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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타임머신]'세계경영' 초석은 혹독한 ‘지옥훈련’
[이코노 타임머신]'세계경영' 초석은 혹독한 ‘지옥훈련’
  •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
  • 승인 2007.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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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 가혹한 훈련으로 ‘최강군’ 양성 … 김우중, 인재양성에 천문학적 비용 투입 김우중과 칭기즈칸의 아홉 번째 공통점은 Training(훈련)이다.
칭기즈칸의 군사훈련은 무척 혹독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게다.
몽고인은 태어날 때부터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집중적 가뭄과 이르게 들이치는 강추위가 그것이다.
이것은 태풍, 지진보다 훨씬 무서워 사람을 공항상태에 빠뜨리기 일쑤다.
이같은 상황에서 몽고인들이 이겨내야 할 선결과제는 자연에 맞서는 강인함이다.
실제 몽고인의 성인식은 영하 40도의 눈보라 속에서 왕복 100㎞의 허허벌판을 말을 타고 가로 질러갔다 오는 것이다.
대략 3시간가량 참혹한 시련의 고문을 끝내고 돌아와야 진정한 몽고인으로서의 통과의례를 마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말과 일심동체가 되지 않고서는 그 혹독한 자연의 멍에를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니 몽고인은 어린아이부터 자라가는 생활 자체가 훈련의 연속이요 싸움의 기술 그 자체였다.
칭기즈칸이 혹독하게 군사훈련을 시킨 까닭이다.
칭기즈칸, 혹독한 군사훈련으로 유명 칭기즈칸은 군사들이 잠잘 때도 웃통을 벗고 맨몸으로 재웠다.
다음 날 열심히 싸우지 않으면 취침 중에 바짝 얼어붙었던 몸을 녹일 수가 없게끔 했다.
싸우면 싸울수록 얼어붙었던 몸이 녹으면서 아메바 동물같이 말을 타고 칼 활을 유연하게 휘두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군사들의 창칼, 활을 휘두르는 방법에도 일정한 형(型)이 없었다.
아니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일부러 없앴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형이라는 글자의 뜻을 보면 땅 위에 형틀을 놓고 칼로 내리치는 형상을 의미한다.
이 형(型)에 사고방식이 얽매이는 순간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동물본능을 잃고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순서와 격식대로 움직이게 된다.
이같은 형의 무술은 진정한 무술이 아니다.
싸움에는 스승이나 기술이나 가르침이 없고 오로지 알아서 싸우는 본능적인 움직임을 최대한 발휘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싸움의 달인이다.
옛날의 전투는 병력마다 창수(槍手), 궁수(弓手), 도수(刀手), 부월수(斧鉞手), 석수(石手)의 병과를 구분, 자신들이 맡은 병기만 잘 다루도록 훈련됐다.
그러나 칭기즈칸은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로 군사를 만들어 나갔다.
모든 몽고 군사들은 창, 칼, 활, 도끼, 돌의 모든 병기를 구사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고 병사 개개인이 이 모든 병기를 항상 소지하여 싸움에 임하도록 했다.
능수능란하게 자유자재로 순식간에 활, 창, 칼, 돌로 수시로 바꾸어 적의 부대를 공격하니 당할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요약하면 칭기즈칸은 첫째, 가혹한 훈련이었다.
둘째, 생활 자체에서 터득하도록 했다.
셋째, 형(型)을 없앴다.
넷째, 제너럴리스트로 육성시켰다.
김우중의 훈련방식도 칭기즈칸과 매우 유사하다.
대우그룹직원들의 교육과정은 가혹했을 정도다.
신입사원들은 1개월 교육을 받는데 새벽 4시에 기상해 5㎞를 구보하고 바로 수업 시작, 새벽 1시에 과정이 끝난다.
새벽 1시에 30분간 하루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결국 1시 반에 취침했다.
신입생 가운데 중간 탈락자가 많이 생긴 것도 이같은 혹독한 과정 때문이다.
교육 중간의 쉬는 시간에도 애국가, 대우가족의 노래 등을 부르게 해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신입생 교육은 하지만 ‘고통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입생교육을 무사히(?) 종료하면 배치받은 계열사로 가는데 그곳에서도 2주간의 실무교육을 거쳐야 한다.
2년 후 승진하기 전 보수교육이 있고, 다음 단계로 승진하게 되면 승진직무교육이 있고, 또 2년 후 보수교육이 있게 되는 직급마다 반복과정을 밟게 된다.
보수, 승진교육 말고도 수시로 특별교육이라는 게 있어 글자 그대로 지옥훈련의 연속이었다.
교육수료 후의 성적표가 정기 인사고과에 반영되므로 제대로 성실하게 교육을 받지 않으면 결국은 자신에 손해가 돼 버린다.
때문에 대우그룹의 교육훈련비용만 해도 천문학적인 숫자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구조조정본부와 계열사 사장단들이 연이어 교육훈련의 축소를 건의했지만 그때 되돌아온 김우중의 답은 항상 다음과 같았다.
“세계경영을 발로 뛰어야 할 수출전사들에게는 이런 시련도 감내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있어야 하며 교육훈련의 비용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R&D 비용이다.
또한 이 비용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회사의 인재육성(HUMAN RESOURCES) 비용이다.
따라서 현재 회계기준에서 이 비용을 ‘비용’으로 간주하는 방법이 틀렸고 이연자산에 인력자산계정을 만들어 자산화해야 한다.
” 기업은 곧 사람이다.
사람의 교육훈련에 따라 사람의 질이 달라지고 기업의 운명이 달라지는 법이다.
그 당시 인력교육훈련비용의 이연자산 계상에 관한 아이디어는 신선했다.
아직까지 실현되어 있지 않았지만 흘려 넘길 수만은 없는 이슈인 것은 틀림없다.
이 작은 사례 하나만 봐도 김우중이 인력교육훈련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었는지 예측할 수 있다.
교육훈련의 과정에서도 직원이 자기의 특정분야만 알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회사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닥친 어떤 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함에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인력교육에 남달리 힘쓴 김우중 생산 분야에 가면 그들은 회계와 영업은 모르고, 회계분야에 가면 생산은 자기와는 관계없는 별다른 조직으로 취급하게 된다.
또 영업 분야에 가면 원가에 관계없이 실적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팽배된 상황이었다.
심지어는 생산과 영업 파트는 견원지간 같은 관계로 인식되기도 했다.
전체 회의를 하게 되면, 생산이 잘못되었다는 둥, 생산은 괜찮은데 영업이 잘못되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게 다반사였다.
판매부진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남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였다.
김우중은 결단했다.
모든 직원들에게 자기의 전공을 불문하고 기업의 모든 부문 즉, 경리, 회계, 영업, 생산 ,자금, 자재 분야를 공통으로 가르치도록 구조본에게 지시를 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대방의 업무를 모르고는 이러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가를 알고 생산해야 하고 영업을 하는 사람도 기술과 품질을 알고 팔아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훈련으로 대우직원들은 전천후의 기업지식을 알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되고, 지금도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대우출신들의 평판이 좋은 것은 이와 같은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첫 번째 이유 역시 양질의 인력 때문이라고 한다.
대우그룹은 망했어도 현재까지 남아 있는 양질의 고급 인력이 다른 기업에서 꽃을 피우고 있을 것을 의심치 않는 바이다.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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