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공간에 매몰된 한 문학자의 자기반성을 통해 인문학의 비전 제시
인문학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21세기에도 인문학은 살아남을 것인가? 살아남는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인문학이 걸어온 길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인간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문학.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인간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어느 날 인문학이라는 학문은 화석만 남은 공룡 같은 과거의 존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인문학이 존재할 수 없는 삭막한 환경이라면 다른 학문도 그 존립을 장담할 수 없다. 인문학이 빈사상태에 빠지고 인문정신의 중요성이 망각되면, 개인의 발전, 사회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인문학의 위기는 사회의 위기, 곧 인간의 위기인 것이다.
우리는 ‘인문학 논쟁’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실체와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저자의 관점은 인문학 내부에서 외부로 향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문학자의 자기 반성록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인문학은 변해야 하고, 인문학은 위기에 처했으며, 인문학은 고립되어 있다는 것. 오늘날의 인문학은 세상 문제들로부터 동떨어져 있고, 다른 학문들로부터도 동떨어져 있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문학이 세상 속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문학이 소외된 결정적 이유를 스스로 대중들과 멀어지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문학은 어렵다. 그리고 인문학이 사용하는 언어도 어렵다. 대중들이 인문학을 낯설어할수록 인문학들은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텍스트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더욱 강화했다. 자신들의 언어와 학문을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자기만족에 빠져 스스로를 위안한 것이다. 이제 인문학은 스스로 쌓은 벽을 허물고 대중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야 한다. 그것만이 인문학이 21세기에도 아니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한국의 상당수의 인문학자들이 신문의 칼럼조차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한 학문이라는 미명하에 많은 인문학 구성원들이 대학의 시스템 속에서 밥그릇에 연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한국의 인문학에 통렬한 반성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