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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배통경영]두발은 땅에, 시선은 하늘을
[삼배통경영]두발은 땅에, 시선은 하늘을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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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은 땅에, 시선은 하늘을 지난 21일 늦은 6시 30분 인사동에 위치한 한 전통주점에서 이종서 영인프론티어 대표와 만났다.
영인프론티어는 최근 인수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첨단 과학기기 및 바이오 항체신약을 개발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약속시간보다 5분정도 일찍 도착한 이 대표에게 음식과 관련한 국내 유명 만화와 관계가 있는 집이라 소개 하자 “분위기가 아늑하고 여유로와 좋다”며 넉넉한 미소를 띄운다.
일에 대한 열정과 바이오산업에 대한 자부심이 넘실대던 그의 삶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현실에 기초한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맑은 동동주와 소주로 컬컬해진 목을 달래며 진행된 이날 만남은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한시간 가량 지난 밤 10가 되서야 끝났다.
만난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첫 질문은 역시 술에 대한 것이었다.
내 인생에서 술은 ‘여유’다 학창시절 술은 많이 마신 편이었나? 내 인생에서 술이란? 얼굴이 금방 붉어지기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게 술은 ‘삶의 여유’다.
복잡한 일상사와 경영사안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좋은 음악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정신적으로 적당히 이완되면서 시야가 넓어진다.
그나저나 얼굴색 변하기 전에 사진 찍어주면 안되나.(웃음) 사랑고백이나 청혼할 때도 술과 무관했나? 특별히 청혼은 하지 않았다.
당시 분위기는 요즘과 많이 다르지 않은가. 서로 만남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됐다.
청혼을 위해 각종 이벤트를 고민하는 요즘 남성들이 들으면 좀 그렇겠지만… 대한민국 부모의 공통적 관심사 중 하나가 외국어 교육이다.
젊은 시절 연구에 빠져 아이들과 함께 일본과 미국에서 살았다.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인데 요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
나만 생각하고 살았던 것 때문인 것 같아 아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내 입장에서 외국어가 그렇게 중요치 않다.
자식이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면? 혹은 CEO가 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적극 권장하고 싶다.
그 자체로 도전하는 삶 아닌가. 자신만의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부딪히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국가도 힘이 생긴다.
도전,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일본 교토대학 의대 연구원과 의학박사, 하버드 의대 Research Fellow를 거쳤는데 산학협력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을 것 같다.
해외 기업들이 산학협력을 중요히 생각하는 것은 그로 인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버드의 경우 굉장히 역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창의적 연구주제를 설정해 연구에 매진하고 기업은 연구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영인프런티어 역시 이화여자대학 안에 연구소를 만들어 산학협력에 매진하고 있다.
귀국 후 대학 강단으로 가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다.
도전이었나?
물론 이 계통 연구자들은 귀국 후 대학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나이나 가족이 있으니 안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나 역시 귀국 후 바이오 기업에 뜻을 두자 가족이나 주변에서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다.
좀 더 편한 길이 있는데 왜 고생길로 들어서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전할 목표를 두고 다른 길을 갈 수는 없었다.
왠지 모를 소명의식 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
당시엔 가족에게 미안했다.
사실 당시 바이오 벤처에 대한 자본시장의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런 기업들이 있긴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 바이오산업 1세대를 이끈 선배들 전체를 평가절하해선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제대로 된 연구환경이나 대가 없이 오로지 열정을 밑천으로 연구에 정진한, 존경할만한 선배들도 많다.
바이오 기업을 이끄는 입장에서 황우석 사태는 특별했을 것 같다.
언론과 정치, 학계 등 복합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사실 젊은 과학자들의 모임에서는 초기부터 뜨거운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신드롬으로 인해 그동안 완전히 관심 밖이었던 곳에도 햇볕이 스며들었다.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게 암묵적으로 통하는 분위기였다.
바이오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 모두가 반성해야 할 교훈이기도 하다.
증권선물거래소 곽성신 코스닥시장본부장은 황우석 사태 이후 바이오 벤처 관리에 고민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이전에 비해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와진 것은 사실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바이오 분야는 제조업과는 다르다.
바이오 업종 내 분류기준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라 해서 건강식품이나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그런 분야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사업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라는 말이 있다.
반면 IMF이후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국내 기업현장에서는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한 CEO들이 많다.
투자 역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보다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방어적 투자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영은 리스크 테이킹이라 생각한다.
시선을 해외로 돌려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유목민의 자세가 필요하다.
가능성이 보인다면 위험요소를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성을 높게 쌓고 그 안에 살면 안정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외부 변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해 속절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
세계 기업들과 협력해야 바이오 항체와 관련한 국내외 업계 현황은 어떤가? 항체신약은 특정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선별해 제거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맞춤형 신약으로, 세계 항체신약 시장 규모는 2004년 103억불(한화 약 10조원)에서 2010년 300억불(한화 약 29조원)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 가능성을 쇼트트랙에 비유하고 싶다.
서양인들의 체격에 맞도록 오래전에 고안된 기존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 비해 동양인들도 접근할 수 있는 종목인데다 시작된지도 얼마되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동일한 출발선상에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결합된다면 여타 고부가가치 산업이 그렇듯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항체 신약을 개발하기 때문에 시선 역시 글로벌 시장에 맞춰져 있을 것이다.
마케팅 등 해외 시장공략 전략이 있다면?
물론 우리 회사도 해외 마케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두 다리는 땅을 딛고 눈은 하늘을 보라는 말도 있지않나. 기술개발부터 제품생산, 마케팅과 세일즈까지 모든 부분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려는 것은 과욕이다.
우리의 핵심역량이 기술개발이라면 마케팅과 세일즈에 강점을 지닌 해외 유수의 제약회사나 국내 유망 기업과 손을 잡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 기업과도 손을 잡을 준비가 돼 있다.
최근 종근당과 MOU를 체결했고 관련 대기업과도 MOU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설명한 전략의 일환인가?
항체신약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글로벌 바이오 기업은 물론 국내 대형 제약사들 역시 검증된 바이오 벤처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항체신약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추세다.
종근당과의 MOU 체결에 따라 양사가 첫 번째로 공동개발에 들어갈 치료제는 암 치료제다.
이후 다양한 암 질환 및 면역질환 등에 대한 항체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다.
종근당은 항체 의약품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으며 우리는 항체신약 개발의 원천기술 확보와 고부가가치 시장 영역확대가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강소기업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육성정책이 필요하다.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을 위한 요구가 있다면?
현재 우리 회사가 전세계적으로 바이오 항체를 연구하는 휴포 프로젝트에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결실은 모두 스웨덴에 귀속되고 있다.
그쪽에서 연구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재들이 남의 나라를 위해 일하는 모양새다.
안타깝지 않나. 앞서 말했듯 지금은 거의 비슷한 출발선상이다.
국가가 바이오 산업에 대한 발상을 전환한다면 전세계 항체 신약 시장을 우리의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三盃通經營(삼배통경영)’ 석잔 술로 경영에 통한다는 의미로 중국의 시인 이백의 月下獨酌(월하독작)에 나오는 싯구 '三盃通大道’를 차용한 것이다.
앞으로 CEO들과의 허심탄회한 술자리 대화를 통해 경영현장의 애환과 그들의 삶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영인프런티어는?

영인프런티어는 최근 애이비프런티어와의 합병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첨단 과학기기 및 항체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영인은 지난 2006년 12월 현 최대주주가 무선네트워크 솔루션 기업인 유젠텍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하고, 2007년 8월 영화과학으로부터 일부 영업양수 및 상호 변경 등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새롭게 이름을 알린 코스닥 상장 기업이다.
유젠텍 시절의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아 오해할 수도 있지만 영업 양수 직후인 지난 2007년 4분기에는 44억원의 매출을 달성, 유젠텍 시절인 전년 동기 대비 1289%의 급격한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흑자 경영의 초석을 다졌다.
또, 인수 후 지금까지 총 71억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 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과거 영인프런티어는 핀란드의 생명공학산업 전문제조업체 써모피셔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등 과학산업전반의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쉽을 맺고 이들 기업들의 주력 제품을 국내외에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다.
크로마토그래피(분리 분석기), 핀피티(혈액 및 시용액 분석기) 등 과학 산업 전반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제품들을 주로 취급하고 있으며, 기업은 물론 병원, 대학, 기관, 연구소 등 글로벌 고객사부터 국내 고객사들까지 탄탄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 기업들이 쉽게 넘을 수 없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 최종적으로 합병을 완료한 에이비프런티어는 차세대 바이오 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항체와 관련한 각종 컨텐츠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항체 전문 바이오 기업이다.
항체 관련 전문 기업 중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 2002년부터 국가과학자 1호인 이서구 박사가 연구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이화여대 산학협력단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연구 개발에 힘써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영인프런티어 대표였던 최영일 대표가 계속해서 첨단 과학기기 사업을 총괄하며, 에이비프런티어 대표였던 이종서 대표가 항체 신약 개발인 바이오 사업을 총괄하는 각자대표로 공식 출범 했다.
이 같은 각자대표 체제는 영인프런티어의 양대 핵심 사업인 첨단 과학 기자재 사업과 항체 사업의 전문성을 고려한 체제로서, 각 사업부의 역량을 극대화 시킨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종서 영인프런티어 대표는 “재무안정성이 대폭 개선되고 첨단 과학 기자재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서는 한편 항체 사업부의 매출이 성장될 것으로 예상됨에 올해 예상 실적도 지난 해 보다 약 3배 가량 증가한 259억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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