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를 마감하던 새벽까지 빗방울이 오락가락 했습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봄비를 보면서 기자는 밀려오는 설움과 분노가 교차했습니다.
5월이 코앞인데도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어때가 시려옵니다.
가진 게 없다는 것,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삼성특검이 끝났습니다.
김용철 변호사와 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의 비자금과 에버랜드의 불법상속을 세상에 문제제기 한지 100여일 만이었습니다.
결과는 이건희 회장의 은퇴 선에서 아들 이재용 전무의 면죄부를 받는 것으로 종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발표한 삼성그룹의 쇄신안에는 오히려 삼성이 저지른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오만이 들어있습니다.
정계도 혼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자말자 불법에 대한 뒤처리로 시끄럽습니다.
선거기간 동안 온통 비리와 불법의 냄새가 진동하더니 그 냄새만큼이나 고약한 사건들이 줄을 이어 터집니다.
비례대표들이 당비헌납과 관련 당선이 취소되는가 하면, 주가조작으로 몇 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국회의원 당선자도 있었습니다.
결국 재벌을 대변하는 친기업주의의 대통령이 정부와 국회를 장악하더니 온 나라가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라는 듯 미쳐버린 것 같습니다.
하기야 청와대에 근무하는 인사들 모두가 마치 ‘귀족클럽’에 가입한 듯 온통 부자일색이니, 이런 문제쯤은 서로 대수롭지 않다고 눈을 감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역시 부자들끼리는 통하는 것이겠지요.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그토록 공격해대던 ‘종부세’가 청와대 입성의 기준 이었던 양, 청와대 참모진 전원이 종부세 대상이라고 합니다.
역시 그들답습니다.
이코노미21은 요즘 정말 살얼음판입니다.
창간 이후 형편이 좋은 적도 없었지만 최근에는 경영환경 악화로 하루하루가 버거운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이번호부터 지면을 축소하게 되었습니다.
미리 독자들에게 알렸어야 했는데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미처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코노미21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들께 정말로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합니다.
지금의 계획으로는 1~2개월 안에 예전의 80면 체제로 복귀할 계획입니다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더욱 소중한 기사를 게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아직도 비가 내립니다.
기자는 창밖에 내리는 이 비가 서러운 봄비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습니다.
비록 찬 바람과 함께 내리는 봄비지만 이 어려움이 지나면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낼 ‘꽃비’라는 것쯤은 지나온 시간 속에서 체득한 일입니다.
다시 밝아올 아침에는 이 ‘부자들의 돈질로 구린내 가득한 세상’을 말끔히 씻어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꽃비’가 내리길 기도합니다.
이코노미21 편집장 한상오 hanso1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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