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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불안하지만 '펀드런'까지 안간다.
[커버스토리]불안하지만 '펀드런'까지 안간다.
  • 이진철 이데일리 증권부 기자
  • 승인 2008.03.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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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지지선 1600 무너지자 위기 고조...장기투자문화 확산 따른 '낙관론'도 국내외 증시가 큰폭의 조정을 받으며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펀드 자금동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국내 주식시장도 코스피지수가 한때 1600선까지 무너지면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대량환매(펀드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작년의 경우 주식시장 조정시 오히려 저가매수세에 힘입어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활발했다.
그러나 올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본격화에 따른 악재로 국내외 증시전망이 불투명하고, 연초부터 이어진 지수의 하락세로 펀드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펀드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코스피지수가 1600포인트 아래로 밀리면서 증권사 지점에는 국내외 증시 급락으로 국내펀드와 해외펀드 모두 수익률 하락을 우려하는 펀드투자자들의 상담이 빗발쳤다.
영업점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주가급락에 당황하면서 펀드환매에 나서겠다는 고객들의 설득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도 연출됐다.
무엇보다 주식형펀드 가입 고객들중 대부분이 올들어 증시가 단기간 급락에 따라 수익을 실현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최근 폭락장에 대한 아쉬움과 당혹감이 나타냈다.
실제로 증권사 지점 관계자들은 "고객들의 펀드 환매에 대한 상담이 아직은 많지 않지만 심리적 지지선이 1600선이 붕괴된 만큼 앞으로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 같다"며 우려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 1500포인트대까지 밀려.. 펀드투자자 불안고조 국내에서 펀드런이 나타났던 지난 2000년과 2002년의 경우 주식시장이 고점 대비 20% 하락한 시점에서 주식형펀드의 잔고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경험이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6월과 2002년 9월 두차례의 펀드 런이 발생했다.
지난 2000년 5월26일의 코스피 종가는 656.66포인트로 당시 700선 지지 여부를 타진하던 증시가 700선이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6월부터 본격적인 펀드 런이 나타났다.
펀드 환매에 소요되는 4일간의 시차를 고려하면 700선이 무너진 시점과 일치하는 것이다.
신영증권은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펀드런이 가능한 총량적 손실률을 20%로 가정할 경우 펀드런이 발생할 수 있는 코스피지수를 1480포인트로 추정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코스피지수 1500포인트 내외에서 펀드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장 고조되는 시점으로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와 주가지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대세상승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작년 5월부터 펀드 수탁고가 급증했다.
작년 4월말 코스피지수는 1542포인트였으며, 주가지수가 1500선을 넘어서면서 자금이 크게 늘어났다.
이때부터의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은 현재 약 11.51%(3월17일 영업점 기준)를 유지하고 있다.
만일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하회한다면 지난해 5월부터 투자한 금액에서는 원금보존이 불가능하게 된다.
메리츠증권은 주식 적립식펀드 자금이 급증한 시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코스피 1542포인트선이 1차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적립식펀드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증가폭이 뚜렷했던 2006년 초반시점 지수인 1379포인트가 2차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은 "장기투자자들 보다 단기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이 활발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펀드시장의 성장은 적립식펀드 시장의 확대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특히 "실질적으로 대량환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펀드시장의 부동자금 성격인 적립식 자금의 움직임이 발생할 때"라고 분석했다.
펀드런 우려 기우?.. 적립식펀드 자금유입 견조 그러나 대부분의 증시전문가들은 주식시장 급락에 따른 `펀드런`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낙관론이 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적립식`과 `장기분산`이라는 건전한 펀드투자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외국인의 공세적인 매도와 작년말 이후 증시가 고점 대비 약 20% 이상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가 비교적 굳건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적립식이나 장기 투자 문화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1월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겪었지만 적립식펀드로의 자금유입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체 적립식펀드 판매잔액은 전월비 약 6조원 증가한 64조4416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증가액은 지난 2005년 3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였다.
적립식 계좌수는 전월비 38만계좌 늘어난 1522만계좌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중 272.45포인트(14.36%)나 급락하며 펀드환매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지만, 실제론 적립식 판매잔액과 계좌수가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펀드환매는 주가가 내릴 때보다 상승했던 시기에 더 많았다는 것도 펀드런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6년 9월부터 주식시장 상승이 지속됐던 올 1월까지 주식형펀드의 평균 월환매율은 6.7%를 기록했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11월부터 환매율은 오히려 하락해 2007년 12월와 2008년 1월에 각각 3.8%, 4.0%을 나타냈다.
1월 주식형펀드의 주간 평균 환매액은 1조원이였으며, 환매율은 1.3%를 기록해 주가가 하락하면서 환매율은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이코노미21 표
국내외 증시의 조정에 대해 펀드투자자들이 환매가 아닌 투자상품 변화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작년에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가 각각 13조원(26.6%), 36조원(73.4%)의 순유입을 보이면서 해외투자펀드로 투자자금이 집중됐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의 순유입 비중이 69.6%대 30.4%로 국내 주식형펀드의 순유입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1분기에 진행되고 있는 국내외 증시의 조정 요인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국제유가 상승 등 주로 외생변수들에 기인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증시의 펀더멘털 여건이 해외증시 보다 우호적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기 분산투자 중요.. 증시조정 포트폴리오 재점검 기회로 삼아야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성숙된 펀드문화가 자리잡으면서 펀드 런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상황이 펀드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는 시점이지만 조정장에서도 꾸준한 자금유입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장기투자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한 현재 상황에서 추가적 지수 하락이 펀드 환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으나 펀드시장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량환매 사태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축적되어 온 투자문화가 그 근본부터 훼손되지 않는 이상 펀드 런의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면서 "따라서 현 시점에서 대규모 펀드 런과 이러한 펀드 런이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증시 추락을 우려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저점을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이 저점이라면 더욱 환매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시장이 끊임없이 빠지지만은 않고 언젠가는 반등할 것이므로 장기적 투자를 염두에 두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 펀드를 환매하는 것은 손실을 그대로 실현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마켓타이밍을 잡기위해 투자시점을 엿보기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입한 펀드의 환매를 고려중인 투자자는 한꺼번에 전액환매하는 것보단 분할환매로 분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조완제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면서 상승한다는 특성을 감안해 당장은 힘들더라도 좀더 견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주식펀드의 경우 내부보다는 외부의 변수에 따라 조정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기다려볼 만 하다"고 말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 펀드시장이 해외펀드 보다는 국내 주식형펀드 선호현상이 뚜렷하고, 리스크에 대한 인식으로 집중투자 보다는 분산투자형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는 등 트랜드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증시조정을 펀드포트폴리오 재점검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철 이데일리 증권부 기자 che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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