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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도둑처럼 다가온 잔인한 형벌 '스태그플레이션'
[커버스토리]도둑처럼 다가온 잔인한 형벌 '스태그플레이션'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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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불투명...제조업 BSI도 하락 , 기업들 투자 꺼려 천정부지 원자재가 당분간 지속...물가 안정 어려울 듯 국제 원자재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의 급등세를 보이면서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단순한 인플레이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는 와중에 물가까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깊숙히 빠지면 정부의 안정화 정책은 무용지물이 되기 일수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팽창정책을 쓰면 경기침체는 계속되고 물가만 오른다.
반면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을 쓰면 물가상승은 멈추지 않고 경기침체만 심화된다.
문제는 미국경제 등 외부여건에 큰 영향을 받고있는 우리 경제 역시 같은 처지라는 데 있다.
북풍한설과도 같은 외부요인들은 고성장과 경기회복을 자신하던 정부의 각종 전망들을 휴지통에 던지게 만들었다.
근거 없는 낙관에 젖어 성장의 핑크빛 꿈속을 헤매는 동안 현실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엄혹한 장애물이 차근차근 설치되고 있었던 셈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악몽’ 현실되나 지난 3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원자재와 곡물 등 실물로 이뤄지는 상품시장의 물가 수준이 1970대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든 급등세를 보임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불안에 투자자들이 실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으며 상품시장에 대한 개발도상국들의 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는 현 추세가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21 표
물론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보통등급의 ‘알트에이 모기지’의 부실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미국의 스태그플래이션 진입은 기정사실화 돼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이 낮은 수준의 스태그플래이션에 진입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안태강 연구원은 “향후 추가적인 악화 정도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미국 경제는 낮은 수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영구적 저성장 수렁에 빠질 가능성도
ⓒ이코노미21
우리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주요 원인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시장안정을 위한 미국의 거듭된 금리 인하 → 달러 가치가 하락 → 투자 자금 금융에서 실물로 이동 → 원자재 및 상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외길수순은 우리나라 경제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에 가격 상승을 노린 헤지펀드 등 투기 자금이 가세하면서 원자재와 상품가격이 끝없이 치솟고 있다.
6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동결, 유로화에 대한 미 달러화 가치의 최저치 경신 등의 영향 속에 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95센트(0.9%) 오른 배럴당 105.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으로 105달러를 최초로 돌파했다.
장중에는 105.97달러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과 1개월만에 무려 20달러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같은 날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2.94달러 뛴 96.14달러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금 값은 온스당 10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뉴욕 시장에서 금은 지난 3일 전날보다 온스당 9.2달러 오른 984.2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17% 올랐다.
백금은 온스당 2241.6달러, 구리는 파운드당 3.92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곡물가격은 ‘미쳤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폭등했다.
미국 농무부(USDA)와 농촌경제원 자료에 따르면 옥수수의 단위당 국제 거래가격은 2006년 88달러에서 올 2월 기준 198달러로 2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142달러였던 밀은 3배에 가까운 398달러가 됐고, 콩은 214달러에서 487달러로 치솟았다.
쌀 값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 4일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는 태국의 쌀 가격이 지난주 t당 500달러를 넘어서면서 89년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산은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수급상의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투기자금의 유입에 의해 시장이 교란된 측면을 고려할 때 당분간 지난해 말 수준에서 원자재 가격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 잡기
ⓒ이코노미21
미국에 이어 우리 경제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근거는 경기나 물가와 관련된 대부분의 지표가 악화일로이기 때문이다.
원자재, 곡물가격 상승의 후폭풍에 알몸으로 노출된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관리목표범위(3.5%)를 벌써 2개월째 넘어섰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전보다 3.9% 급등해 4개월째 3% 중·후반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는 OECD 회원국들의 1월 CPI 평균인 3.5%보다 높은 수준이다.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도 5.1%나 치솟았다.
전체 소비자물가가 3.9% 오른 것에 비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5.1%로 2005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000가구 가운데 99.1%가 치솟는 물가를 체감하고 있고 41.4%가 지출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물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하는 계층이 서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치솟는 물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밝힌 ‘2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6개월 뒤의 경기·생활형편·소비지출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각종 지수들이 일제히 떨어졌다.
소비자 기대지수는 103.1로 1월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기준치 100을 넘어 지금보다 6개월 뒤의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하락폭이 2004년 5월의 5.9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는 점에서 소비심리 위축이 심상치 않음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경기 기대지수는 1월보다 5.2포인트나 떨어진 100.1을 기록해 간신히 기준치를 넘었다.
생활형편과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지수도 각각 2포인트와 1.2포인트 떨어졌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 생활형편을 평가하는 '소비자평가지수'도 2월에 81.8을 기록, 전월(82.7)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92.5를 기록하던 소비자평가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식물가도 올랐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들어 1~2월 두 달 동안 외식물가는 1.1% 올라 같은 기간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0.8%)을 뛰어넘었다.
39개 외식 품목 중 가장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자장면(9.2%)이었고 짬뽕(7.9%), 볶음밥(6.2%), 칼국수(4.9%), 분식집 라면(3.8%)이 그 뒤를 이었다.
서민들의 단골 메뉴인 김치찌개 백반(2%), 된장찌개 백반(1.7%), 김밥(1.5%), 설렁탕(1.2%) 등은 전체 외식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교육비도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의 3배에 이른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32년 동안 물가가 8배 오르는 동안 대학 등록금은 무려 26배나 뛰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선행지표의 성격을 지니는 원재료와 중간재가격이 작년 동월대비 17.3% 상승했다.
지난 1998년 10월 20.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년동월비 경기선행지수는 지난달보다 1.1%포인트 하락해 지난 2003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는 앞으로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지표로 경기가 곧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동안 내수의 한 축을 담당했던 투자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다.
1월 설비투자는 작년보다 0.9%가 감소했다.
지난해 9월을 제외하면 지난 2년간 설비 투자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선진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원유와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고 있어, 기업들의 어려움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전망지수(BSI)와 전경련 계절조정 BSI 모두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기업 심리지표도 좋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발표한 ‘최근 경기변화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48.4%가 현 시점의 올해 경기전망이 2008년 경영계획을 수립할 당시(2007년 10~12월)보다 악화됐다고 인식했다.
이미 새 정부가 약속했던 경제성장은 7%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올해 6% 성장도 물 건너 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일각에서는 ‘4%대 정도면 성공’이라는 말도 나온다.
무역수지와 주식시장 등의 경제지표가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34억 달러 적자로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수입 급증으로 전체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건 때문인지 요즘 취재현장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성장’이 아니라 ‘물가’”라는 말이다.
새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이미 논외다.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 경제의 현재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고 있는 징조가 보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 조차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언급이 나올 정도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미 지난달 초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 바 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최근 체감실업률과 생활물가상승률이 각각 6.5%와 5.1%로 두 숫자를 합한 경제고통지수가 11.6이나 되는 등 지난해 9월 8.5를 기록한 이래 연속 상승세”라며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1990년대 6.5% 수준이었던 잠재성장률이 2000년 이후 신산업발전의 부진으로 4.8%까지 하락했다”고 지적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가 방향감각을 잃고 주저앉아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에서 탈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 추세로 나갈 경우 203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1% 내외까지 하락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영구적인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빠져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설명이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미래 식량확보 대비해야ⓒ이코노미21
‘애그플레이션(agflation : 곡물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이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
최근 식품업체들이 라면과 스낵류 가격을 100원가량 인상했다.
자장면, 빵, 우유,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최근 2~3개월 새 10~20% 정도 오른 품목이 많다.
최근 곡물가 폭등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식품 소비량이 크게 늘었지만 기상 이변 등으로 미국의 밀 수확이 큰 차질을 빚었고 곡물 수출대국인 호주와 캐나다 유럽의 작황도 좋지 않다.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 것이다.
또, 선진 각국이 바이오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에탄올 등의 연료로 쓰이는 옥수수, 사탕수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국제 투기자금이 곡물 선물시장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아 농산물 가격 급등을 부추기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대두된 것이 식량을 무기화 하는 자원민족주의다.
20세기 자원전쟁의 핵심이 석유였다면 이제는 식량자원이 화두로 떠오른 셈이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쌀과 옥수수, 밀가루 등 57개 품목에 대해 수출관세 5~27%를 부과했다.
인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인플레 대응책의 일환으로 쌀과 소맥, 유제품, 양파수출을 금지했고, 우크라이나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소맥, 옥수수, 대맥, 호밀에 대한 수출 한도를 가능 물량의 30%로 제한한 정책을 펴고 있다.
러시아는 올 들어 밀에 대한 수출세를 10%에서 40%로 인상했고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도 수출 감소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식량의 무기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8%로 OECD국가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라며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도입하거나 수출량을 제한할 경우 높은 가격을 주더라도 식량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00%에 가까운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는 쌀의 자급 기반을 지키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농지 확보와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밀의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합쳐진 용어로 경기 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것을 일컫는다.
보통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면서 소비심리 위축을 불러 물가가 떨어지거나 안정되는게 일반적 현상인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이와는 반대로 물가 상승이 나타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지난 1970년대 중동 산유국(OPEC)들이 카르텔을 만들어 석유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서방국가들의 경기는 침체되어 실업은 늘고 물가는 치솟았다.
미국은 자국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안정화를 위해 모든 정책을 강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경기를 활성화 시키려는 팽창정책이나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긴축정책 모두 무력화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1929년 경제대공황 이후 경제학의 주류였던 케인즈 경제학의 퇴조를 가져왔다.
케인즈 경제학의 기본 기조는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 정부가 경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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