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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서민 목 죄는 ‘경유 폭탄’
[커버스토리]서민 목 죄는 ‘경유 폭탄’
  • 한상오 기자
  • 승인 2008.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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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부선 리터당 2000원 넘어…농·어민, 택배업자 등 서민들에 직격탄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국제유가 급등세에 그래도 서민들은 설마설마 했다.
그러나 정말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처럼 경유값 2000원대 시대가 닥쳐왔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주유소 종합 정보시스템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24일 국내 경유가격은 1841.57원. 각 주유소마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지난 16일 평균 1700원을 돌파한 이후 1주일여 만에 140원이나 올랐다.
이미 서울 시내 일부 주유소에선 경유 가격이 이미 휘발유를 넘어선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서민들 ‘경유값 폭탄’에 숨이 막힌다 경유는 서민들과 관련이 깊다.
때문에 그 충격은 휘발유 가격보다 더 크게 받아들여진다.
미국 쇠고기 수입 때문에 분노하던 농어민들은 이번 경유값 폭등에 아예 넋을 잃었다.
면세유를 사용하는 어민들은 고기잡이를 포기했다.
가온작물로 생계를 잇는 시설원예농가도 한숨의 깊이는 똑같다.
이런 문제는 농어촌만의 일이 아니다.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도 충격이 크다.
특히 번듯한 가계하나 마련 못하고 자동차에 기대어 살아가는 서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이번 ‘경유의 반란’은 대한민국 서민들에게는 직격탄이나 다름이 없다.
서울 강서구의 이정근(35세)씨는 요즘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그의 직업은 택배업자. 한 유명 업체에 속해 있지만 차를 지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영업자에 가깝다.
그러나 최근 경유값 급등으로 수입은 반토막이 났다.
“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렇다고 집에서 놀자니 답이 없고, 계속 일하자니 짜증만 늘어갑니다.
4년전, 경유값이 리터당 1200원 정도 할 때는 한달 열심히 일하면 350만원 정도 가지고 갈 수 있었지요. 차량 감가상각이나 관리비 제외하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생활은 되었어요.” 그는 요즘 생활비는 고사하고 담배값까지 걱정해야한다고 덧붙인다.
“한 주에 거의 50원씩 뛰어오르는 경유 값에 버틸 재간이 없어요. 거짓말 하지 않고 수입이 반으로 줄었어요. 톨게이트 비용에 보험료에 모두 오르는 것 투성이잖아요. 그 중에 경유 가격이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말이죠. 젊은 사람이 한 달 죽어라 일하고 100만원 남짓 집에 가져다주는 게 말이 됩니까?” 그는 답답한 마음에 언성이 높아졌다.
회사 지입을 위해 샀던 중고차 가격도 5천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 때 받은 대출금은 원금은 생각지도 못하고 이자만 내고 있는 실정이다.
“새벽에 눈을 뜨면 일어날까, 말까를 한참 고민해요. 제 눈치만 보는 아내에게 미안해서 나오는 겁니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대화중에 그는 계속 줄담배를 피웠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페트로넷)에 따르면 5월3주차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16.98원으로 전주 1768.22원에서 48.76원이 올랐다.
이 같은 상승 금액은 올해 들어 최고치. 또 실내등유와 보일러등유는 리터당 1300.33원과 1305.72원에서 1369.73원과 1371.95원으로 각각 69.40원과 66.23원이 올랐으며 경유도 5월2주차에 리터당 1716.06원에서 1785.23원을 기록, 한 주간 69.17원이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제품이 5월2주차에 비해 약 40원에서 100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광주지역의 보일러등유는 5월3주차에 1396.67원을 기록, 전주에 비해 리터당 100.42원이 올라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화물연대, 6월 총파업 예고 결국 천정을 뚫고 올라간 경유가격은 우리 경제를 동맥경화로 몰고 가고 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처한 화물업계가 경유가 상승에 따른 운송료 인상을 문제로 6월 초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나선 것.
사진: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 제공
화물연대는 22일 성명을 통해 고유가 대책과 운송료 현실화에 대해 정부와 화주, 대형 물류회사가 대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측은 “경유가격이 오르는 만큼 운임을 올려 받아야 하지만 화주의 우월적 지위와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운송료 현실화에 국토개발부 등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23일 화물연대 경남지부 창원동부지회 하이로지스틱스분회 조합원 180여명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운송거부에 돌입했다.
이들은 23일 오전 화물차 180여대로 경남 창원시 LG전자 제2공장을 에워싼 채 LG전자의 물류대행업체인 하이로지스틱스(하이로)에 운송료 23.4% 인상을 요구했다.
화물연대측은 “기름값이 폭등해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하이로에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으나 하이로는 화물연대를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아 운송거부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현재 화물차의 서울∼창원 간 왕복 운임이 60여만원인데 경유값 폭등으로 기름 값에만 38만원이 소요돼 손익을 맞추기 어렵다.
경유값이 ℓ당 1천800∼1천900원 선에 육박하지만 유가보조금은 ℓ당 280원 밖에 안 돼 차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이로측은 “우리와 계약된 화물차는 1천대이며 이 중 1일 운송물량은 300여대이기 때문에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인한 피해는 아직 없다”며 “화물연대가 아닌 개별 차주들의 대표자와 운송료 인상과 관련해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왕좌왕 ‘해답이 없다’ 이같은 화물연대의 반응은 육상 물류 운송 업체들이 대부분 경유를 사용하는데, 최근 경유가 휘발유 가격보다 높아져 정부가 지급하는 유류 보조금으로는 보전이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화물차를 운영하는 개인 차주는 ℓ당 300여원대의 유가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경유가격이 ℓ당 2천원대에 육박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엔 힘들다.
화물차의 서울~부산 왕복 운임이 80만원 선인데 경유값 상승으로 기름값만 60만원대에 육박해 손익 분기점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 개인 차주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화물연대가 유가 보전을 위해 면세유를 공급해달라는 주장은 다른 업계와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고 밝히면서 화물연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화물연대와 관련한 일일 상황반을 만들어 현황을 점검하고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미 지난해 유가 보조금 지급을 통해 지원을 했던 터라 추가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개발부 관계자는 “고유가로 다른 업계들도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 화물연대에게만 추가로 유가 보전을 하기엔 힘든 상황”이라면서 “우선 화물연대와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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