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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협력은 전략, 적과의 동침도 ‘OK’
[커버스토리]협력은 전략, 적과의 동침도 ‘OK’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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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쟁 심화…협력 통해 얻는 다양한 효과에 주목 얼마전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와 2대 방위산업체인 보잉사는 미 공군의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 사업 참여를 위해 공동설계팀을 구성키로 했다.
양사는 미 국방부의 무기구매사업에서 경쟁관계에 있었으나 기꺼이 손을 잡았다.
LCD, 반도체 업계 비상등 ‘적과의 동침.’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경쟁기업이 침대위에서 사이좋게 손잡고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장면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경쟁기업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 먹느냐 먹히느냐가 강조된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대형 제조업체들이 경쟁과 상관없이 적과 손을 잡는 경우가 잦아졌다.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사자성어가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셈. 특히 업계 1위를 노리는 기업간의 연합전선 구축이 대단히 빈번해졌다.
물론 시장 1위 기업이 이를 시도하는 경우는 2위나 3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독점적 시장지위를 상당기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은 어떨까? 해외 후발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잘 알려졌다시피 지난 3월 TSMC, 파워칩, 뱅가드 등 대만의 반도체 3사는 14조원대의 대규모 공동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메이커를 따라잡으려는 일종의 전략적 협력이었다.
수년전 일본의 전자업계는 소니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타도 삼성’을 당당히 외치기도 했다.
우선 LCD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 7, 8세대 파트너였던 일본 소니는 샤프와 함께 내년 4월 4조4000억원을 들여 오사카에 10세대 LCD라인을 건립키로 했다.
삼성의 입장으로서는 대형 고객을 잃어버린 대신 또 다른 경쟁자가 탄생한 셈이다.
세계 PDP TV 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마쓰시타는 도시바, 히다치 디스플레이와 함께 설립했던 IPS알파테크놀로지 지분을 대거 인수하고 LCD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해외 기업들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LCD와 반도체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수년전부터 업계내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ㆍLG전자 등이 LCD 패널 교차구매 등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소귀에 경읽기. 삼성과 LG측은 여전히 부족한 패널을 대만업체들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세계시장 1.2위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이같은 결과는 애초부터 예견돼 왔다.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지닌 삼성전자는 D램 가격폭락에 따라 지난 1년여 동안 ‘치킨게임’을 주도해 왔다.
주도하는 입장에서도 죽을 맛이겠지만 시장 1위 기업을 따라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버틸 힘이 없으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들이 속절없이 굴복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후발업체들의 생존본능을 자극해 기술개발과 생산제휴 등의 연합전선을 구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만 프로모스가 일본 엘피다와 손을 잡은 것을 비롯해 일본 엘피다와 독일의 키몬다가 손을 잡는 등 협력을 통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시장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를 위해서는 연합전선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기초한 것이다.
영원한 적군은 없다 이에 따라 세계 1, 2위를 지켜온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업계 2위 기업인 하이닉스가 프로모스를 잃게 된다면 그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하이닉스는 그동안 프로모스와의 제휴를 통해 D램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고 프로모스에 공정기술을 주고 생산량의 절반을 가져와 하이닉스 브랜드로 팔 수 있었다.
또 나머지 50%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의 해외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 확대 등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제 국제시장에서 영원한 적군은 없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내 증권사와 은행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 호황을 누리면서 은행들이 울상을 지은 적이 있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 너도나도 증시로 쏠리면서 은행의 고객이 이탈했기 때문. 적어도 고객자금유치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업종만 다를 뿐 강력한 경쟁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대우증권은 지난해 대구은행은 물론, 부산은행과도 IB(투자은행)부문 제휴를 체결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지방 진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지역 은행의 힘이 필요했고, 지방은행도 다소 떨어지는 역량인 IB업무를 보완할 수 있어서였다.
유통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견원지간으로 여겨지던 인터넷몰과 TV홈쇼핑이 손을 잡는 등 온ㆍ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생존 해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적과의 동침’을 선택하고 있다.
한 예로 CJ홈쇼핑은 지난해 말 옥션과 손잡고 옥션 사이트 안에 CJ홈쇼핑 인기상품을 판매하는 ‘CJ홈쇼핑 eTV’ 코너를 열었다.
애경백화점도 회원 1370만명을 보유한 오픈마켓 선두주자 G마켓과 최근 업무제휴를 맺어 변화의 바람에 불씨를 댕겼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적과의 동침, 경쟁과 협력의 시너지 효과 커

모든 약이 몸에 좋은 것이 아니듯 경쟁사와의 협력 역시 운용하기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장점이 기업간 협력을 부추기는 것일까? 우선 약점에 대한 상호보완이다.
2004년 삼성과 소니는 각각 50%의 출자로 총 2조원의 자금을 조성하여 LCD TV용 7세대 패널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소니는 LCD TV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패널과 관련한 합작을 통해 안정적인 LCD 수급과 패널기술을 축적함과 동시에 패널 조달 비용의 절감을 기대하고 있으며, 삼성은 소니와 같은 패널을 자사제품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브랜드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둘째, 위험 회피 효과다.
산업 특성상 대규모의 투자가 요구되는 LCD, 자동차, 반도체 산업에서는 경쟁사간의 합작이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셋째, 규모의 경제다.
경쟁사와의 공동 개발 혹은 생산을 통해 공동부품 및 장비개발 프로젝트는 하위 납품업체를 공유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물론 적과의 동침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관계자는 “경쟁업체와 협력해 실패하는 공통적 이유는 ‘지속적 혁신의 부재’”라며 “경쟁사와 협력하는 제조업체의 경우 가장 필요한 것은 ‘자사 조직의 혁신성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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