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1-27 17:41 (목)
[커버]정부 성장정책에 서민들 울상
[커버]정부 성장정책에 서민들 울상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6.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각국 인플레와 전쟁 중…정부, 성장 일변도 탈피해야 대한민국 서민들이 울상이다.
물가가 5개월 연속 가파른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고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실질 GNI는 악화일로이며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가는 언제 진정세로 돌아설지 불투명하다.
이 여파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원자재와 중간재 등의 물가가 순차적으로 상하는 등 최종소비재 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가 계속 치솟고 있다.
5월 개인서비스 물가가 4.3% 올랐다.
52개월 만에 최고다.
특히 학원비,외식비, 아파트 관리비 같이 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이 많이 올랐다.
라면과 김밥, 아이스크림이 15% 넘게 올랐고, 유치원비가 8.4%, 대입종합반 학원비가 7.2%, 아파트 관리비는 5.3% 올랐다.
물가 급등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 격차가 커져 분배구조는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4분기 중 소득 5분위(상위 20%)의 소득은 1분위의 8.41배로 사상 최대로 벌여졌다.
올 들어 새로 생기는 일자리(전년동기비)는 20만개를 밑돌 정도로 취업난도 심각하다.
글로벌 경기 역시 여전히 인플레이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도 배재할 수 없다.
거의 모든 경제 연구기관들이 경기 하강국면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으며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모두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성장을 지향해온 정부로서는 정책 기조의 중심을 바꾸지 않는 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는 지금 ‘인플레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폐막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럽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성장보다는 물가상승을 먼저 걱정해야 할 때라는 의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현재와 같은 연 4.0%로 동결했다.
하지만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경보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며 “다음번 회의(7월)에서 금리를 소폭 조정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달에는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암시였다.
이는 고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유럽연합(EU)의 5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나 오른 것으로 나타나자 나온 처방전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더욱 적극적이다.
식량·에너지 가격의 급등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성장전략을 포기하는 대신 금리 인상 등을 통한 ‘물가 잡기 총력전’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이코노미21 표
최근 위기설에 휩싸인 베트남은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전격 인상했다.
최근 유류 가격을 올린 인도와 말레이시아, 대만과 태국 등도 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물가상승률이 2년6개월 만에 최고치인 10.38%를 기록하면서 기준금리를 8.5%로 높였다.
필리핀도 3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5.25%로 올려놨다.
필리핀 역시 최근 발표한 연간 물가상승률이 10%에 육박한 상태다.
인플레,해외에서는 금리인상으로 대응 2003년 초반부터 시작된 물가 오름세였지만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통한 물가잡기에 나서지 않았던 것은 대부분 경제정책이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발 신용위기의 여파로 세계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성장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UBS는 지난 5일 “아시아 각국에서 통화 팽창을 억제하는 데 실패한다면 현재의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은 영구적이 될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중남미 신흥국들도 인플레이션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이 25%를 웃돌 수 있다는 염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또 우루과이와 칠레도 당초 목표치를 큰 폭 웃도는 10%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도 성장위주의 정책기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은 5월 소비자 물가가 연간 관리 목표치(3.5%)를 훨씬 뛰어넘는 4.9% 수준임에도 얼마 전 “7% 성장, 747 정책은 실현할 수 있는 꿈”이라면서, 성장 우선 정책을 바꿀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정부가 앞에서는 물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성장 기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의 기준금리 향방 역시 현행 5%로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증가하고 있는 유동성과 치솟는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사실상 동결로 결정된 분위기다.
ⓒ이코노미21 표
사실 지난달 초 만 해도 한은에서는 경기하강 우려를 감안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급등하자 한국은행이나 정부에서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오히려 고위 관계자들의 입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면서 성장이냐 물가냐 하는 논란은 무의미하다”, “당연히 물가를 우선해 나갈 것” 등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환율주권 변화하나 ‘물가 불안을 자극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고환율 정책도 도마 위에 오른 지 오래다.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국제유가가 오르는 와중에도 달러당 원화환율이 91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유가 상승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환율이 1030원대에 이르러 원유가격 부담을 한층 가중시켰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7% 경제성장에 맞추려다 보니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린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내수경기 침체를 수출로 만회하기 위해 환율을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에 소비자 물가 상승에 부채질을 한 꼴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도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현 상태에서 환율을 낮춰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이들이 많았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950~980원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따라 ‘물가안정으로의 정책전환’, ‘성장을 위한 속도조절’ 등 해석이 분분하나 결국 정책당국이 환율에 개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는 뜨거운 감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10일부터 휘발유, 경유, LPG 등 유류에 붙는 세금에 탄력세율을 적용, 10%의 인하효과가 나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 효과는 유가 급등으로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또 유가 급등으로 부가세(10%)도 덩달아 뛰면서 실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세금도 별반 줄지 않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때문에 여당은 물론 청와대는 물가인상의 주요 요인인 유가에 관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개편 역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고 일시적인 세수증가분을 감세재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세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재정확대 정책에 대한 효과도 미지수다.
대운하 역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과거 미국의 카터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운하와 같은 재정확대 정책은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물가불안 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면서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세밀한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원장은 “현 상황에서는 숫자로 드러나는 표면적 성장에 집착하기 보다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세밀한 정책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경기하강이 전망되고 있는만큼 당장의 물가안정과 함께 이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정책을 짜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