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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라면에 눈물 흘리다
[편집장의 편지]라면에 눈물 흘리다
  • 한상오 편집장
  • 승인 2008.0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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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라면이 사람들을 울렸습니다.
그 맛이 매워서 눈물이 난 것이 아니라 서민의 끼닛거리로 애용되는 라면 값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라면과 과자 가격이 100원씩 인상되었습니다.
업계 이야기로는 원재료의 값이 올랐기 때문에 부득이하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가격인상은 이미 예고된 이야기였지만 서운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경제학 측면으로는 맞습니다.
그리고 그깟 100원 오른 것에 뭐 그리 민감하게 대응하느냐는 면박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면’이기 때문에 100원씩이나 오른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가 어렸을 때 ‘라보떼’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라면으로 보통 떼우다’는 얘기입니다.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다’는 얘기처럼 한참 먹을 나이인 그때에 라면을 주식으로 사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거나 지방의 중소상인의 아들들로 서울로 유학을 온 친구들입니다.
고향에서 올라오는 생활비가 많지 않다보니 대부분 밥 먹는 날보다 라면 먹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라면을 자주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며, 아니면 주경야독으로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차가운 날씨와 허기를 달래주는 고마운 먹을거리가 바로 라면입니다.
지금 경제계는 곡물과 철강석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발단이 된 문제이지만 우리 경제에는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이어온 연간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주요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역수지가 5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언입니다.
그러잖아도 연초부터 생활물가가 오르고 등록금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허리가 휠 지경인데 기초생필품 가격까지 치솟아 서민들의 삶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2월말 전국 대학교는 학위수여식이 열렸습니다.
캠퍼스 곳곳에 꽃다발을 들고 있지만 졸업생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습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취업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사회에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이때 일부는 다시 학원으로, 또 일부는 취업전선으로 그냥 내몰리고 있습니다.
낭만도 없고 꿈도 무너진 처절한 생업의 전장으로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300만개 일자리 창출 악속이 미덥지는 않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지켜기 버거운 약속이지만 말입니다.
라면을 먹고 흘리는 눈물이 서러움에 울컥하는 눈물이 아닌 정말 ‘매워서’이기를 바랍니다.
이코노미21 편집장 한상오 hanso1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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