의 목적과 시간, 인원을 명기해 신청하면 팀 단위로 자유로운 주제의 회의 및 이벤트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팀에서 자체적으로 간단한 안주를 준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최대 사용 인원은 하루 40명으로 여러 팀의 공동 참여를 통해 팀 간 벽을 허무는 활발한 대화의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편안한 회의문화는 오래전부터 임직원들 간의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 문화 구축에 힘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02년부터 상하 구분 및 직급 구분 없이,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구축하고자 ‘호칭폐지 운동’을 벌였다.
상대방을 부를 때 직급을 칭하지 않고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함으로써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홍보와 캠페인으로 지금은 대표적인 기업문화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제일모직도 자유로운 회의 분위기로 잘 알려져 있다.
임직원들이 회의 자리에서 아침을 먹거나 맥주를 한잔 곁들이며 편안하게 토론을 할 수 있다.
부드러운 회의 분위기를 통해 효율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시간 단축으로 생산성 향상 LG전자는 2005년부터 지루한 마라톤 회의를 없애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11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회의 자료는 최소한 1시간 전까지 공유하고 회의시간은 1시간 이내로, 회의결과는 1시간 이내 공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효율적인 회의문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LG전자의 이러한 캠페인은 지방자치단체에도 벤치마킹이 되고 있다.
ⓒECONOMY21 표
부산시는 올 7월부터 ‘1·1·1 회의시스템’을 도입했다.
회의 자료는 최소 1일 전 배포, 회의시간은 1시간 내 완료, 회의결과는 1일내 보고하기 등이 주된 내용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불필요한 회의는 줄이고 바람직스럽지 못한 회의문화는 개선해 생산적이고 품질 좋은 회의를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미팅은 29분, 회의는 49분을 넘지 말라는 ‘2949’ 회의문화 개선운동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회의실 내외부의 인테리어를 변화시켜 회의를 즐겁게 바꾸는 기업들도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오래전부터 ‘1회의실’, ‘2회의실’ 등과 같이 획일적으로 부르던 딱딱한 이름 대신 괌, 파타야, 몰디브 등과 같은 세계적인 휴양지 이름으로 바꿨다.
인테리어도 휴양지 분위기로 꾸몄다.
직원들에게 재미와 편안함을 주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회의 질과 효율성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후코리아도 마찬가지다.
회의실 이름을 야후가 진출한 세계 각국의 도시 이름으로 불러 편안함을 유도했다.
회의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회의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회의는 오히려 기업의 성장에 해가 된다.
효율적이고 편안한 회의문화를 만드는 것이 곧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임을 다시금 기억해야 할 때다.
김대섭 기자 joas11@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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