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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정보화 예산, 삭감이 능사가 아니다
[경제시론]정보화 예산, 삭감이 능사가 아니다
  • 이코노미21
  • 승인 2008.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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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정보화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그렇잖아도 불황에 허덕이는 IT업계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 시책에 따라 정부 각 부문마다 부처 통폐합과 구조조정, 예산절감의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보화 부문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한 상황이다.
이미 올해 예정된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들이 10~30% 가량 예산이 삭감돼 상반기 IT업계 전체가 심각한 매출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더욱이 내년도 정부 정보화 예산이 올해에 비해 30% 가량 삭감된 2조7천억원 가량으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IT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복투자나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그것을 경제 살리기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취지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예산삭감 조치가 불필요한 지출에만 취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일률적인 예산삭감으로 인해 꼭 필요한 정보화 투자까지도 축소되거나 사장된 것은 아닌지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보화 사업의 핵심인 전자정부사업은 단순히 ‘IT강국 코리아’를 과시하기 위해 추진돼온 것이 아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위해서도 전자정부의 구축이 꼭 필요한 과제인 것이다.
물론 그 동안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왔지만, 여전히 범정부적 정보 연계와 통합, 종합적인 전자민원 서비스체계 구축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전자정부 사업은 당면한 예산절감 목표 때문에 후퇴시키기엔 정부조직과 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너무나 중요한 사업이다.
정보화 예산 축소는 정부 정보화 사업을 중요한 성장기반으로 삼아온 국내 IT업계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정부 발주 프로젝트들의 저가입찰 문제를 지적해 온 IT업계는 대폭적인 예산 삭감으로 인해 수익성이 더욱 악화돼 사업 참가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시장 지배로 가뜩이나 성장 기반이 취약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공공 정보화 시장의 위축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기가 해당 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 자체로 고부가가치 산업일 뿐더러 여타 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중점 육성코자 하는 지식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된다.
우리 사회엔 알게 모르게 정보화 투자가 과잉상태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이는 IT 투자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 오해이다.
예컨대 지난해 기준 미국 연방정부의 정보화 예산은 65조 원으로 전체 예산의 2.5%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정보화 예산 비중은 지난해 1.5%에도 못 미쳤으며, 그나마 내년에는 이것을 30%나 삭감할 계획으로 있다.
기업들의 IT투자를 비교해 보면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 500대 기업과 국내 500대 기업의 IT 투자 수준을 비교한 KRG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내 기업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평균 매출은 1/9인데 비해 IT 투자는 1/30에 머물러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선진국들의 IT 투자가 활발한 이유는 그것이 시스템의 선진성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선진적인 시스템은 국가와 기업의 선진화를 위한 기반으로 작용한다.
그 동안의 정보화 추진 과정에서 일부 시행착오와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정보화의 중요성을 부정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예산 절감이라는 단기 목표에 얽매이기보다 정보화의 장기비전 하에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려는 혜안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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