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34 (금)
[편집장의 편지]아버지 술잔은 눈물이 절반이다
[편집장의 편지]아버지 술잔은 눈물이 절반이다
  • 이코노미21 편집장 한상오
  • 승인 2008.01.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해부터 아니 지난 연말부터 불안한 경제 때문에 온통 난리입니다.
합본호를 제작 중이던 금주에는 연일 주식시장에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불어온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은 다시 주식 폭락장을 연출했고, 또 미국 금리 인하 결정은 곤두박질치던 주식시장에 안도의 한숨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승승장구 할 것만 같았던 펀드시장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자금시장으로 러시를 이루던 펀드자금이 유입속도 둔화를 넘어 대규모 환매로 야기되는 ‘펀드런’의 위협까지 회자되었습니다.
지난해 펀드로 재미 좀 봤다던 주변사람들이 1년간 벌었던 자산을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몽땅 잃었다며 하소연입니다.
그들과 마주앉아 허탈감을 달래던 술잔이 무척 쓰다고 느껴졌습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도 정신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경제부처 지인들과 친구들이 이번 통폐합 되는 당사자들이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철밥통’ 운운하며 야유에 가까운 지청구를 했었지만 왠지 축 처진 그들의 어깨를 볼 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참 오랜만에 그들과 함께 대폿잔을 기울였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로 올해 합본호는 설 분위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아니 잡지에서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설을 맞이할 여유도 겨를도 없었습니다.
각박한 세상을 탓하며 서로 배려하기보다는 제 것부터 챙기려 하는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 탓입니다.
현실을 그대로 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래도 때가 되면 무엇이라도 달리 해봐야 한다는 자책에 뒤엉켜 고민하다가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꼭지가 ‘고향 가는 길에 꼭 들러야 할 잊지 못할 맛’입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우리 잡지에서는 조금 쌩뚱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축 처진 어깨, 허탈한 사슴 쓸어안고 맛있는 음식 한 그릇에 세상의 근심을 조금이나 덜어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때마다 생각나는 기억이 있습니다.
사회 초년병 시적 한 대폿집 구석에서 불콰해진 얼굴로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 인겨”하고 혼잣말을 되 내이던 어느 술꾼의 이야기가 말입니다.
그 술꾼의 얘기대로 요즘 우리 ‘아빠’들의 술잔에는 눈물이 담겨있습니다.
명절 지낼 돈 걱정하는 가장부터 직원 급여 걱정하는 중소기업 사장, 언제 사오정이 될지 모를 공무원까지. 그 처지는 모두 다를지언정 분명 그들은 ‘아버지’로서의 고민과 번민 때문에 오늘도 눈물을 마시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아버지가 된 우리들도 눈물 섞인 술잔을 단숨에 들이 마시고 다시 생활의 터전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랜만에 올 설은 긴 휴일이 이어집니다.
사랑스런 가족과 행복한 명절 보내시고 새로운 한 해에 마시는 술잔에는 눈물보다는 소망과 웃음을 담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부디 고향길 잘 다녀오십시오. 이코노미21 편집장 한상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