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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고급정보는 팔린다"
[증권] "고급정보는 팔린다"
  • 이정환
  • 승인 2000.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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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넷 유료화 추진...증권정보 사이트 지각변동 예상 공짜 정보가 넘쳐나던 증권정보 사이트에 유료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하루 평균 2천만 페이지뷰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증권정보 사이트인 팍스넷 www.paxnet.co.kr이 오는 7월부터 유료화하겠다고 밝혀 관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팍스넷의 실험은 수익모델의 부재로 고전하고 있는 증권정보 제공업체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사례1. 유료화에 뛰어든 팍스넷 팍스넷은 광고수익 등에서 어느 정도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유료화는 수익원 다각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유료 증권정보 사이트들이 회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유료 서비스는 크게 실시간 증권정보와 시스템 트레이딩의 두가지로 나뉜다.
실시간 증권정보는 증권사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것으로 사실상 별다른 의미가 없다.
역점을 두는 부분은 최근에 개발한 시스템 트레이딩 기법인데 업종별로 매수매도 시점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팍스넷의 설명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최근의 폭락장에서도 40% 이상의 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팍스넷은 향후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종목별 매매시점까지 분석할 계획이다.
유료 서비스는 월 5천원부터 1만원 이내의 범위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례2. 월 300만원을 받는 브이아이피스톡컴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는 ‘인공지능 예측 시스템’을 표방한 브이아이피스톡컴 www.vipstock.com이 월 사용료 300만원의 실시간 선물 투자 서비스를 개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희소성을 강조하기 위해 회원수를 100명으로 한정한 ‘이-마스터’라는 이 서비스는 서비스 개시 일주일 만에 40명의 회원이 몰려들어 고급정보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했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선물의 매매시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브이아이피스톡컴은 이와 별개로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유료 증권정보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로 동시 서비스되는 브이아이피스톡컴의 신경망 분석 서비스는 팍스넷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매수매도 시점의 포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여덟가지의 추세지표와 22가지의 신호를 분석해 산출하는 ‘신경망 분석’도 이 서비스의 특징이다.
회비는 등급에 따라 월 1만원에서 10만원까지 차별 적용할 계획이다.
사례3. 확률씨앤씨의 딜레마 유료 증권정보 사이트들이 빠진 딜레마는 제3시장 지정업체인 확률씨앤씨 www.tostock.com의 경우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유료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확률씨앤씨는 최근 들어 가입자 감소와 수익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유료정보 사이트를 운영해온 확률씨앤씨는 그동안 폐쇄적인 고급 회원제로 운영돼왔다.
전략적인 종목 추천은 물론이고 일대일 전화상담과 투자클리닉 등을 운영해 한때 가입자수가 1만2천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무료 증권정보 사이트가 범람하고 업체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회원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고급정보로서의 이미지도 크게 퇴색됐다.
최근 월 2만원이던 회비를 2개월에 20만원으로 다섯배 가량 인상하고 난 뒤 회원이 더욱 줄어들었다.
확률씨앤씨의 윤강석 기획팀장은 “무료 증권정보 사이트의 결집력과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했던 것이 커다란 오판이었다”고 말한다.
20여명의 분석팀으로 팍스넷이나 씽크풀 등 대형 커뮤니티 서비스가 가진 다양성과 깊이를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따랐다는 것이다.
회원제 서비스의 특성상 대외 이미지 홍보를 게을리했던 것도 한계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수의 사용자를 배제한 특정계층을 겨냥한 서비스가 차별화에 실패한 경우다.
고육지책으로 확률씨앤씨는 한스톡 www.hanstock.co.kr이라는 무료 증권정보 사이트의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무료 사이트에서 구축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고급 유료정보에 도전하는 팍스넷의 경우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확률씨앤씨는 한스톡을 기반으로 대중성과 인지도 제고를 꾀하고 유료 채팅커뮤니티인 라이크스톡 www.likestock.com 등으로 서비스 분야를 확대하는 한편 인터넷 공모대행업과 컨설팅, 인큐베이팅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사례4. 틈새시장을 노린다 10여개에 이르는 유료 증권정보 사이트 가운데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는 2만2천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셰르파 www.sherpa.co.kr다.
셰르파의 특징이자 유일한 강점은 발군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펀드매니저들의 모의투자게임이다.
펀드매니저들의 매매내역을 따라하기만 해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입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한때 가입자수가 폭증하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신규가입 증가율이 점차 둔화하는 추세다.
셰르파의 한계는 단일한 이벤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다 최근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투자지표로서의 모의투자게임의 매력이 사라진 데서 비롯한다.
실제로 게임에 참가한 펀드매니저 가운데 이형복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부 과장이 17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 대부분 수익률이 50% 미만에 머물러 있고 심지어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셰르파는 최근 700 ARS 전문업체인 마이애셋과 제휴를 체결하고 그동안 결점으로 지적돼왔던 콘텐츠 부문을 대폭 보강했다.
유료 회원제 서비스가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셰르파도 장기적으로는 무료 회원제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금융포털 서비스를 목표로 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검토중이다.
증권전문 인터넷방송인 와우TV도 치열한 경쟁에 휘말려들고 있다.
MBN과 YTN 등 뉴스전문 케이블방송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다 최근에는 증권을 전문으로 다루는 케이블방송이 설립된다는 소문도 들린다.
경쟁업체들이 사실상 무료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데 비해 와우TV는 3만~5만원의 사용료를 징수하고 있다.
증권전문방송으로서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콘텐츠의 차별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현재 와우TV의 수익은 1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유료회원의 서비스 사용료와 증권사 객장 등에 설치된 방송 단말기(TBRO) 사용료에서 나온다.
대당 월 40만원씩 징수하는 단말기는 전국에 걸쳐 200여대가 설치돼 있다.
이런 추산에 따르면 연간 50여억원의 고정 매출이 예상된다.
와우TV는 올 하반기에 유선방송에 진출하는 것을 비롯해 내년에는 위성방송에까지 뛰어들 계획이다.
증권 부문을 특화시켜 매체간 시너지효과를 노린 멀티미디어 그룹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700 ARS 업체들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5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음성 증권정보 제공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했다.
30, 40대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들 사이트들은 대개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에 이르는 연회비를 납부하면 700 음성정보와 인터넷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나는 데이트레이딩으로 16억 벌었다>의 저자 최진식씨가 설립한 증권정보 사이트인 마이더스골드 www.miis.co.kr도 700 음성정보와 인터넷 서비스를 병행하는 경우다.
마이더스골드는 막연한 시황과 정보전달을 배제하고 구체적인 종목추천에 중점을 둔다.
투자에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단기 유망종목과 매매시점을 선정해주고 하락한 종목에 대해서는 손절매할지 보유해야할지를 코멘트해준다.
좀더 실제적인 정보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욕구와 맞물리면서 마이더스골드는 1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나름대로 틈새시장 구축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들어 신규가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든데다 김종철증권방송과 미래와정보, 장보고컨설팅 등 경쟁업체의 대규모 시장진입이 수익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99년 말부터 서비스를 실시한 스톡캐스터는 근무중 주식투자를 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개발한 티커창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모으면서 한때 회원수가 1만5천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 그러나 최근 들어 팍스넷에서 개발한 하이팍스나 현대증권의 미니스톡 등 유사 프로그램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스톡캐스터는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스톡캐스터는 온라인 증권게임이나 언론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수익모델 창출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비상구는 B2B에 있었다 와이즈인포넷 강태진 사장 “우선 정보의 예비수요자를 ‘구매력과 필요가 있는 소수’로 좁힙니다. 그리고 상대가 정보를 사들이게 하려면 어떤 명목과 방법으로 설득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분석합니다. 거래가 성사되고 나면 진입장벽을 어떻게 구축할지를 고민합니다.” 와이즈인포넷 강태진 사장은 스스로를 ‘콘텐츠 유료화 1세대’라고 표현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이 회사는 강 사장을 비롯해 위스콘신대학 출신 박사 5명이 의기투합해 지난 93년 세운 ‘정보지주회사’다. 우선 해외 고급정보를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전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당시 주변의 눈길은 대동강물을 파는 봉이 김선달을 쳐다보는 것처럼 싸늘했습니다. 처음 1천명의 기업체 최고경영자들을 정보수요자로 잡고 밤새워 소개서를 발송했지만, 한건도 응답이 오질 않았어요. 정보를 돈주고 산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것이죠.” 어쩔 수 없이 사업분야를 다각화했다. 기초정보를 가공해 재생산한 완성된 ‘정보상품’만 다루겠다는 생각에서 한발짝 물러나 정부·공공기관 등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와 컨설팅 등 주변 일을 맡은 것이다. 구제금융 사태 때는 2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힘든 시절도 겪었다. 하지만 본업인 정보상품의 기획과 생산은 한번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7년째인 지난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매출액 46억원에 순이익 2억5천만원을 기록하면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목표는 매출액 60억원에 순이익 5억원. “시장에서의 위치선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와이즈인포넷의 경우 블룸버그 등 해외 유명 정보업체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중견·중소기업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결국 고급정보를 비싼 값을 치르고 살 만한 수요자는, 그 정보를 이용해 다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나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공공기관이 되더라구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판매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콘텐츠 B2C 판매는 언제든지 더 값싼 대체재가 나올 수 있어 불안정한 사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정보의 금전적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와이즈인포넷은 기업홍보 및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해외정보 및 뉴스 일부를 소비자에게 공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원재 연구기자 wjlee@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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