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5:10 (수)
[세계]일본, 경기확대국면에 황색등
[세계]일본, 경기확대국면에 황색등
  • 김도형 한겨레신문 도쿄 특파원
  • 승인 2008.08.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경제 감속과 원유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  “전후 최장을 기록중인 현재의 경기확대국면은 미국경제의 감속과 원유·원재료 가격의 상승에 직면해 황색등이 켜졌다.
”  7월22일 오타 히로코 경제재정상이 각의에 제출한 일본의 2008년도 경제재정백서는 일본 경제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일본의 상장기업이 2002년 이후 6년연속 최고이익을 갱신해온 전후 최장의 호시절이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현재의 경제침체는 일본 뿐만아니라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임에도 일본은 엄살처럼 보일정도로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고 철저한 대비책을 요구하는 것은 버블경제 붕괴의 아픔이 그만큼 컸고, 현재의 경제확대 국면 지속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서브프라임 론(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자용 주택담보대출) 신용경색 사태이후 일본 경제의 각종 지표도 나빠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경제백서가 나온 날 일본정부는 1월에 발표한 실질 및 명목 경제성장율을 크게 하향수정했다.
가계와 기업의 경기실감을 나타내는 명목 성장율을 2.1%에서 0.3%로, 명목성장율에서 물가의 움직임을 제외한 실질성장율을 2.0%에서 1.3%로 대폭 하향수정했다.
이에 따라 2011년도 기초재정수지의 흑자전환 목표도 불가능할뿐아니라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결론이다.
 세출을 크게 줄이고 명목 및 실질 성장율 각각 2.4%와 3.0%라는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실현된다고 해도 정부와 지방의 재정수지는 3조9천억엔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상적 시나리오가 실현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는 올 1월에 예상됐던 0.1%(7천억엔)에서 0.7%(3조9천억엔)으로 크게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실질 성장율 1.2%, 명목 성장율 1.7%)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7조9천억엔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이런 ‘우울한 시나리오’는 현재 5%인 소비세를 대폭 올리거나 세출을 대규모로 축소해 낭비요인을 제거하지 않은 한 현재 800조엔이 넘어선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일본의 전후 최장기 경기확대 국면을 이끌어온 수출 전선에도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확대 국면 이끈 수출 전선에 이상 신호 대 미국 수출 감소, 6월 대미 흑자 2001년 이후 최저  재무성이 7월24일 발표한 6월의 무역통계 속보에서는 수출액이 55개월만에 지난해 같은 달의 실적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무역흑자액도 전년 동기대비 88.9% 감소한 1386조엔에 그쳤다.
자원가격 급등이 수입액을 상승시켜 무역흑자가 대폭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수입가격의 동향에 따라서는 무역수지가 적자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수출액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미국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악화로 경기가 감속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연속 전년도 실적을 하회했다.
 일본의 6월 대미 흑자는 전년대비 40.2% 줄어든 4천444억엔으로, IT(정보기술) 거품 붕괴로 경기가 후퇴한 2001년 5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유럽 시장으로의 수출도 미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의 수출 부진으로 2개월 연속 전년 동기의 실적을 밑돌았다.
 미국과 유럽 시장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신흥국중 러시아와 중동으로의 수출이 10% 이상 늘었다.
그러나 두자릿수 신장률을 보이던 아시아 시장에서는 1.5%가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신흥시장 가운데 자원가격 급등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국가로의 수출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시장 수출도 5.1%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출액은 1조1천868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증가율은 3개월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수입액은 원유 등 자원과 식량가격 급등으로 늘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6월의 평균 원유 수입가격은 1배럴당 121.7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종합상사들로 구성된 일본무역회는 “수입액이 앞으로 수입액이 앞으로도 10% 전후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무역흑자는 1983년 이후 기업들의 연말연시 휴무 영향이 나타나는 1월을 제외한 월간 베이스로 흑자가 지속돼왔으나 지금과 같은 상태로 원유가격의 급등이 계속될 경우 적자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일본의 원유 수입 가격이 1배럴당 160달러에 달하게 되면 무역흑자가 제로가 된다는 추산 결과를 내놓았다.
일본은 원유가 앙등에 구조적으로 유럽보다 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분석이다.
유로화 가치상승에 직면하고 있는 유럽은 원유가 앙등에 따른 수입가 상승분을 수출가격에 전환해 수출입가격의 비율로 수출의 채성성을 표시하는 ‘무역조건’의 악화를 억제하고 있으나 일본은 수출가격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가격을 올려서라도 팔 수 있는 매력있는 일본 제품을 어느정도 수출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일본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정부는 일본 경제성장 동력면에서 수출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수출의 감소추세에 대해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재정백서는 2002년 2월부터 시작된 경제확대 국면에서 실질 국내총생산의 성장율중 60% 이상이 수출증가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수출의존도의 높음을 강조했다.
이 비율은 일본의 전후 경기회복 국면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알려졌다.
일본의 수출기업들은 경기회복 국면에서 매년 잉여금을 엄청나게 쌓아놓고도 중국 인도 등 신흥국과의 경쟁을 이유로 인금인상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제성장 동력가운데 주머니가 가벼운 가계 및 개인소비의 여력이 늘어나지 않는만큼 수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급여 감소로 가계소비 증가 한계  9년연속 봉급생활자의 급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가계나 개인의 소비가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1/3을 넘어서고 ‘워킹푸어’(아무리 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계층)로 일컬어지는 연간수입 2백만엔 이하의 봉급생활자가 1천만명을 넘어서 ‘빈곤’이라는 말이 일본의 감춰진 실상을 읽는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79년전 플로레타리아의 작가가 혹독한 노동착취에 맞서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게공선>이 30만권이 넘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시대배경이 있다.
  특히 올들어 일본에서 10여년간 경험하지 못한 가파른 물가오름세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일본 서민들 가계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7월25일 발표된 총무성의 6월 전국소비자물가지수(2005년=100, 신선식품을 제외한 종합)는 102.0으로 나타나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9% 상승했다.
1992년 12월(2.0%) 이후 15년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한국이나 미국, 유럽에 비해 아주 낮은 상승률이지만 1990년대 초반 버블경제 붕괴 이후 오랜기간 물가하락을 경험한 일본의 서민들로서는 피부로 느끼는 물가오름세는 가파른 것일 수밖에 없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소비가 과열한 버블경기의 최전성기(2% 후반~3% 전반 수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3% 진입도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디플레이션경제속에서 버텨온 제조업체들은 원유가 및 원자자값 앙등에도 다른 나라에 달리 가격인상에 신중한 편이었으나 점점 더 버티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경제백서를 통해 “일본 경제는 성장동력의 국외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리스크 감당능력이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체질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백서는 일본 경제가 국외발 쇼크에 취약한 원인으로서 기업이 성장기회에 한정된 국내에 머무른채 리스크를 회피함으로써 수익이 높은 사업에 대한 도전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백서는 일본기업이 리스크를 감당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경제개발기구(OECD) 조사를 근거로 △특정 사업분야에 집중된 인수합병의 비율 △신규 기업의 개업 비율 △국내총생산 대비 벤처기업의 투자액 등 3가지 지표를 각 나라별로 비교한 결과 3가지 모두 20위 이하의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른 조사에서는 평균 근속연수가 길고 주요은행으로부터 차입비율이 높은 ‘일본형’ 기업일수록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나타났다.
백서는 “일본 기업은 도전을 회피하고 있어 수익력이 낮다.
이것이 경제전체의 성장력의 빈약함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가계도 1500조엔에 이르는 막대한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중 50%를 현금과 예금에 투자하는 보수적인 운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독일의 30%, 미국의 10% 수준에 비해서도 크게 높다.
 그러나 세계적인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가계에 과감한 투자를 촉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일본 정부 자신이 먼저 과감한 도전정신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도쿄신문>은 7월24일치 사설에서 “성장력 강화에 대한 정부의 노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도로와 고용관련 사업 등과 관련해 특별회계에서 지출된 예산에서 커다란 낭비가 감춰져 있다는 점을 여러차례 지적해왔다.
각 성청의 기득권화된 예산에 철저하게 수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한겨레신문 도쿄 특파원 aip209@hani.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