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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땅벌리스 돈벌리제’와 ‘킹 메이커’
[편집장의 편지]‘땅벌리스 돈벌리제’와 ‘킹 메이커’
  • 한상오 편집장
  • 승인 2008.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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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에는 ‘땅벌리스 돈벌리제’와 ‘강금실’이 인기랍니다.
무슨 뜻인가 하니, 부동산 재벌급에 속하는 이명박 정부의 새 각료들을 두고 비꼬는 말입니다.
앞의 말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따라한 말이고, 뒤의 말은 ‘강남의 금싸라기 땅을 실제 보유한 사람’을 줄인 말입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사실 이 말은 인간의 불평등성을 전제로 기득권과 전통을 강조하는 사상으로, 귀족 등의 사회 상층부가 솔선수범하면 아랫사람들은 자연스레 따라와 전체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주장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입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보편적 이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대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급 새 각료들을 뽑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기준에 작은 명분이라도 주고 싶어 그들의 기부내역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혹시나’했던 바람은 ‘역시나’로 끝난 듯합니다.
이번 주에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관한 내용을 커버스토리로 묶었습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우리 편집국에서는 ‘한국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은 시작됐다’고 규정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수출 증가율이 아직 괜찮은 편이라 그리 부정적이지는 않다고도 합니다만, 그 수치들마저 이미 둔화세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에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다’는 표현을 하기로 했습니다.
남들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정말 도둑처럼 다가온 스태그플레이션’은 우리 사회에 잔인한 형벌이 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그 파괴력에 비해 턱도 없이 부족하고, 아니 안일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세계는 벌써 ‘식량민족주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옥수수와 밀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각 정부는 식량과 원자재 확보에 비상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그 위험성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를 꺼려합니다.
정말 도둑을 맞은 뒤에야 대책을 마련할 모양입니다.
‘북리뷰’ 코너에는 최근 출간된 ‘조선의 킹메이커’라는 책을 실었습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군주의 옆에서 선정을 베풀도록 잘 보필한 걸출한 8명의 참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도전, 하륜, 황희 등 그들이 보여준 8가지의 색깔의 리더십은 후세에서도 큰 교훈으로 남는 이야기들입니다.
문득 이 책들을 재벌급 새 각료에게 한권씩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을 믿고 발탁한 대통령을 잘 보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입니다.
최근에 우리 편집국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언론이 비판을 자제하는 ‘허니문 텀’이라는 것을 갖습니다.
국내에서는 참 힘든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사람들은 정책을 펴나가기 위한 기간을 인정해줘야 한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새 정부의 정책과 정체성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시간을 허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시작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자는 의미입니다.
정말 우리도 ‘허니문 텀’을 갖고 싶습니다.
한상오 이코노미21 편집장 hanso1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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