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3:01 (목)
[커버스토리]자통법, ‘장밋빛 미래 Vs. 일장춘몽’
[커버스토리]자통법, ‘장밋빛 미래 Vs. 일장춘몽’
  • 이문종 기자
  • 승인 2008.04.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규모 투자은행 설립이냐, 시장의 레드오션화냐 논쟁 분분 금융혁신과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통합법(자통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특히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증권사 진입이 어려웠던 현행 법률에 비해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춰, 많은 기업들이 증권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 자통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됨에 따라 기업들의 증권시장 진입 채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차그룹은 기존 신흥증권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 최근 '현대차IB증권'을 출범시켰다.
또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캐피탈은 지난 1월 위탁매매중개사인 BNG증권중개를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했다.
LS그룹도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작업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기업은행, SC제일은행, KTB네트워크, STX팬오션, LIG손해보험 등 13곳에서 증권사 신규 설립 신청을 한 상태로 예비인가를 거쳐 7월 말까지 본인가가 날 것으로 예상된고 밝혔다.
벌써부터 증권시장 진입 준비가 한창인 것이다.
특히 KTB네트워크는 증권업 라이센스 전망이 밝아지면서 연일 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5억 규모 증권사 등장하나 많은 업체들이 증권업 진입을 준비하는 가운데, 금융위는 자본금 5억원만 있으면 전문투자자 상대의 위탁매매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함에 따라 소자본 증권사 난립이 전망된다.
특히 이들은 돈이 되기 쉬운 위탁매매에 치우치기 쉬우므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보다는 출혈 경쟁으로 수수료 인하를 단행할 공산이 크다.
박병주 증권업협회 상무는 “현행 규정상 증권업계에 신규 진입이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통법을 통해 소자본 증권사가 난립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며 “경쟁을 통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구축하고자 했던 자통법이 자칫 수수료 경쟁을 부추기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수료 경쟁이 심화되면 수수료 수익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당장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반면 자산관리, 자기자본투자 등 수익구조가 다양한 대형 증권사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든 대형 증권사가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라도 주식거래 수수료 비중이 높은 업체는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중소형사라도 특화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마다 엇갈린 해석 자통법에 대해 시장에서는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종합증권·선물·자산운용·신탁·투자일임·자문 등 6개 금융투자업을 전부 영위하기 위한 자기자본 기준이 2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1조원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따라 증권산업의 레드오션화가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선진 투자은행(IB)과 경쟁하기 위한 대형화 유도 대책 또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경쟁을 통해 대형 증권사가 탄생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증권사들이 당장 대형화를 추진할 이유도 없다”며 “증권사들의 수익성 변동만 커질 뿐 자통법은 증권업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무한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대형화는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금융산업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인력, 설비, 프로그램 등에서 강점을 지닌 증권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수적이어서 증권사 간 또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통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퇴출규정 강화 및 자통법의 본질적인 목적이 증권업 구조개편을 통한 대형 투자은행 육성이라는 점에서 투자은행으로의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대형 증권사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는 증권사의 영업용 순자본비율(고정자산을 제외한 자기자본÷위험자산)이 300%에서 200%로 완화되면서 대형 증권사들은 적극적으로 자기자본 투자를 하기 수월해질 것이고, 대형 증권사들은 성장 속도에서 중소형사와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 인력대란 자통법이 시행되면 여러 업체게 증권업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업계는 실무자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최근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신영증권은 경력직도 공개채용으로 모집하고 있다.
신입사원만 공채로 모집하던 관행에 비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 13일까지 퇴직연금과 자산관리영업 부문 경력사원 40여 명을 모집했다.
금융업종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며, 퇴직연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보험업 인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합병 후 처음으로 올 상반기에 경력사원을 포함해 80명 공채에 나섰다.
신영증권도 경력직 사원 50여 명을 15일까지 모집하는데 업종은 따지지 않는다.
회사에서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영업직 특성상 다른 업종 종사자를 뽑아도 별 상관없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벌써 시작된 수수료 전쟁 자통법이 시행되면 수수료 완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온라인 위탁수수료 인하 정책을 내세우는 업체가 등장했다.
현재 증권업계 최저 수수료는 이트레이드 증권, 동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0.024%다.
하지만 하나대신투자증권은 오는 21일부터 수수료는 이들보다 더 낮은 0.019%로 책정할 예정이다.
0.01%대 수수료는 광고비, 유관기관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마진’인 셈이다.
자통법 시행령 발표로 벌써부터 고객 확보 전략에 나선 것이다.
이에 중소 증권사들은 이에 맞선 인하 정책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도 0.017%로 수수료를 낮추는 맞불 작전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들은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고객을 확보하자’라는 과당경쟁은 자칫 시장의 레드오션화를 불러올 수 있다.
박병주 증권업협회 상무는 “선진 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대형 증권사도 가격 경쟁에 뛰어들 것이 우려되는데, 결국 이러한 과당 경쟁은 중소 증권사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통법, 득이 될까 해가 될까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육성한다는 정책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이 문제가 될 뿐이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자통법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자통법이 한국형 골그만삭스 육성 정책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벌써부터 시장의 레드오션화를 걱정하기도 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 투자은행의 등장이 예상되기도 한다.
각 증권사에서는 신규 진입 업체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인력 확보에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내년 2월이면 자통법이 시행된다.
또 공청회 등을 통해 각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시행령이 공포된다.
선진 시장 진입을 위해 산고의 고통이 뒤 따를 수도 있다.
발 빠르게 준비하는 것은 좋지만, 섣부른 계획으로 시장을 축소시키는 제살깍이식 경쟁은 피해야 할 것이다.
이문종 기자 rhee_mj@economy21.co.kr

한국금융투자협회 설립위원회

증권업ㆍ자산운용ㆍ선물협회 통합 추진

자통법 시행령안이 발표됨에 따라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는 자통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까지 통합 작업을 마쳐야 한다.
이에 따라 협회의 통합을 추진하는 ‘한국금융투자협회(통합협회) 설립위원회’가 오는 8월 4일 출범할 예정이다.
통합협회 설립위원회는 시행령 부칙 제3조제1항에 따라 각 협회에서 추천하는 1명과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추천하는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설립위원회 위원장의 선임에 관한 사항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차후 통합협회가 설립되면 ▲금융투자업자의 임직원의 징계기록 유지 및 관리에 관한 업무 ▲금융투자업자의 영업용순자본 및 총위험액의 비교공시에 관한 업무 ▲채무증권의 장외거래에 대한 정보 관리 및 공시에 관한 업무 ▲금융투자업자 임직원의 직무 및 윤리 교육에 관한 업무 ▲투자광고 또는 약관의 자율심의에 관한 업무 등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통합협회는 증권, 집합투자증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매매업 및 투자중개업과 집합투자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신탁업 등에 따라 구분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 증권업협회는 통합추진반을 구성해 자산운용협회와 선물협의회와의 통합 준비를 일찌감치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