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인증인 ISO 14000이 ‘환경장벽’으로 작용했듯 ISO 26000이 ‘CSR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환경은 물론 기업의 투명성이나 사회공헌활동까지 염두에 둔 경영을 펼쳐야만 하는 시대에 봉착했다.
제품력만으로 승부하던 시대가 환경장벽에 막혀 종말을 맞았다면 이제는 사회구성원으로부터 좋은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실이 이렇지만 우리 기업현장에서 여전히 의문을 가지는 부분은 ‘CSR은 투자’라는 명제의 체감온도가 낮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동감하지만 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들을 한다.
광고 등 각종 홍보 마케팅 방법에 비해 효과가 더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현재 진행중인 CSR활동이 수혜자들이나 사회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경영전략과의 일체화 美 경제지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의 단골 수상자인 제네랄 일렉트릭(GE)은 환경경영의 성공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SRI펀드인 DJSI World의 포트폴리오에서도 비중이 높은 기업중 하나다.
물론 GE가 처음부터 친환경적인 기업은 아니었다.
1977년 폴리염화비페닐(PCB) 생산 및 사용이 금지되기 전까지 수십년 동안 뉴욕 허드슨 강에 130만 파운드(약 600톤)의 오염물질을 방류하기도 했다.
이후 GE는 환경오염을 막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2005년에 이르러는 ‘친환경적 상상력(Ecomagination)’이라는 경영전략을 채택, 발표했다.
GE는 이 전략을 꾸준히 실행해 현재는 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GE는 전략 발표 이후 탄산가스 배출 축소 등 친환경을 위한 R&D투자 규모를 매년 2010년에는 15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GE는 45개의 새로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 2006년에는 전년대비 2배인 120억 달러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GE처럼 경영전략과 CSR전략의 일체화를 통해 지속성장을 현실화하고 있는 기업들 중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가 있다.
맥도날드는 ‘아동복지 분야’에 관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사회공헌에 주력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세계 어린이의 날을 지정해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특별한 행사를 개최하는 등 아동복지라는 한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아동복지 기업을 꼽을 때는 맥도날드를 맨처음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맥도날드가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 2004)’ 등을 통해 증폭된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완중 금융시장팀 수석연구원은 “맥도날드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사회공헌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함께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며 “맥도날드의 사례는 국내기업들이 어떻게 차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할 것인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프로모션, 기업이미지와도 조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전세계 소외계층 청소년에 대한 지원과 비인기 종목과 지역민과 함깨 할 수 있는 부분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을 필두로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까지 승마와 요트를 제외한 전 종목에 최다 종목을 지원하는 다국적 스포츠 종합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아디다스의 사회공헌의 특징은 경쟁사인 나이키와의 광고 프로모션 전략을 통해 유추할 수 잇다.
나이키가 대표적 스포츠 스타들을 앞세운 ‘Wanna Be’효과를 노린 프로모션 광고를 주로 노출하는 반면 아디다스는 같은 스타들을 앞세우더라도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 도전’이라는 이슈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나이키가 유명농구선수를 앞세워 용을 뛰어넘어 덩크슛을 하는 장면으로 중국에서 역효과를 본 반면 아디다스의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Impossible Is Nothing)’ 시리즈 광고는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착실하게 기업이미지를 대변하고 있다.
아디다스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에릭 리드케 부사장은 이 켐페인의 목적에 대해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이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흘린 눈물과 고통의 이야기들을 통해 모든 이들이 겪는 인생의 좌절에서도 용기를 얻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공헌에 있어서도 이 같은 기업의 철학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레드볼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스포츠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아래 부족한 교육 현실과 전쟁, 가난, 질병 등으로 고통 받는 아동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스포츠의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됐다.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전세계 530여개의 아디다스 매장과 국내 7개 아디다스 직영점을 통해서 미니 레드볼을 판매한다.
또, 전세계 20여개국에 약 10만개의 레드볼을 지원하고 있다.
CEO가 앞장서 독려해야 CEO가 솔선수범해서 사회공헌에 나설 경우 조직원들의 참여가 활발해져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최고경영자가 강력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TOP-DOWN’ 방식이 보편화 된 국내 기업에게 시사점이 있다.
볼보건설기계의 에릭 닐슨 사장은 지난 7년동안 여름 휴가를 떠난 기억이 없다.
매년 휴가를 반납하고 ‘사랑의 집짓기’를 진두지휘 한다.
한국사회의 훌륭한 기업시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에릭 닐슨 사장의 열정은 글로벌 기업들이 진행하는 현지화 전략에 따른 단순한 수준이 아니다.
그는 해외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현지직원들에게도 한국에서 진행되는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한다.
한국에서 시작된 사랑의 집 짓기 운동을 볼보건설기계 그룹 차원으로까지 전파해 나간다는 의지를 현실화 시키고 있다.
볼보건설기계 관계자는 “지난해 행사에 참여한 독일인 아이크 폴(Eike Pohl)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땀흘려 일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앞으로 더 많은 독일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주위 동료들에게 적극 추천할 것’이라 말하는 등 매년 해외 근무자들의 한국 행사 참여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평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꾸준한 실천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에릭 닐슨 사장은 이 기간동안 직원들에게도 유급휴가를 제공함으로써 적극적 참여를 독려한다.
덕분에 부부동반이나 가족 모두가 행사에 참가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참가한 오용태 상무는 “아들에게 참된 봉사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뜻 깊은 방학을 선물해 줄 수 있어 더 없이 좋았다”라고 밝혔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성공적인 CSR을 위한 4가지 방법론 전사적 관리 가능한 조작시스템 구축 삼성경제 연구소 조희재 연구원은 “기업의 CSR활동은 사회에 대한 ‘무한책임’이라기 보다 ‘기업성과’와 ‘사회적 기여’의 조화를 의미한다”며 성공적인 CSR을 위한 4가지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전체적 시각을 가져라 CSR은 기업성과와 환경경영, 정도경영, 사회공헌의 조화다.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주변환경에 따라 최적의 CSR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2. 공감대를 형성하라 주주, 직원, 소비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하면 효과적이다. 기업 내부적으로 볼 때 합리적 노사문화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3. 경영전략과 CSR전략을 일체화 하라 미국 기업 GE와 같이 양자를 일체화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공헌활동도 사업’이라는 마인드로 관련 제도와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4.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하라 기업의 CSR활동을 전사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CSR 관련 국제표준과 같은 CSR장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일반적으로 ECO는 생태학(Ecology)으로 해석되나 간혹 환경(Environment)과 경제(Economy)까지 내포하는 것으로도 풀이되기도 한다. GE의 Ecomagination 전략은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환경과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이윤창출과 성공적 CSR활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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