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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타는 물류업계, ‘6월 대란설’ 위기감 고조
[이슈]속타는 물류업계, ‘6월 대란설’ 위기감 고조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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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쓰나미… 물류대란 현실화 되나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서 리터당 2000원 대로 오르면서 물류대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경유의 비중이 높은 화물운수 업계와 물류업계는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6월 화물연대의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물류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직격탄 맞은 택배업계 요즘 물류업체들은 땅이 꺼진 듯 한숨을 쉬고 있다.
대부분의 물류업체들은 운송비·하역비 등의 화주(貨主)와의 계약을 연간으로 체결하고 있어 유가 상승분을 즉시 반영할 수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통운, 한진, 동부익스프레스 등 국내 주요 물류(택배)업체들은 경유값의 고공행진으로 심한 경영압박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을 운행할수록 배달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인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특히 택배업계는 항공의 유류할증료와 같은 유가 보전 시스템도 없어 고유가에 따른 충격파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통운 등 4개 메이저 업체와 중소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대한통운·현대택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작년 실적이 그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유진그룹이 인수한 로젠택배,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 지난해 동원그룹이 인수한 아주택배 등이 적자를 냈고 계열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을 거느려 기본 물량을 확보한 CJ GLS 정도가 적으나마 순이익을 냈다.
이런 와중에 자차(自車) 비중이 높은 일부 물류업체의 경우 유류비 비중이 기존 10%에서 최대 30% 정도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 한 물류 회사의 경우, 치솟는 경유가격 때문에 올해 들어 지난해 영업 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30억원의 비용 부담이 생겼다.
이에 따라 택배업계는 빈 차로 운행하는 공차(空車) 비율을 낮추고 운전자들에게 경제속도 준수를 촉구하는 등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GIS, GPS 등을 이용한 최단 경로 시스템도 도입하거나 아웃소싱을 적극 검토하는 업체들도 있다.
하지만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유가 상승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택배 관계자는 “경유값이 워낙 가파르게 올라 수지를 맞추려면 지금보다 배달 요금을 최소 30~40% 올려야 하지만 현재 업체간 단가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먼저 가격을 인상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라 말했다.
대한통운 관계자 역시 “해운 및 항공업계와 달리 택배회사의 경우 기름 값이 오른다고 해서 요금을 올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의 유류할증료와 같은 유가상승을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할 시기”라 말했다.
항공사, 노선 구조조정 등 배수진 국내 항공사들도 “계속 이런 식이면 날개가 꺾일 판”이라며 크게 걱정하고 있다.
항공유 가격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싱가폴 항공유의 경우 지난해 연말 110달러 정도였지만 현재 166달러 선까지 올랐다.
국제 유가의 바로미터인 WTI(서부텍사스 원유)보다 더 빠른 폭의 상승세인데다 올 2월까지 10달러 안팎에 머물렀던 WTI와 국제 항공유 가격의 차이는 40달러까지 벌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은 요금인상과 더불어 기내에 비치하는 식음료나 화장실용으로 싣고 다니는 물의 무게를 줄이는 등의 각종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것만으론 부족해 노선 감편이나 운휴 등을 검토, 실행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노선 구조조정에 나섰다.
대한항공측은 올 1분기 연료유류비가 8116이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5431억원에 비해 약 50% 상승한 금액이다.
1분기 전체 비용 중 유류비가 37%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약 310억원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유류비의 비중이 3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1% 상승한 수치다.
아시아나항공은 현 유가 기조가 연말까지 유지되면 유류비용은 매출액의 35~40%대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노선별 수익구조를 모니터해 조만간 노선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항공사는 급기야 적자폭이 큰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오는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인천~괌, 인천~세부 등 12개 노선을 감축하고 부산~시안 등 5개 노선에 대해 운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인천~마닐라 등 4개 노선은 소형 기종으로 교체해 연료 효율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청주발 제주행 항공기의 화물운송 사업을 오는 6월 1일부터 중단하고 비수익 여객 노선에 대해서도 감편 등을 검토 중이다.
제주항공은 7월 1일부터 공시요금을 기존 항공사 대비 8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이에 따라 제주-김포 노선의 요금은 주중 5만 1400원에서 주중 5만 8800원으로 오른다.
화물항공 운임도 오른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미주 노선 화물항공 운임을 노선별로 1년 전보다 14.7~25.4% 올렸다.
인천~시카고 노선 운임은 kg당 25.4% 올랐다.
인천~뉴욕 노선도 25%,인천~로스앤젤레스는 20%으로 상승했다.
대한항공의 화물운임도 비슷하게 올랐다.
항공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고유가로 유류비용이 매출액의 30%를 넘는 상황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비용절감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최근 유가를 반영한 유류할증료 체계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해운업계도 연료유인 ´벙커C유´의 가파른 상승으로 유가부담이 늘어났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1분기 매출액 대비 연료유 비중이 작년 동기 대비 1~2% 가량 늘었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외항 해운사는 선박연료유에 대한 유류할증료 부과 및 공급선 다변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사정이 그나마 나은편으로 알려졌다.
유가가 자연스럽게 운임에 연동되는 시스템 덕분이다.
해운업계는 북미.태평양 운임안정협의회(TSA)가 정한 유류할증료(BAF) 표에 따라 유가 변동을 매달 운임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해운사들은 1년 전보다 평균 60% 이상 오른 벙커C유 가격 급등분을 반영, 이달 초부터 개별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해상 운임을 올렸다.
하지만 근해선사들은 화주와의 협상력이 떨어져 연료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p.kr

6월 대란설 현실로 나타나나

폭탄의 뇌관은 ‘경유값’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는 이미 운송료 인상과 경유 가격 안정 등의 정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 측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지난 28일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 유가 보조금 기간 연장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운수업계는 이를 ‘실효성 없는 땜빵식 대책’이라 비난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문제의 핵심은 경유가격인데 이번 대책회의에서 경유 대책이 빠져 있다”며 “이래서야 무슨 해결책이 될 수 있겠냐”며 힐난했다.
화물연대는 역시 이날 고유가 대책과 관련, "하나같이 대책이라고 할 수 없고,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안일한 사고"라면서 "정부 대책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가스와 전기요금, 난방 등 특정 계층에 직접 현물로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는 당장 시행에 들어가기 어려운 데다 그나마 이번 회의에서 시행 확정이 아니라 검토 추진이어서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보조금 연장 방안 역시 확정이 아니고 검토 사항이다.
국토해양부와 화물연대는 28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지난달 초 이후 4번째 협상을 가졌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채 끝났다.
화물연대가 유가 폭등과 관련해 운수업계에도 면세유를 지급해달라는 요구한 반면 정부는 조세 정책을 바꾸는 일이라 쉽게 손댈 수 없지만 오는 6월 30일 만료되는 경유 보조금 지급 시한을 2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관계자는 “조합원 설문 결과 대정부 교섭에서 성과가 없으면 총파업에 돌입하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며 “오늘과 같은 회의 결과라면 파업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다음달 6일 총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하는 확대간부회의를 열 예정이다.

경유가 인상 불똥 어디까지

먹거리까지 수출기업까지 전영역

고유가로 인한 물류대란이 일어날 경우 불똥이 국내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석유에서 원료를 구하는 섬유나 화학 기업들은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심정으로 에너지 절감에 나선지 이미 오래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건설업계는 덤프.레미콘 운송료 인상이 결정될 경우 또 한번의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운반비 인상이 건설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타격을 받았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경유차량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따라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SUV 차량 렉스턴과 액티언에 대해 지난주부터 6주 동안 감산에 들어갔다.
수·출입업체도 항공운임과 해운회사 항로 운임 인상에 의해 물류부담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인한 채산성 악화가 전망된다.
연초 곡물가에 따른 인상에 이어 이번엔 위스키와 맥주와 같은 주류와 제과, 음료 등 포장•물류 비중이 높은 제품에서 가격이 인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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