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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검증대에 오른 ‘상생경영’
[커런트]검증대에 오른 ‘상생경영’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3.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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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주물제품 원재료비 20% 인상…中企선 확산 기대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잠이 오질 않습니다.
정부가 원가연동제를 실시하겠다고는 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대기업에서 단가를 인상해주지 않으면 실효성은 없는 거 아닙니까?” 최근 원자재가격의 급등에 시달리고 있는 한 부품업체 사장 K씨의 고민이다.
K씨뿐만 아니다.
요즘 대부분의 중소제조업체 사장들은 이구동성으로 같은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대기업의 지속적인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생산성 극대화로 버텨왔지만 원자재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어쩔 수 없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생사의 기로’ 몰린 중소기업 주물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은 지난 7일 “원자재값이 폭등해 제품가를 올리지 않으면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사흘간 납품을 중단했다.
대기업들이 원가 인상분을 제때 반영해주지 않는데 대한 항의였다.
670개 중소 레미콘업체들도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레미콘회사들은 건설회사들이 납품단가를 올려 주지 않으면 19일부터 생산 중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시멘트와 모래, 자갈 등 원자재 값은 1년전 보다 30% 가까이 올랐지만 레미콘 출고가격은 오히려 5% 정도 떨어져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플라스틱공업조합도 유가인상분을 반영해 달라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이처럼 원자재가 인상이 중소기업의 목을 죄어오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1차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주물제품의 원재료비를 평균 20% 인상해주기로 결정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3일 “지난 2월1일부터 공급된 주물제품의 원재료에 대해 평균 20% 가격을 인상해주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납품가 인상효과가 2,3차 협력업체에까지 파급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함께 밝혔다.
1차 협력업체에 주물제품 원재료비 인상분을 지급한다 해도 1차 협력업체가 2,3차 협력업체의 제품가를 올려주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에 원재료비 인상 효과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타 원자재가 인상요인에 대한 부분도 검토를 해 향후 단계적으로 반영하겠다”며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상생협력을 위해 앞으로도 이러한 정책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의 본질 찾기 물론 현대·기아차가 원재료비를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들이 올 연초 “당장 완제품에 가격전가가 힘들기 때문에 원자재가 인상과 연관된 납품단가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밝힌 바와 같이 일정부분의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원재료비 인상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기업의 입장도 비슷하다.
때문에 이번 현대·기아차의 원재료비 인상은 그동안 앞에서는 상생을 외치고 뒤로는 지속적인 납품단가 인하로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았던 국내 대기업들에게도 적지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그동안 수없이 외쳐온 ‘상생경영’이 단순히 말의 성찬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으로 산업현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13일 현재 많은 대기업들은 ‘여전히’ 원재료비 인상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중견부품업체 사장 L씨는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그동안 ‘상생’과 ‘동반성장’을 말해 왔다”며 “그동안 외쳐온 상생경영의 차원에서라도 원재료비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u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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