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18 (금)
[이코노피플]OBD 등 발목 잡는 규제 푸는데 최선
[이코노피플]OBD 등 발목 잡는 규제 푸는데 최선
  • 김정환 전문기자
  • 승인 2008.04.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한말의 대원군처럼 빗장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있던 국내 자동차 시장의 문이 열린 것은 지난 1987년으로 지금부터 20년 전이다.
이후에도 ‘수입차’는 ‘사치’와 ‘과소비’의 주범처럼 인식돼 ‘수입차를 타면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여서 수입차를 탄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뚫고 수입차는 시장 개방 10년이 되던 1996년 마침내 1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인 1997년에 ‘외환위기’가 일어난 것. 그날 이후 수입차 오너들은 ‘매국노’로 낙인 찍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지 못하거나 차량 파손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욕을 듣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수입차 업계의 최대 위기였다.
당시 수입차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기며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은 매출 격감과 비난 여론 앞에 굴복해 이를 포기하게 됐고, 일부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애프터서비스(AS) 센터마저 하루 아침에 사라져 수입차 소유자들 중엔 AS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후 연간 판매 대수 2000대 수준으로 격감했던 수입차 시장은 우리나라의 위환 위기 극복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및 업계의 노력에 힘입어 2000년에 마침내 3000대 판매를 회복했고, 이후 매년 20~30%씩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엔 마침내 판매 대수 5만대와 시장 점유율 5% 고지를 넘어섰다.
올해 수입차 업계의 목표는 판매 대수 6만대와 시장 점유율 6%다.
이 또한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
연비가 좋은 디젤 승용차가 고유가의 파고를 타고 연초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다 ‘개성’과 ‘실속’을 추구하는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2000만~3000만원 대 수입차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올 10월부터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일본 범용차 브랜드 ‘닛산’까지 가세한다.
최근 한국수입차협회(KAIDA)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과 만나 수입차 시장의 전망과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수입차 시장 대중화를 위한 선결 조건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선 아직도 고가 차량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역삼각형 시장 구조다.
이런 구조 아래선 수입차는 언제까지나 ‘가진 자’의 전유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선 시장 구조가 역삼각형에서 어서 빨리 중저가 차량 중심의 피라미드형 또는 정삼각형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젊은 여성들도 마음에 드는 차라면 수입차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수입차 가격 거품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데? 같은 차라도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는 기본 사양으로 판매된다.
하지만, 국내에 도입될 경우 고객 욕구를 반영해 풀 옵션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은 수입 물량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미국과 한국에서 판매되는 같은 차에 가격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수입차 사업을 하기 위해선 전시장 마련, 딜러 마진 책정, 광고. 마케팅 전개, 서비스 센터 건립 및 인력 훈련 등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실제로 서울 강남에 전시장 차릴 돈이면 미국 서부에 전시장을 20개나 차릴 수 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판매가엔 이런 요소들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 수입차엔 거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고객이 판단할 몫이다.
현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입차 병행 수입이 시작됐는데… 개인도 아닌 대기업이 수입차 업계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상도의(商道義)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걸 떠나 자동차 사업에서 판매보다 더 중요한 것이 AS인데 그 대기업이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 수입차 브랜드들은 지금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AS센터를 확충하고, 미캐닉을 계속 재교육하고 있다.
또, 수입차에 장착되는 시스템이 나날이 발전하는 만큼 수입차 브랜드들은 각기 본사로부터의 지속적인 기술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고객들은 수입차 브랜드의 서비스에 불만을 갖는다.
그 대기업이 앞으로 고객들에게 수입차 브랜드들만큼 제대로 된 AS를 해줄 수 있을 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수입차협회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하겠다고 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테지만 수입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푸는데 노력하겠다.
예를 들면 OBD(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오작동으로 배출가스가 일정 수준 이상 배출될 때 차내 계기판에 엔진정비 지시등이 점등돼 운전자의 정비를 유도하는 장치)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수입차의 경우 가솔린 엔진 차량은 미국 스탠더드를 따르고, 디젤 엔진 차량은 유럽 스탠더드를 따른다.
문제는 가솔린 엔진 차량의 경우 미국 스탠더드를 따라 OBD를 달아야 하는데 유럽 브랜드가 생산하는 차 중 미국에 수출하지 않는 차량의 경우 한국 시장을 위해서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OBD를 달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장치도 아닌 안내 장치인 OBD 탓에 유럽 브랜드들이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저배기량 고출력 모델들이 국내에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저배기량 고출력 모델만큼 친환경 차가 어디 있는가. 이런 규제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고언(苦言)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발전했다.
하지만, 그 발전 속도만큼 자동차 문화가 발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국내 완성차 업계들도 이젠 자동차 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최근 현대차가 유럽 시장을 겨냥해 i30을 내놓는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유럽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따라서 EU와의 FTA(자유무역협정)도 한시 바삐 체결돼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이 누리지 못하는 혜택을 빨리 누려야 한다.
FTA 체결에 대해 많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막대하다.
EU와의 FTA 협상에서의 걸림돌 중 하나가 앞에서 언급한 OBD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직접 이끌고 계산 폭스바겐의 올해 목표는?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티구안’이 올 7월에 출시된다.
독일에서 직접 타본 티구안은 온.오프로드를 모두 만족시키며 파노라마 선루프를 얹는 등 편의사양도 수준 높다.
그러면서도 판매가는 4000만 원 초반대로 책정할 예정이다.
티구안이 가세하면 디젤 모델들과 함께 올해 6000대 판매 목표를 쉽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유럽 최고 브랜드답게 뛰어난 성능과 거품 없는 가격 그리고 페이톤, 파사트, 골프, 뉴 비틀, 투아렉(SUV) 등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수입차 시장 구조를 피라미드형, 정삼각형으로 바꾸는데 앞장설 것이다.
박동훈(朴東勳) 사장 약력 1952년 11월 2일 생 중앙고등학교 62회 졸업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78~1986년 한진 건설 유럽주재원 1989~1994년 한진 건설 Volvo 사업부장 1994~1996년 한진 건설 기획실장 1997~1999년 ㈜데코 전망좋은방 본부장 2001~2003년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 김정환 전문기자 newshuv@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