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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환율폭등에 한국경제 휘청
[커버스토리]환율폭등에 한국경제 휘청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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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 폭 따라 '도미노 붕괴' 위기 원재료 수입 비중 높은 업체들 '비명' 생산성 극대화,환헤지로 리스크 관리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돌파하면서 산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항공ㆍ유화ㆍ철강 등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업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업계획의 수정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특히 원재료값 급등에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내수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19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14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000원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코노미21 표
특히 많은 기업들은 이 같은 환율의 변동폭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떨어질 때도 가파른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변동폭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환율의 변동성이 크면 해당 업체들의 경영 안정성이 저해된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수출에 좋다 아니다, 수익성에 이익이 된다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경영의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부차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크면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고, 리스크 관리의 난해함에 따라 경영의 안정성이 저해된다는 설명이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도 “환율 변동폭이 크면 투기하는 사람들이야 좋겠지만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항공 ‘흐림’, 자동차 전자는 ‘맑음’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철강ㆍ정유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의 파도를 동시에 넘어야 한다.
포스코를 비롯한 현대제철ㆍ동국제강 등 대형 철강사들도 올해 목표수익 감소가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B열연공장 시험가동을 시작하면서 수입 금액이 커졌다”면서 “환율이 상승하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 철강사 리스크 담당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철강사들이 환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환율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선물환 매입 등 적극적인 대비책을 펼 것”이라 말했다.
현재 철강사들은 수입과 수출 시기 매칭, 결제기간 단축 등으로 환차손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코노미21 표
정유업계는 환율이 급등하면 일시적으로 부채가 늘어날 수 있지만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기 대문에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수출 비중이 커 환차손에 해당하는 부분에 상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업체들 역시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효과가 상호 상쇄된다는 시각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은 수출에 호재이지만 유가도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라 마냥 낙관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수출이 65%를 차지하는 금호석유화학은 지금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연간 20억~30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는 고(高)유가에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료 수입은 주로 원화인 반면, 유류는 달러로 구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 때마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연간 17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0원이 오르면 연간 1700억원의 손해를 입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올해 환율을 920원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1020원으로 환율이 오르면 연간 1700억원 이상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마찬가지다.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25억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아시아나 항공은 현재의 환율이 이어진다면 연간 135억원 가량의 비용 상승을 전망했다.
국제 밀 가격 급등으로 라면·빵 등의 값을 올려 눈총을 받았던 식품업계는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구입 부담이 또다시 늘어남에 따라 울상을 짓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밀과 옥수수·대두 등 대부분의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재료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기준 환율을 달러당 935원으로 잡은 CJ제일제당은 현재 환율이 계속된다면 2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곡물 수입 부담이 연간 30억원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속빈강정, 수출 실속이 없다 과거엔 수출이 잘 될 경우 경기가 살아났다.
하지만 원자재가격 폭등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전세계 경기침체 등 마치 ‘악재 종합선물세트’를 풀어헤친 듯한 요즘에는 환율급등으로 인한 수출확대의 효과가 대부분 상쇄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세계 경기 여건이 좋지 않고 원자재가격 상승이 환율급등과 맞물려 비용부담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원화약세(환율상승)에 따른 수출확대 효과를 100%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출기업들 역시 환율이 1000원대에 이르던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 중견기업 사장은 “과거엔 환율이 오르면 가격경쟁력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기름값 등 원자재가 인상으로 인해 이 등식이 깨졌다”며 “게다가 선진국 경기침체 영향으로 인해 수익성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못할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코노미21 표
물론 환율 상승이 반가운 기업도 있다.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ㆍ전자ㆍ조선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연초 사업계획 때 잡은 기준 환율은 900원이었다.
환율이 10원이 오르면 매출액이 2000억원 오른다.
1000원으로만 잡아도 매출이 2조원 증가하는 효과를 내는 셈이다.
이로 인해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아차는 올해 흑자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이 원화환율 급등으로 인해 작년 1조8000억원에서 올해 2조3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원·엔 환율 상승도 국산차의 해외경쟁력을 높여줄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원·엔 환율이 작년 평균 790원에서 현재 1000원까지 올랐기 때문에 일본차에 대한 국산차의 해외경쟁력이 20% 이상 좋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자업계도 매출목표 달성이 손쉬울 전망이다.
올 초 기준 환율을 900원 안팎(삼성전자 925원, LG전자 885원)으로 정했던 이들 역시 가만히 앉아서 매출이 올라간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삼성전자는 3000억원, LG전자는 700억원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교한 환헤지 전략 절실 “방법이 무엇이 됐든 생산성 극대화는 기본이지요. 환헤지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견부품업체 H사의 이 모 부사장은 최근 경영환경을 타개할 비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생산성 극대화에 올인하고 있지만 환율이 급등한 요즘 환헤지에 부쩍 신경이 쓰인다는 설명이다.
환헤지(換Hedge)란 환율변동으로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미리 막는 것을 말한다.
미래 특정시점에 필요한 외환을 현재 정해진 가격으로 미리 구매함으로써 환율을 확정 짓는 방법을 사용한다.
만약 6개월전 환율이 900원이었다고 가정해보자. 물품 대금지급을 6개월 후에 하는 것으로계약할 경우 기준을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했다면 6개월 후인 현재 환율이 1010원이라 해도 달러당 900원에 결제할 수 있다.
대금을 받아야 할 경우는 반대다.
환헤지를 하게 되면 환율이 하락할 경우에는 환차손을 막을 수 있지만 최근처럼 환율이 급등할 경우에는 환차익을 얻지 못하게 된다.
선물환 매도를 통해 지급받을 달러 대금을 수주 시점에서 정해진 환율에 미리 매도한 탓이다.
국내에서 환헤지 전략을 친숙하게 쓰는 업종은 조선이다.
수출물량이 많고 제품계약에서 대금을 받는 과정까지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어떤 환헤지 전략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대형 조선업체들은 대부분의 환 위험에 대해 선물환 매도를 통해 헤지를 하고 있다.
수주 계약을 하면 대금이 2~3년간 나눠서 지급되는데 그사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다만 업체별로 헤지에 대한 범위와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최근 환율 급변동에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 큰 틀의 환헤지 전략을 고수하면서 약간의 유연함을 더한다는 입장이다.
환헤지의 기본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엄격하게 환헤지를 적용하는 기업은 삼성중공업이다.
지난해 국내 업계 최초로 원화결제를 도입했고 모든 수출 대금과 수입자재 대금 등에 대해 일일이 환헤지를 한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비해 유연하다.
회사 관계자는 “대금 지급이 3년 이상 남은 경우에는 적정한 선물환 가격을 받기 어려워 헤지를 하지 않는 비중이 높다”고 전했다.
한진중공업은 선물환 매도 대신 실물 외화 차입 형태로 환헤지에 나서고 있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업태따라 경기전망 ‘극과 극’

환율과 물가 급등에 내수업체와 수출업체의 경기전망이 극과 극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유통업체 911곳을 대상으로 ‘2008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지수가 ‘93’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1분기 ‘110’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며 기준치인 100 밑으로 떨어지기는 지난해 2분기(93) 이후 1년만이다.
RBSI는 기업들의 현장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며 100미만이면 그 반대다.
업태별로는 물가상승 여파로 편의점(117), 방문판매(102)를 제외한 백화점(90), 대형마트(90), 전자상거래(80)등이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유가 및 국제 원자재가의 급등으로 물가상승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미국 경기 침체와 국내주식시장의 하락세 등이 소매유통업 지수를 끌어내렸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환율상승으로 수출채산성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수출업체들의 경기전망은 낙관적이다.
무역협회가 수출업체 83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EBSI) 조사에 따르면 2분기 EBSI 전망치는 128.3였다.
이는 2004년 1분기(135.2)이후 4년만에 최대치다.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000원을 돌파하면서 수출업체들이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수출경기는 양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여건 악화로 채산성 회복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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