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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벼랑 끝 닷컴의 마지막 선택 콘텐츠 유료화
[커버스토리] 벼랑 끝 닷컴의 마지막 선택 콘텐츠 유료화
  • 이원재
  • 승인 2000.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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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몰린 인터넷 기업들이 승부수를 집어들었다.
특명 ‘콘텐츠 유료화’.
몇달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기업의 수익모델은 명쾌했다.
‘가입자를 늘린 뒤 광고 유치나 전자상거래를 통해 매출을 키운다.
’ 사람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자산으로 수익을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닷컴기업들은 이 모델을 충실히 따랐다.
미래성장성을 담보로 이른바 펀딩에 들어갔고, 사람들은 기꺼이 주머니를 털어 인터넷 산업의 미래에 투자했다.
조성한 자금은 광고와 경품공세에 과감하게 투입했다.
가입자는 구름같이 모였다.
이제 수익을 만드는 일만 남은 듯했다.
닷텀 기업을 배반한 배너광고, 전자상거래의 수익성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철석같이 믿었던 배너광고의 광고효과가 의심받기 시작했다.
인터넷 광고시장은 예상했던 것처럼 폭발적으로 커지지 않았다.
전자상거래를 시작했지만 손에 쥐는 수수료는 눈꼽만큼에 불과했다.
그나마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번번이 밀리기만 했다.
투자자들은 마음이 급했다.
수익모델을 내놓으라고 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주가는 날개없는 새처럼 추락했고, 마음좋은 아저씨같던 벤처투자자들은 슬금슬금 발길을 끊었다.
‘닷컴 IMF’라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닷컴기업들은 등을 떠밀려 수익모델을 찾아나섰다.
어떤 기업은 오프라인 기업과 손을 잡았고, 어떤 기업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다른 벤처기업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기업들은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공짜로 제공하던 콘텐츠에 값을 매겨 팔면 어떨까. 콘텐츠 유료화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같다.
살아남기 위해선 누군가 해야 할 일이지만, 잘못되면 홀로 목숨을 잃는다.
게다가 이제까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미끼에 그쳤던 콘텐츠를 이제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상품으로 변신시켜야 한다.
유료화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동시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유료화가 결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온라인 게임이나 성인 전용 인터넷방송의 성공은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몇몇 교육 사이트들은 ‘공짜과외는 없다’며 콘텐츠 유료화를 실험하고 있다.
일부 증권 사이트들은 이미 유료화로 수익을 내고 있다.
뉴스 사이트들은 기업이나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B2B 콘텐츠 판매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가장 큰 벽 은 “정보는 공짜다”라는 인식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한달에 3만~5만원의 이동통신요금은 기꺼이 부담하면서 인터넷 콘텐츠에는 한푼도 내지 않으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가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닷컴기업들에게는 희망의 불이 켜진 셈이다.
물론 많은 유료 사이트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일부는 스스로 실험을 접기도 한다.
“한국에는 아직도 정보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한탄하면서. 이 이 험난한 ‘콘텐츠 유료화’의 길을 먼저 걸어간, 걷다가 넘어진, 이제 발걸음을 내딛는 기업들을 찾아가 그들의 전략을 들여다봤다.
가장 분명한 것은, 아직도 모범답안은 없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 있다.
고양이 목에 누가 우렁찬 방울을 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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