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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피플]한결 같은 마음으로 일을 사랑하고 싶다
[이코노피플]한결 같은 마음으로 일을 사랑하고 싶다
  • 이코노미21
  • 승인 2008.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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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인상은 차갑고 깐깐해 보였다.
카메라 촬영에 앞서 립스틱을 바르는 표정이라든지 인터뷰 도중 검정 윗도리를 바꿔 입어보는 모습에서 차츰 옷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그녀는 ‘잘 산 여자로서의 당당하고 멋스러운’ 외모로 변해 있었다.
안윤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그녀는 ‘패션’이라는 말보다 복식이나 양장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하던 1975년 ‘안윤정 부띠끄’를 열어 패션시대를 개척한 디자이너 1세대다.
22일 그녀는 인터뷰 시간이 조금 지나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 건국60주년 기념 추진위원단 위촉식에서 생긴 우스갯소리를 전해 들으면서 인터뷰는 시작됐다.
“진휘종 전 국무총리가 그 아이도 왔냐고 말한 그 사람이 올해 일흔 하나인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래. 난 그에 비하면 젖먹이라는 뜻이지." 그녀의 우스개는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어려운 처지의 딸이 더 애착 가는 게 인지상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이하 여경협). 1977년 생긴 국내 최대 여성 단체로 1700여 회원이 가입해 있다.
여경협이 지난해 중소기업청과 함께 한 ‘여성 기업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여성 기업은 모두 110만7천 여 개로 전체 회사의 34%에 이른다.
이 가운데 법인은 1.4%, 나머지는 개인 회사. 준비 안 된 여자들이 거의 무작정 생활전선에 뛰어든 ‘생계형’ 회사가 대부분인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어려운 처지에 빠진 딸이 아들보다 더 애착이 가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이런 시각에서 여자들을 도와야 해요"라고 말문을 연 그녀는 "올해 여경협의 주요 사업으로 여성 경제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판로도 개척해 주고 창업 보육 등을 패키지로 하는 ‘여성비즈니스센터’ 운영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현재 남자들에 비해 여건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 질 때까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먼저 여경협에 정부 지원이 있느냐고 물었다.
"실질적으로 나라에서 받는 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연합회만 하더라도 집행부 3년 임기 동안 회장 1억5천만 원, 수석 부회장 7천5백만 원, 부회장 3천만 원, 이사 1천만 원 씩을 내 운영하고 있다"는 답변이다.
지난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여경협에서 당선 축하 인사말에서 밝힌 3가지 안건이 앞으로 협회의 어려움을 대변해 준다.
‘1994년 미국의회는 전체 정부 계약의 5%를 여성 기업과 체결하는 연방 정부 구매합리화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이 여성기업 생산물품의 5%를 사도록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여성 기업을 조사 연구해 여성 기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여성경영정책연구소도 정부가 앞장서 설립해야 한다.
출산과 보육은 국가의 기초 인프라를 구성하는 자원이다.
학력이 높은 고급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보육시스템 구축이 저출산 시대에 맞춰 아주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보육교사 양성이 가능토록 여경협을 전문 교육기관으로 지정해 하는 게 그 방안일 수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협회 일 앞장 여경협에 가입해 있는 회원사를 보면 면면이 다양하다.
선반 로보트를 만드는 로텍, 엘리베이트를 만드는 대광엘리베이터와 진흥엔지리어링, LED 전광판을 만드는 비즈엘이디, 방음판 방음벽을 만드는 효성세라믹 뿐만 아니라 금형을 제조하는 회사까지. 여성들이 진출하지 않는 사업 분야가 이제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이 협회에서 일했다.
원래 일을 하거나 조직에 한번 들어가면 잘 바꾸지 않는 게 내 스타일이다.
여경협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많은 회사를 가지고 있던 그룹 회장은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협회를 떠나 어려움도 있었고 지금은 여성 단체들이 많이 생겨 문제다.
한목소리를 내도 어려울 때인데….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 여성들이 여성에 대한 평가에 더 인색하다는 지적에 대해 질문했다.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에 대해 여성들의 평가가 남성보다 좋지 않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박근혜씨 잘 하고 있지 않느냐.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아버지는 아버지 일이고 본인만 잘하면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데 아주 쿨하다.
한동안 학력위조 문제로 시끄럽지 않았느냐. 남자들은 학벌도 없이 출세했다고 자랑할 순 있지만 여자들의 속성은 그런 걸 감추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우리 협회로 방송사에서 연락이 와 방송 출연을 전제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성 기업인을 추천하라고 해서 몇 번 말해 봤지만 거절 당했다.
어려운 시절을 감추고 싶어하는 게 여자의 본성인가 보다.
” 다시 태어나도 사업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녀다운 말이 나왔다.
“난 패션 사업을 하면서 내가 입어보고 싶은 옷은 다 입어본 행복한 여자다.
나의 꿈은 직원을 가족과 같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회사를 만드는 거다.
” 인터뷰가 끝난 뒤 이 단체 관계자가 안 회장은 회사 내에 어린이집을 10여 년 동안 운영할 정도로 직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본받을 분이라는 말을 해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이 회사를 나올 수 있었다.
김영식 기자 igl7777@economy21.co.kr 안윤정 회장 약력 *1947년 대구 출생 *1965년 서울여고 졸업 *1969년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교육학과 석사 디자인학과 석사 *1975년 안윤정부띠끄 매장 오픈 *1979년 여성브랜드 ‘앙스모드’ 설립 *1985년 대한복식디자인협회장 *1986년 (주)사라 대표이사 *1991년 한국패션협회 부회장 *1994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1995년 서울제일로타리클럽 회장 *2007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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