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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소주 한 잔 합시다
[편집장의 편지]소주 한 잔 합시다
  • 한상오 편집장
  • 승인 2008.05.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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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을 도우고 싶어도 가진 게 없으면 생각과 달리 도울 수 없고, 곡간에 뭐라도 남아 있어야 남에게 베풀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번호를 마감하면서 왠지 이 말이 계속 떠오릅니다.
지난 호 편지에서 밝혔듯이 이코노미21은 현재 ‘성장통’을 앓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뼈저리게 말입니다.
금주는 우리 이코노미21이 8주년이 되어 400호를 만드는 주입니다.
그래서 편집실에서는 독자들에게 작은 정성이라도 보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생일상이라기에는 너무 초라한 모습으로 독자들을 뵙게 되어 그저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에는 정말 모든 게 불편합니다.
경영 환경이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문제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고, 하나 둘씩 꼬여갑니다.
예전에는 전화 한통으로 될 일도 일일이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무슨 일 하나라도 처리하려면 여기저기서 태클이 들어옵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돈의 힘이겠지요. 우리는 그동안 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지를 만들면서 자본의 속성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안다고 자부했는데…. 아마도 기자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남들이 매체환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어떤 곳이 자본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고 이야기 할 때 기자는 그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책을 만들면서 매 사안마다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다른 매체의 편집장을 맡았던 한 선배의 고백처럼 ‘확 바꿔먹어’라는 유혹이 없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방어기제’에 몸을 맡기곤 했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놈들’이라는 위안과 함께 말입니다.
비록 초라한 400호를 낼 수밖에 없었지만, 내일은 소반에 거친 안주라도 담아 주변사람들과 조촐하게 소주라도 한 잔 할까합니다.
마음만 남겨두고 떠나갈 수밖에 없던 사람들에게 그동안의 미안함을 이렇게라도 전할까합니다.
그러다보면 또 다시 멀건 소주잔 속에서 우리의 본 모습을 찾게 되겠지요. 이코노미21 편집장 한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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