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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MB의 두바이 '허상'
[이슈]MB의 두바이 '허상'
  • 김영욱 전문기자
  • 승인 2008.0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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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왕국 통 큰 국정지휘에 매료 금융선진화·관광산업 두바이 벤치마킹...'두바이노믹스'말까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중동 두바이(Dubai·아랍어로 메뚜기라는 뜻)를 닮고 싶어 한다.
(?) 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는 서울의 6.4배, 제주도의 2배 크기, 인구 145만명의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현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교통 신호등보다 초고층 건물을 짓기 위한 타워크레인이 더 많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개발이 한창이다.
전 세계 타워크레인의 10%가 두바이에 몰려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두바이 앞 바다에 들어선 세계 최대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는 세계 8번째 불가사리로 꼽힌다.
망망대해 위에 6년동안 바위 700만톤, 모레 9천400만㎥를 쏟아 부어 560만㎡(170만평)의 해상 인공 신도시를 세운 것이다.
또 삼성건설이 지난 2005년 2월 첫 삽을 뜬 160층(높이 800m)짜리 세계 최고 빌딩은 ‘버즈 두바이’는 올해 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현존 최고 높이인 대만의 타이베이 금융센터 508m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이같은 투자성공으로 지금 두바이에는 미국 포춘지 선정 500개 기업 중 150개 기업이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으로 있다.
이명박, 두바이 첫 오일머니 투자유치 이 당선인은 지난 15일 20억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두바이(Dubai)로부터다.
성사된다면 이명박 정부의 첫 해외투자 유치 사례다.
이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두바이가 (연간)1억명이 드나들 수 있는 국제공항을 건설할 계획을 세운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으며 실현가능하다고 본다”며 “한국이 UAE와 경제협력뿐 아니라 관광 등 양국 교류를 강화해 항공편 증편 등 많은 사람이 왕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두바이에 갔을 때 놀라운 것은 국왕 생각이 그 아래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똑같았다는 것”이라며 “두바이는 21세기 지구에서 계속 놀라운 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 극찬했다.
이처럼 이 당선인이 두바이를 극찬하며 새 정부 정책 방향과 관련, “벤치마킹 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주변에선 ‘MB노믹스’가 ‘두바이노믹스’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당선인와 두바이와의 인연을 잘 설명해주는 일화 하나. 2007년 4월10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국왕 셰이크 모하메드가 접견실에서 외국의 한 정치지도자를 만나 환담하고 있을 때였다.
모하메드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두바이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자의 전화였다.
모하메드 국왕은 통화했고, 대화는 중단되었다.
외교적 결례였다.
그러나 외국의 정치지도자는 이런 모하메드 국왕의 행동에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배워야 할 자세라며 감동했다.
그가 이 당선인이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자 본 대로 했다.
다른 누구보다 먼저 재계 총수를 만났고,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직접 연락하라고 했다.
전방 GP에서 사병을 만났을 때는 “일자리가 없으면 내게 전화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하메드 국왕은 ‘두바이 신드롬’을 일으킨,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도자다.
200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세계를 변화시킨 100명의 지도자’에 선정하기도 했다.
모하메드 국왕은 이 당선인이 이렇게 따라 배우고 싶을 만큼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전화 한 통화, 말 한 마디로 해결하는 그 신속성과 효율성은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 당선인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이에 따라 이 당선인은 최근 한반도 대운하, 새만금 신발전계획 등을 추진하기 위해 중동 오일달러 유치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물류운하’에서 ‘관광운하’로 내우세우며 사막에 운하을 건설한다는 두바이의 예를 들었고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키우고 싶다는 말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이 당선인은 자신을 감동시킨 모하메드 국왕의 통 크고 시원스러운 국정지휘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당선인이 두바이에 깊게 빠질 수 있었던 단초”라고 귀띔했다.
금융선진화·관광산업 “두바이가 모델”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 어젠더 중 하나가인 금융선진화도 두바이와 무관치 않다.
서울시장 시절 금융허브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으며, HSBC 아태회장을 지낸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기구(DIFCA) 회장을 인수위 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으로 모셨다.
이 당선인은 작년 10월 세계지식포럼에서 “성장의 혈액 구실을 할 금융선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두바이가 그 모델”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관광·레저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구상도 두바이를 모델로 하고 있다.
최근 두바이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나 볼 수 있던 관광단지들이 생겨나 미국·유럽·아시아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두바이는 지난해 7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지만 2010년에는 1천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바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0%나 차지할 정도로 관광·레저산업이 핵심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구상은 새 정부 들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 진작과 투자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작년 100억달러에 달하는 관광수지 적자가 문제라는 공감대는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올해 초 재경부 경제정책국이 주도해 발표한 경제운용 방향에도 별도의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하반기까지 마련해 발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신성장동력이 될 산업으로 의료·보건과 에너지·환경과 함께 관광산업을 포함한 바 있다”며 “이 당선인도 두바이를 예로 들며 관광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광산업과 관련해 실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두바이와 같은 각종 출입국규제 추가 완화와 정책 지원, 면세품 판매 활성화, 특화된 관광 상품 개발 등이 꼽힌다.
이 당선인은 그 동안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인 중동 국부펀드들이 최근 곤경에 처한 세계 경제최강국 미국 금융가를 상대로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는 것도 주목하고 있다.
실례로 미국 최대은행인 씨티그룹은 지난해 11월 시가총액 절반에 달하는 모기지 부실을 처리하느라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A)로부터 75억 달러의 자금을 수혈 받았다.
ADIA는 875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자랑하며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
중동 오일머니는 이렇듯 투자를 기다리는 세계 각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 당선인은 취임 직후 모하메드 국왕과 함께 하비브 알 뮬라 두바이금융서비스청(DFSA) 전 의장의 방한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도 주목거리다.
김영욱 전문기자 ky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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