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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길 잃은 농정 어디로 가나
[스페셜리포트]길 잃은 농정 어디로 가나
  •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전국사회부장
  • 승인 2008.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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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놓친 농정은 무의미하다 허울뿐인 ‘돈 버는 농어업’…재탕 정책에 축산농가 비웃음만 수입 쇠고기 전면 개방과 관련 한우 농가의 원성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재탕, 삼탕의 졸속 대책만 내놓고 있어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한나라당과 농림수산식품부는 당정협의를 갖고 △유통차별화 △한우·양돈 산업의 생산성 향상 △품질고급화 등을 뼈대로 국내 축산업 발전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농산물품질관리법을 개정, 현재 식약청과 지자체에만 부여된 식육음식점 원산지 단속 권한을 농산물품질관리원에도 부여하고, 농관원 특별사법경찰관리도 400명에서 1000여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한우 전두수 인증제를 실시하고, 능력이 우수한 암소가 5산 이상의 새끼를 낳을 경우 장려금을 지원하며, 두당 10만~20만원의 품질고급화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재 시가의 60%까지 지급하는 ‘소 브루셀라병 살처분 보상금’ 기준가격을 오는 7월1일부터 시가의 80%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내용이 부실한데다 이미 추진하던 내용을 거론한 것이 많아 축산농가들로부터 비웃음과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음식점 원산지 표시 확대, 쇠고기 이력추적제 전면시행 등은 기존에 계획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전시용으로 마련한 대책에 불과하다”며 “농가의 피부에 실질적으로 와 닿는 정책은 없다”고 평가했다.
축산농가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도축세 폐지가 대책에서 빠졌고, 소 브루셀라 살처분 보상금도 그동안 요구해온 100%가 아니고 80%라는데 문제를 제기한다.
암소가 5산 이상 새끼를 낳으면 준다는 장려금은 이 혜택을 받을 암소가 전체 가임암소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극소수란 점에서 시큰둥한 반응이다.
품질고급화 장려금은 예전에 추진하다가 중도 폐지됐던 제도를 부활시킨 것이다.
축사시설현대화, 청보리 재배면적 확대 등의 대책도 한·미 FTA 타결 때 이미 나온 것들이다.
새 정부 농정방향 문제 있다 ‘돈버는 농어업, 살맛나는 농어촌-매출 1000억원 이상 농식품 유통법인 100개 육성’이 이명박 정부가 내건 농림수산식품분야 정책의 목표다.
그동안 농정이 소득안정에 치중, 합리적인 구조조정이 부족했으므로 창조적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농어업에도 경영의 개념을 도입하고 시장개방에 적극적 공세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 실천과제는 시군단위 유통회사, 품목별 국가 대표조직, 대규모농어업회사 육성, 30~40대 인력 확보를 위한 농어촌 뉴타운 조성, 식품산업 육성 및 한식세계화, 농지·산지규제 완화 등이다.
참신한 것 같지만 그러나 이런 방향은 농민을 소홀히 하고 결국 시장원리에 의한 시장개방, 규모화와 기업화 중시의 개방농정으로 귀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쇠고기를 내주면서까지 한·미 FTA를 추진하려 한다는 논란도 이런 개방농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은 “이 정권의 안중에는 국제 식량위기 상황도, 호당 3000만원씩 부채를 안고 신음하는 수백만 농민들, 식량주권과 생존권을 위협받는 대다수 서민 소비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며 “사람이 빠진, 사람을 놓친 농정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이 4.6%에 불과한 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미명아래 농지전용을 마음대로 하려 든다”며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농지에 투기상품화를 부추기고 정책으로 미는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 한·미 FTA 강행 추진, 농어촌 뉴타운, 기업농 육성, 농지규제 완화 등으로 특징 지워지는 새 정부 농정방향에 수정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전국사회부장 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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