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16 15:41 (월)
[편집장 편지]쌀독 한 번 열어보세요
[편집장 편지]쌀독 한 번 열어보세요
  • 한상오 기자
  • 승인 2008.06.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자의 눈물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것도 불혹을 넘어 지천명이 가까운 나이에 흘리는 한 가장의 눈물 말입니다.
최근 한 중국집 사장을 만났습니다.
취재 때문에 따로 만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람입니다.
오랜만에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는데 그가 세상에 대한 하소연을 하다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장사를 마치고 카운터에서 하루를 마감하다 보면 정말 살 재미가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재료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데, 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임대료에 직원들 월급에 나갈 돈은 많고 정작 주머니에는 천 원짜리 몇 장이 고작이랍니다.
열세 살에 집을 나와 가방보다 자장면 배달통을 더 오래 들었다던 그가 앞으로 어떻게 가족들을 먹여 살릴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2008년 대한민국은 돈 없는 서민들에게는 지옥 같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빠듯해 삼복더위가 채 오지도 않았는데 올 겨울 날 일이 걱정입니다.
국제유가의 급등이라고는 하지만 생계를 이어갈 경유나 LPG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일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서민경제에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커버스토리를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연일 보도되는 경제 통계마저 먼 사람들의 얘기로 들리는 ‘평균 아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정부의 통계가 서민들의 삶과 얼마나 괴리된 것이지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그들은 월수입 3백여만 원의 통계치를 마치 재벌의 수입인양 부러워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정부가 서민지원 대책을 마련한다고 떠들어 대지만 과연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돌아갈 지는 정말 가늠할 길이 없습니다.
아니 그 서민 대책에도 못 끼는 사람들이 태반일 것입니다.
현충일이 끼어 있던 6월의 첫 주는 유독 비소식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속이 끓어 오르고 머리에서 열라는 사람들이 많은 대한민국을 식혀주려는 하늘의 배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잡지 마감을 하는 이 시간에도 전국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국민 수 만 명이 72시간을 잇는 릴레이 촛불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성난 촛불은 이제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2008년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총체적 부실에 대한 질책입니다.
더 나아가 먹고 살길이 막막해 말라죽을 처지에 놓인 서민들의 절규가 섞여 있습니다.
정부는 8일 서민대책을 내놓겠다면서 세금 환급이니, 공공요금 동결이니 하는 이야기로 성난 민심을 달래보려고 하지만, 그 실현성을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먼 과거에나 있었던 춘궁기가 다시 도래했습니다.
그 때와는 모양세가 조금 다른 보릿고개지만 분명 대한민국 서민들은 이 ‘신(新) 보릿고개’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먼 앞날의 걱정도 아니고 당장 6월을 지낼 일이 걱정입니다.
기자는 오늘 집으로 돌아가면 쌀독을 열어볼 생각입니다.
이 보릿고개를 넘어갈 만한 양식이 있는지 말입니다.
한상오 편집장 hanso110@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