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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9월 외환위기설, 실체보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
[이슈]9월 외환위기설, 실체보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
  • 박득진
  • 승인 2008.08.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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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발 외환위기설 영향은 주시할 필요 있어 또다시 ‘외환위기설’이 등장했다.
국내 금융권 일부에서 국내 외환 문제의 우려가 확산되고, 아시아와 동유럽 남미 지역 일부 국가들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 발 외환위기설 국외 외환위기설의 진원지는 베트남, 필리핀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과, 크로아티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을 포함하는 10여개 개발도상국가다.
이들 국가는 최근 몇 년간 국제시장의 자금을 끌어들여 경제 성장을 추구했지만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후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벌어졌고, 국제 자금들은 이들 국가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안전한 지대로 이동했다.
이들 국가는 유동성 위기가 점차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국가 중 몇 개의 국가가 무너질 경우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게로 위험이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확산되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발 외환위기설 한국 내에도 여러 가지 안 좋은 조짐들이 포착되고 있다.
우선 단기외채의 급격한 확대다.
3월 중 순대외채권은 149억 5천만달러로 작년 말의 355억 3천만 달러에 비해 급감해 조만간 순채무국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또한 6월 말 기준 가계 부채가 640조 원에 달하며 국내 총생산(GDP) 대비 68%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2003년 신용카드 대란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최근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가계 부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근거는 바로 국내 외환보유액의 감소다.
최근 정부가 환율 개입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6월말에 비해 한달만에 105억 8천만 달러가 줄었다.
또 다음 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 보유채권은 8조 6천억원 규모인데, 이 돈이 일시에 나갈 경우 금융시장에 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 바로 ‘9월 외환위기설’이다.
일부 경제지에서는 건설회사의 연쇄 부도 가능성과 조선업계의 물량 취소 여파 등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미분양 아파트 사태에 따른 건설사 연쇄도산설, 금호아시아나그룹 하이닉스 위기설 등이 겹치며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근거 없다’ 일축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9월 외환위기설’에 대해 “(외국인 보유 국채 만기도래로 인해) 국내 채권시장이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9월 위기설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9월 만기의 외채 규모가 8조에서 6조로 줄었으며, 6조 또한 재투자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외환위기’의 문제는 아니지만 가계대출과 관련한 차입금 상환비율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가계대출 건전성 역시 큰 문제는 없지만 소득이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는 것은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IMF 외환위기와 카드사태를 겪고 나서 우리 은행들도 건전성 관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단기간 연체율의 급격한 상승이나 부실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9월 만기도래 외채의 ‘재투자’에 대한 시장의 해석은 약간 다르다.
외국인과 국내 채권투자는 내외 금리차와 환차익 등으로 인한 재정거래 성격이 강한데, 그 마진이 지난해 2%를 웃돌다가 최근 1% 안팎으로 하락했다.
차익이 하락한 만큼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 재투자 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외환위기’ 가능성은 적어 외국인 보유 채권 자금의 유출은 주식자금의 유출과 맞물려 경상수지 적자폭의 확대 속에 환율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환율 상승 압박 요인이 누적되면, 수입물가 상승 때문에 환율 상승을 용인할 수도 없고, 역으로 외환보유고의 훼손 때문에 환율 방어를 장기화 할 수도 없는 두 가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경제위기의 조짐들을 ‘외환위기’로 보는 것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외환보유고가 줄긴 했지만 아직 세계 수위권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는 국가이고, 1997년 IMF와 2003년 카드대란을 극복하면서 한국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는 상당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나 단기외채의 확대, 외국인 채권투자자들의 일부 자금 회수 등이 좋지 않은 현상임에는 확실하지만 한국의 금융 시장이 그 정도에 ‘외환위기’ 사태로 내몰리지는 않는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즉,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외환위기설’은 다분히 과장된 측면이 많고 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2007년 제10차 아세안+3 재무장관 회의에서 역내 위기 발생 때 공동대응키로 한 것 역시 하나의 ‘보험’으로 작용된다.
이들 국가는 세계 외환보유고의 2/3를 소유하고 있다.
다만 2005년 한국은행이 ‘외환보유를 달러 위주에서 유로화 등으로 다변화 한다’고 발표하자 세계 외환시장이 요동치며 달러가 급락했을 때처럼 국제 외환시장에서 힘을 과시하던 시대가 가고 ‘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수세적이 됐다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9월 외환위기설’이 정부의 정책실패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곡물, 원자재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만 고환율 정책을 고집하면서 많은 손실을 가져왔고, 또한 뒤늦은 외환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고를 소진시킨 상황에서 ‘외환위기설’이 등장했다.
즉, ‘외환위기설’이 등장할 수는 있지만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하며 ‘위기설’을 확대·재생산된 측면도 있다.
정부의 실책,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셈이다.
박득진 기자 madgo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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