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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락하는 유가는 날개가 있다?
[이슈]추락하는 유가는 날개가 있다?
  • 박득진 기자
  • 승인 2008.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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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지났다” 대세 … 투기세력 규제강화가 유력원인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OPEC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 겸 알제리 석유장관의 4월28일 발언이다.
국제유가가 치솟아 원유를 증산해도 국제유가는 계속 상승해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이다.
이 말은 곧 지난 수십 년 간 국제 원유 값을 좌지우지해왔던 OPEC의 항복 선언이기도 했다.
석유는 지난 수십 년 간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석유는 세계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 항상 필요하기 때문에 필요재로 분류되며 가격 탄력성이 낮다.
세계 석유 사용량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중동의 석유 수출국들은 석유수출국기구를 만들어 지난 수십 년 동안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국제 석유가격을 조절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급량 조절로도 어찌 하지 못하는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된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의 예측은 최근 또 한 번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차킵 켈릴 의장은 올해 7월7일 “국제유가가 향후 수 주간 다시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국제유가는 계속 하락했고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는 계속 하락해 120달러 중반대로 떨어졌다.
국제유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이미 석유수출국기구의 것이 아니었다.
금융회사인 리만브라더스는 7월24일 보고서에서 “원유 수요 감소 추세가 강화되면서 유가가 정점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헤지펀드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주식전략 수석 사울 헨리는 “최근 몇 주간은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들 모두 고유가 추세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석유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1987년 미국증시의 블랙먼데이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마크 파버는 최근 “세계 경기 성장세가 끝자락에 있으며, 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로 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고까지 예측했다.
"10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것" 유가를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어디로 갔을까. 누가 유가를 하락시켰을까. 국제유가의 이 같은 하락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한 가지는 각국의 수요 감소에 따른 비축분 증가, 다른 한 가지는 원유투기세력 규제 강화다.
미국 에너지부(EIA)는 7월23일 “지난 주 원유 재고가 2억9530만 배럴로 156만 배럴 감소했지만, 휘발유 재고는 285배럴, 난방유와 경유를 포함한 정제유 재고는 242만 배럴 각각 증가했다고 밝혔다.
EIA는 “지난 주 휘발유 재고가 예상 밖에 급증한 것은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세계의 주요 에너지원인 ‘원유’는 공급에 상관없이 일정 수요가 꼭 필요한 비탄력재(필수재)이기 때문에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역작용으로서의 수요 감소는 일정 한계를 지니며 이로서는 국제유가 하락 현상을 모두 설명하기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이미 공급량을 증가시키는 실험이 국제유가 시장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OPEC의 발표로 확인된 바 있다.
수요 감소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은 단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 요인으로 장기적인 국제유가의 안정을 유지하려면 대체에너지 개발과 친환경 에너지 준비 등 상당한 ‘장기적’인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바로 국제 원유투기세력 규제 강화의 측면이다.
올해 초부터 미국 상원은 국제 원유 투기세력의 규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는데, 일각에서는 현재 유가에는 ‘투기에 의한 거품이 60~70%까지 끼어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OPEC의 ‘어쩔 수 없다’는 발언은 이런 주장들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 문제를 논의해온 미국 상원은 23일 원유 투기세력 근절을 위한 법안을 공개토론에 올리는 안건에 대해 94명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공개토론을 진행하려면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만장일치로 가결된 것은 그동안 상원에서 이 논의가 상당부분 공감대를 형성해 왔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논의되는 법안 내용은 투기세력 근절을 위한 상품선물 거래위원회(CFTC)의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이 승인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결론을 내긴 했지만 G8 정상회담에서도 국제 석유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논의된 바 있다.
참가국 정상들은 “관계 당국이 협조해 원유 선물시장의 투명성을 한층 제고하도록 한다”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유가에 대한 투기자본 규제를 반대하는 것은 주로 미국과 영국인데, 금융산업의 규모가 상당하며 선물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기업들이 많은 양국은 규제의 대의에는 토를 달지 않지만 실제 규제 논의에서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 영국은 투기자본 규제에 반대 미국의 경제, 에너지 전문가인 윌리엄 엥달은 지난 5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국제유가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새로운 보이지 않는 손인 국제투기자본에 대해서 설명했다.
엥달은 “오늘날 원유 가격은 고전적인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유가는 영미권 4대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물론이고 복잡한 금융시장 시스템에 의해 지배된다”고 밝혔다.
엥달은 나아가 “현재 원유가의 60%는 대형 은행과 헤지펀드들이 주도하는 순수한 의미의 투기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런던국제석유거래소(ICE), 나중에 생긴 두바이 상품거래소(DME) 등이 국제 유가의 표준가격을 좌우하고 있다.
하지만 엥달은 오늘날의 유가 결정 과정은 매우 불투명하고,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같은 몇몇 대형 석유 거래 은행들만이 누가 석유 선물이나 파생상품을 사고 파는지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엥달은 이어 “지난 10년에 걸쳐 석유 선물시장에서는 파생상품들이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은 채 거래되는 기법이 발달했으며, 현재의 투기성 유가 버블은 그에 따라 생겨난 것”이라고 말었다.
유가 결정권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월스트리트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엥달은 이에 대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전형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공급량에 의한 조절이 실패한 국제 원유가격. 세계인들의 석유절약 운동으로 석유 가격이 하락했을까? 아니면 엥달의 말처럼 이미 국제유가의 결정은 ‘시장’이 아닌 ‘그들의 손’으로 넘어간 것일까? 올해 하반기 국제유가의 전망. 아마 ‘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 정구현 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재로 열린 ‘제주포럼’에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200달러대에서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200달러는 아무리 봐도 너무 범위가 커 보인다.
박득진 기자 madgon@economy21.co.kr
국제유가 파동 속 ‘실용경제’ 한국만 더 큰 고통 고환율 정책으로 고유가부담 고스란히 떠안아

국제유가가 한 번 커다란 성을 냈다.
올해 초 배럴당 100달러 선이던 가격이 150달러 근처를 찍고 120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국제유가가 한번 크게 올랐다 내린 셈이다.
누구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한번 파동을 겪었다.
각국의 피해는 어느 정도나 될까? 무디스 경제분석 계열사인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은 2007년 이후 아시아 주요국 자국 통화 기준 유가 상승률에서 한국이 172%로 베트남(154%)과 인도네시아(149%)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이런 차이가 생기는 원인을 ‘환율’로 지적했다.
미국 달러화 기준 유가는 142% 상승했다.
이것을 평균으로 잡으면 될 듯하다.
달러에 대해 초강세를 유지해 온(환율정책을 잘 쓴) 호주의 경우 호주달러 기준 국제 유가는 겨우 1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2위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 3위 수입국인 일본 역시 자국 통화의 대 달러 강세 정책으로 자국 통화 기준 유가 상승률은 각각 115%, 113%에 그쳤다.
즉, 중국과 일본 국민들은 국제유가 상승의 압박을 미국 국민들보다도 훨씬 덜 느꼈다는 말이다.
‘실용경제’를 주장하던 이명박 정부는 타국들이 자국의 통화를 강하게 하고 있을 때 세계 각국과는 달리 혼자 ‘아니오’를 외치면서 유일하게(?) 고환율 정책을 유지했다.
그 결과 한국정부, 아니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국의 국민에게 넘어갔다.
이명박 정부 출범 딱 5개월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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