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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낙제점 줄 수 밖에 없는 암울한 사내 풍경
[스페셜리포트]낙제점 줄 수 밖에 없는 암울한 사내 풍경
  • 이코노미21
  • 승인 2007.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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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하락, 성과주의 불행의 씨앗 … 업종 · 직군 · 규모별 행복 편차 ‘극과 극’ 올 한해, 국내 경제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 때 코스피 지수가 2000P를 돌파하는 등 경기 회복 신호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상당수 기업이 매출이나 이익증가세 또한 지난해에 비해 두드러졌다.
그러나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미국의 경기 둔화, 원화 가치 상승, 고유가 시대의 지속 등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들 걸림돌이 도처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행복지수 “개선 없다” 이런 시점에서 LG경제연구원은 매년 조사를 실시하는 ‘대한민국 직장인 행복도’의 결과를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번 직장인 행복 지수 조사를 위해 한국갤럽의 자회사 ㈜베스트사이트에 의뢰, 20대~50대 직장인 548명을 대상으로 10월17일부터 24일까지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직장 생활의 비전’, ‘직장 상사·동료와의 관계’, ‘업무 만족’, ‘보상과 인정’,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 등 다섯 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행복 지수는 100점 만점에 51.5점으로 작년(49.7점)과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LG경제연구원은 “그 어느 해보다 기업들이 행복한 일터 만들기에 다양한 노력을 했던 것에 비해, 직장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행복감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CONOMY21 표
항목별로 보면 ‘직장 상사·동료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57.2점)가 가장 높았다.
반면 적절하게 여가를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는 만족도(45.8점)가 가장 낮았다.
여가 활동 및 가정생활에 대한 관심과 기대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업무 강도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과거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남성(51.9점)과 여성(50.8점)이 느끼는 행복 수준은 비슷했으나, 상대적으로 여성이 직장에서의 성장 비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성의 경우는 “과거에 비해 업무가 많아져서 야근, 휴일 근무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업종별로는 최근 증시 활황 등 금융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금융·보험 업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55.2점)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회사의 장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직군별로는 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53.5점)가 가장 높은 반면 생산·제조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가(49.1점) 가장 낮았다.
영업·마케팅의 경우 ‘보상과 인정’ 항목에서 다른 직군에 비해 만족도가 높았다.
이는 상사의 주관적인 판단보다는 매출액 등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성과 측정을 할 수 있는 지표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한 국내 기업(51.1점)보다는 외국계 기업(55.2점)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가 다소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직장에서의 성장 비전이나 자율, 주도적인 업무 수행 문항에서 만족도 차이가 컸다.
표류하는 30대 직장인 그렇다면 행복한 직장 생활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이번 조사에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직장인들(행복 지수 상위 25%)과 그렇지 않은 직장인들(행복 지수 하위 25%)을 비교해 본 결과, 행복한 직장인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서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적성에 맞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성장성만큼이나 자신이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하고, 앞으로의 경력을 어떻게 쌓아갈 것인지 명확한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두 집단 사이에 ‘직장에서의 자기 성장 비전’에 대한 만족도 차이가 44.5점으로 가장 크게 나타나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ECONOMY21 표
연령대별로 행복 지수를 보면 40~50대 점수가 높은 반면 30대가 50.2점으로 가장 낮게 조사됐다.
특히 3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현 직장에서의 자기 성장 비전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48.7점)하는 경향이 있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런 결과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갤러리족(주인 의식을 갖기보다는 구경꾼처럼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 ‘메뚜기족(한 직장에서 계속 경력을 쌓기보다는 직장을 자주 옮겨 다니는 직장인)’이 증가하는 원인을 설명해 준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흥미로운 결과는 30대 ‘대리’의 경우 행복 지수가 46.6점으로 나타나 현 직장에 대한 만족도 수준이 크게 낮은 것이었다.
역시 현 직장에서의 불투명한 미래가 불만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됐다.
또 이직 의향도 56.3%로 나타나 전체 평균(44.5%)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직장 생활의 등대 역할을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하고 직장 생활에 흥미를 잃으면서 쉽게 이직을 고려하는 세태가 반영돼 나타났다.
대기업 과장, 성과 스트레스 ‘최대’ 갈수록 성과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면서 직장인들이 느끼는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과장의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급별로 ‘성과 스트레스 점수’를 살펴본 결과, 과장이 65.1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대기업 과장의 경우에는 71.0점으로 스트레스 정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발탁과 퇴출이 일상화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과장 때부터 엄격한 승진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성과에 대한 압박이 강해질수록 개인 생활보다는 직장 업무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장 직급의 경우, ‘업무 과다로 인해 야근, 휴일 근무가 증가했습니까?’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50%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핵심적이고 성과에 직결되는 일을 한다면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직장 생활에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많은 직장인들이 자투리 업무 때문에 직장 생활에서 일할 의욕을 잃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성과에는 큰 영향이 없는 쓸데없는 일이 늘었습니까?’라는 문항에 대해 직장인들 10명 중 5명은 ‘그렇다’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서면 보고를 중시하는 기업 분위기, 매일 되풀이 되는 잦은 회의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ECONOMY21 표
조직 문화와 행복의 관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경향은 젊은 세대일수록 강한 것으로 보인다.
‘현 직장에서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에 대해 20~30대의 젊은 직장인들 중 약 30% 정도만 ‘그렇다’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30대 전후의 대리, 과장을 중심으로 한 경력직 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이 그 원인으로 판단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평생 직업은 있어도 평생직장은 없다’라는 사고가 퍼지면서 실제로 이직 기회를 찾는 직장인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직장인들 중 약 46% 정도는 ‘실제로 이직 기회를 찾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면 조직 문화와 직장인 행복 사이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LG경제연구원은 이번 설문에서는 12개의 문항으로 직장인들이 인식하는 조직의 문화를 조사하고, 조직 문화와 직장인 행복 사이의 관계를 살펴봤다.
조직 문화와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을 서로 비교해 본 결과,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조직의 직장인들이 가장 행복(54.1점)한 반면, 서열을 중시하는 조직 분위기의 직장인들은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46.3점)가 가장 낮았다.
협력과 팀워크를 중시하면서 상사, 동료 사이에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가족적인 조직 분위기가 직장인들의 행복 에너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체적으로 보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가 ‘가족적인 문화’라고 응답한 직장인들이 39%로 가장 많았으나, ‘서열 중시 문화’라고 응답한 직장인들도 32%로 상당히 많았다.
서열 중심의 조직 문화가 형성되어 있을 경우,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는데, 특히 직장 내 차별이나 성과에 대한 평가, 보상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또한 조직 규모가 클수록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많았다.
종업원 500명 이상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10명 중 5명이 자신의 조직이 위계질서와 공식적인 절차를 중시한다고 응답했다.
과거 관료주의 등으로 문제시되었던 대기업 병이 잔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LG경제연구원은 “물론 규모가 커질수록 일관성 있는 조직 운영을 위해 규칙과 질서를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그에 따라 계층 간 또는 부서 간 장벽이 생기거나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 부작용들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요소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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