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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원칙은 지키고 싶은 마음
[편집장의 편지]원칙은 지키고 싶은 마음
  • 한상오 편집장
  • 승인 2008.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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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은 지키고 싶은 마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6% 성장할 수 있다고 진짜 믿는다면 바보고, 그게 아니면 사기를 치는 것이다.
” 지난달 29일 취임 한 달을 맞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두고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꼬집은 말입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야 구호로 외칠 수 있지만 경제 관료라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기자도 헷갈립니다.
성장을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안정을 말하고, 시장자율을 말하다가 통제를 논합니다.
일관된 원칙 없이 그저 대통령의 말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호에 이슈로 다루었지만 최근 정부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52가지 생활필수품 목록을 정해 물가를 특별관리 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뿐 아니라 과거의 악몽인 ‘관치’가 부활할까 은근히 걱정입니다.
‘시장 친화적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가격통제라는 카드로 시장을 압박하는 태도에는 그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강 장관은 이미 여러 곳에서 ‘관치’의 유혹을 끊어 버리지 못한 발언의 전력이 있습니다.
그는 10여년의 공백을 뚫고 ‘MB 노믹스’의 수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환율시장 개입 의지와 부적절한 발언으로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했고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인 금리정책에까지 간섭하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요즘 그는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위력을 가진 최고위 관료로 꼽힙니다.
하지만 강 장관의 처신을 보면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닙니다.
그동안 피력했던 그와 MB정부의 경제 철학과는 아주 다른 길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성과에 얽매어 시장과 정부가 각각 해야 할 일을 혼동하지는 않는지 걱정스럽습니다.
정말 이러다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나올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예전에 텔레비전 광고 중에 “남들이 모두 ‘예’라고 대답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한 것이 있었습니다.
기자는 그 광고를 볼 때마다 가슴 저 밑에서 무엇인가 울컥하고 올라오곤 했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줏대를 지키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기자는 강 장관에게 이미 실현성이 희박한 ‘747 공약’을 집착을 버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무리한 ‘성장 드라이브’를 포기하고 경제여건을 고려한 안정적 경제운용 방안을 택하라고 요구하고 싶습니다.
물론 강 장관이나 새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이것만은 지켜주길 바랍니다.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보다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관료의 시각으로 현 상황을 바라보라는 것과 자신의 경제철학을 원칙 있게 지키는 관료가 되라고 말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신이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보스’의 말에 ‘팔랑귀’처럼 대답하는 관료가 아니라 ‘예’와 ‘아니오’를 소신껏 선택하는 ‘경제 수장’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야 기자처럼 깐죽거리는 ‘놈자’들이 없어질 거 아니겠습니까. 이코노미21 편집장 한상오 hanso1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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