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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타임머신]배보다 배꼽이 크면 ‘필패’한다
[이코노 타임머신]배보다 배꼽이 크면 ‘필패’한다
  •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
  • 승인 2008.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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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 단순한 식량 개발해 세계 제패 … 김우중 인력 단순화로 세계 경영 초석 김우중과 칭기즈칸의 열한 번째 공통점은 ‘단순명료(Simple)’이다.
칭기즈칸은 전쟁에서 가장 지켜야 할 덕목으로 단순명료를 꼽았다.
옛날 중국의 수나라는 고구려와의 싸움에서 백전백패했고 그 여파로 패망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현군으로 추앙받는 당나라 이세민도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패배해 목숨을 잃었다.
과연 중국 300만 대군과의 싸움에서 고구려가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물론 고구려의 을지문덕, 연개소문 등의 명장과 고구려 국민들의 상무정신이 그 밑바탕임은 두말할 필요 없다.
하지만 필자는 단순명료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병참 단순화한 칭기즈칸 중국은 300만 대군을 모집해 전쟁에 임했다.
이 거대한 대군을 유지 이동하기 위한 병참이야말로 승부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 것. 300만 대군 중 실제 전투요원은 100만에 불과했다.
그보다는 이 전투요원을 먹여 살리기 위한 별도의 병참요원이 거의 갑절이나 되는 200만 명에 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300만 대군을 1년 이상이나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물량의 식량과 군수물자가 절대적인 준비사항이었을 것. 전쟁에서 전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병참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전쟁인력의 구조적 문제는 전쟁의 참패를 미리 예견해 주는 전주곡일지도 모른다.
이 병참의 문제를 분명하게 혁신적으로 개선해 전쟁을 가장 효율적으로 치러낸 지구 최초의 전략가가 바로 칭기즈칸이었다.
몽고인들의 병참은 실제로 간단하고 단순명료했다.
말이나 양 한 마리의 고기를 말려 압축한 육포는 조그만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부피가 작을 뿐만 아니라 영양가가 대량 함축돼 각 군사들이 개별적으로 휴대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군량이었다.
또한 말 젖을 음료수인 양 휴대했다.
그 당시 육포와 말젖은 가장 간단하고도 유용한 군사들의 식량이었다.
더구나 옆 주머니에 차고 전투할 때마다 말 위에서 꺼내먹는 육포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훌륭한 전략이었다.
갑절이나 필요한 병참 인력이 불필요해지고 전투원 스스로 병참원이 되는 일석이조의 단순한 인력구조가 됐다.
김우중 “단순한 생산구조 갖춰라” 이런 ‘단순명료’의 개념이야말로 전쟁에서 이기는 절대 불가결한 요소임을 칭기즈칸은 역대의 전쟁을 통한 사례에서 알 수 있었고 이 교훈을 즉각 실천에 옮겼다.
결국 전투원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은 불필요한 군수물자의 낭비와 지원체계에 따른 시간 낭비를 막아 세배 아니 몇십 배 이상 가는 전투 효율을 가져 올 수 있었다.
김우중도 간접인력의 패해와 부담을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었다.
실제 기업의 구조를 보면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매출을 올리는 생산부서 및 영업부서를 포함하는 직접부서와 이를 간접 지원하는 인사부, 경리부, 기획부, 자재부, 등의 간접부서 두 부문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통상 직접부서를 기피하는 의식으로 인해 간접부서의 기구 및 인력이 비대 해지는 경향이 많았다.
전투원보다 병참원이 더 많은 식이었다.
김우중은 전 계열사의 기구조직 개편 때마다 간접부서의 축소와 직접부서의 확대를 항상 기본 모토로 삼았다.
심지어는 모든 직원들의 직접부서 순환근무를 강제화해 전 직원들의 전투원화를 꾀했다.
모두가 일선에서 뛰는 전투원의 자세를 주문했다.
본사를 대부분 공장으로 이전시키는 조치를 취했을 뿐만 아니라 제품의 생산에 있어서도 단순명료함을 요구했다.
제품이 단순하지 않으면 병참간접비용이 많이 든다는 논리였다.
운송비용, 고객으로부터의 클레임은 말할 것도 없고 복잡한 데 따른 AS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대우는 심플한 섬유수출을 필두로 하여 중후장대 하지만 심플한 건설, 기계, 자동차 쪽으로 초점을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대량의 비용절감 이점을 노려 세계로 밀어내는 수출제품의 막대한 물량은 대우그룹의 확장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단순명료, 전쟁에서 이기는 불가결한 요소 그러나 반면에 무시 될 수밖에 없는 복잡하고도 섬세한 IT 산업과 R&D부문, 패션디자인부문에의 소홀은 대우그룹의 장기적 파워를 감퇴시키는 절대적 요인이 되기에 충분했다.
위기 도래 시 가장 버팀목을 해 줄 수 있는 무기는 심플한 대량의 수출이 아니라 경쟁자가 가지지 못한 새로운 기술의 신수종사업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제품은 바람 불 때 태풍같이 불지만 잠잠할 때는 그야말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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