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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유럽경제 빨간불 계속된다
[스페셜]유럽경제 빨간불 계속된다
  • 김균태
  • 승인 2008.08.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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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계 동반부진에 활용할 정책수단 없어 2006년과 2007년 상반기까지 경기호조를 누렸던 유럽경제는 2007년 하반기부터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여건 충격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
8월 14일 EU 통계청(Eurostat)이 발표한 금년 EU의 2/4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1%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유럽의 경기하락세가 분명해졌다.
EU의 올해 1/4분기 GDP는 전기대비 0.7% 증가하며 양호한 성적을 보였으나 이는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건설투자가 호조를 보인 독일경제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어서 2/4분기에는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보더라도 EU경제의 성장률 둔화세는 확연하게 나타난다.
즉 2007년 3/4분기에 2.9% 성장했던 EU 경제는 4/4분기에 2.5% 성장하였으며, 올해 1/4분기에 2.3%로 낮아졌고 2/4분기에는 1.7%로 더욱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그 동안 수출증대와 활발한 기업투자로 유럽경제를 이끌었던 독일경제가 위축돼 유럽경제의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독일경제는 올해 1/4분기 건설투자 호조로 양호한 성장을 보였으나 2/4분기에는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0.5%)을 기록하였다.
또한 서유럽 국가 중 지난해까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왔던 영국과 스페인의 경우, 올해 들어 신용경색 및 주택경기 침체현상이 뚜렷이 나타나면서 경기둔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경제 이끌었던 독일 위축 2007년 하반기 이후 세계적인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세계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와 수출증가가 유럽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 동안 독일기업들을 중심으로 임금인상 억제로 인한 인건비절감과 수출호조에 따른 기업의 재무여건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투자여력이 확대되었고,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서유럽국가 정부의 친기업적 개혁정책 추진도 기업투자 증가에 한 몫을 하였다.
또한 세계경기 둔화와 유로화 강세로 인하여 수출부문이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유가에 따른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구매력이 크게 높아진 러시아 및 중동 산유국에 대한 수출이 꾸준히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투자와 수출부문의 성장세는 최근에 와서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독일 및 스페인 등 주요국에서의 임금인상 압력이 높아가고 계속되는 신용경색에 따른 중소기업의 투자여력도 소진되어 가면서 기업투자가 서서히 둔화되고 있고, 미국, 중국 등 전세계적인 경기둔화와 유로화 강세 현상 지속이 수출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가계소비 역시 부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고유가 및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높은 물가상승과 주택경기침체, 주요국들이 추진하는 복지축소의 개혁정책 등이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소비가 여전히 부진하고 그 동안 유럽경제를 이끌었던 투자와 수출부문도 점차로 위축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각국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별로 없다.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가 하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에너지 가격상승 등으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상승 압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어렵다.
가뜩이나 경기가 하락하고 있는데다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현상이 주택시장 침체를 불러오고 이것은 다시 건설경기 위축과 소비둔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 강세로 수출에 부담 결국 ECB는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4.0%로 동결하다가 올해 7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함으로써 물가상승 억제라는 중앙은행 본래의 목표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정책을 취했다.
이러한 ECB의 금리인상 조치로 인해 <그림>과 같이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더욱 확대된 상태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7년 9월 이후 2008년 4월까지 모두 7번 인하되어 8월 현재 2.0%를 유지하고 있다.
유로지역과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강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7월 중 유로화 환율은 한때 1유로당 1.604달러까지 상승하여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바 있다.
국제유가 및 곡물가격 급등이 유로지역 물가상승의 주된 원인인 만큼 유로화 강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완화시켜 유로지역의 물가상승 압력을 억제시켜 주고 있지만 수출에는 부담을 주고 있다.
즉 ECB는 수출진작보다는 물가억제에 중점을 두는 정책을 취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유럽경기의 하락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금년내 더 이상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재정정책 측면에서도 유럽 각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은 2003년 이래 정부 재정적자가 GDP의 3%를 초과하여 EU의 안정·성장협약(SGP)의 재정준칙을 수년간 위반해왔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재정건전화를 위해 긴축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는 예상하기 어렵다.
안정&#8901;성장협약(SGP: Stability and Growth Pact)은 회원국들의 건전한 재정균형과 낮은 공공부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재정준칙(fiscal rule)으로, 경제통화동맹(EMU) 참가국으로 하여금 매년 재정수렴조건(재정적자를 경상 GDP의 3% 이내로 유지하고, 정부부채 잔액이 경상 GDP의 60% 이하가 되어야 함)을 충족시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2.0% 이하로 떨어질 듯 따라서 유럽경기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각종 유럽 경기전망에 관한 각종 서베이 지표들도 올해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어 올 하반기의 경기하락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06년과 2007년 각각 3.1%, 2.8%였던 EU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에는 2.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시장 불안과 주택경기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영국과 스페인의 경기하락폭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200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약 0.6~2.2%로 예측기관별 편차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제 약 1.5%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기업투자와 수출에서 양호한 성적을 보였던 독일도 악화된 대외여건 영향을 받아 경기둔화폭이 비교적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균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ktkim@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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